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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독일군 특수부대 장교, 그 남자의 향기

‘1943년 11월 6일 전사한 쿠르트 슈타이너 중령과 독일 낙하산 부대원 13명, 여기에 잠들다’.

영국 북부 노퍽의 시골 공동묘지. 작가 잭 히긴스(81)는 독일어로 된 묘비를 우연히 발견한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캐묻는다. 그러다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특수부대가 처칠을 납치하기 위해 이곳에 침투했다는 것이다. 처칠이 휴양차 이곳에 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게슈타포가 보낸 부대다.
히긴스는 이야기들의 조각을 꿰맞춘다. 생존자나 전사자들의 후손을 찾아 영국과 유럽을 오가며 수십 차례의 인터뷰를 한다. 『독수리 내려앉다』는 그 방대한 취재기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거, 다 뻥이다. 100% 픽션이다. 다큐멘터리처럼 꾸며 현실감을 더해주려는 기법이다. ‘허위 다큐멘터리’라 한다. 독자들은 순식간에 낚인다. 초반엔 주인공들의 성격 묘사가 이어진다. 날카로운 조각칼로 푹푹 찍어놓은 석고상처럼, 거칠지만 선명하다.

슈타이너는 훈장을 주렁주렁 단 전쟁 영웅이다. 그러나 지독한 냉소주의자이자 허무주의자이기도 하다. 히틀러에 대한 로열티는 꽝이다.“난 아돌프가 싫소. 목소리가 크고 입에서 구린내가 나거든.” 그러면서도 명령에 따른다. 성공해도 건질 게 없고, 실패하면 다 죽는, 그런 작전인데도. 체념이었을까.

그의 부하들도 비슷하다. 고독한 스라소니들이다. 약자가 당하는 걸 보면 참지 못한다. 민간인은 본능적으로 보호해 준다. 영국에 침투한 뒤 급류에 휘말린 아이를 구하려다 한 명이 목숨을 잃는다. 그러느라 정체가 탄로나 작전은 궤도를 벗어나고 만다. 그래도 후회나 탄식은 없다. 닥쳐오는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독일 편에 선 북아일랜드 독립군 출신의 리엄 데블린도 작품에 빛을 더한다. 영국엔 테러리스트다. 그 역시 삐딱하고 시니컬하다.“이 세상은 전능하신 하느님이 머리가 좀 이상해졌을 때 저지른 장난질이지. 아마 술이 덜 깨 그렇게 했지 싶은데.”
그와 슈타이너의 우정, 마지막 대화에 응축돼 있다.“당신이 찾고 있던 걸 발견하길 빌겠소.”(슈타이너)“벌써 발견했고, 발견한 순간 잃어버렸다오.”(데블린)
“그럼 앞으론 어찌 됐든 상관없다는 얘기군. 위험한 생각이니 조심하시오.”

1976년 발표된 이 작품, 전 세계를 강타했다. 특히 독일군에 인간적 온기를 불어넣은 게 독자를 사로잡았다. 용기, 사나이다움의 표상을 독일군 낙하산 강습부대에서 찾은 것도 신선했다. 슈타이너가 감금했던 주민들을 모두 풀어주는 장면을 보자. 투항을 제의하러 온 미군 장교가 되레 의아해 한다.“그럼 우리가 여자들을 앞세워 총을 쏘면서 탈출할 거라고 생각했나? 잔혹한 독일군, 그런 얘긴가? 기대에 못 미쳐 미안하군.”

그 옆에서 독일 병사 덕분에 목숨을 건진 아이가 천진스레 묻는다.
“아저씨는 왜 독일인이야? 왜 우리 편에 서지 않아?”
이렇게 인간적이어서야 작전이 성공할 수가 있나. 마지막 순간, 처칠과 마주선 슈타이너.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곤 머뭇거린다.
“처칠 경. 제 뜻에 어긋나는 일이나 임무를 완수해야만 합니다.”

그 틈에 호위부대가 들이닥쳐 슈타이너를 사살한다. 지독히도 허무한 장면이다.
이 작품은 ‘전쟁 스릴러’의 최고봉이다. 원제는 ‘The Eagle Has Landed’. 슈타이너가 영국에 무사히 낙하했음을 타전하는 암호다. 이는 1969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가 지구에 보낸 전문에서 따온 것이다. 영어권에선 매우 유명하다. 골프 경기 때 멋진 이글이 나오면 이 표현을 쓰기도 한다.


추리소설에 재미 붙인 지 꽤 됐다. 매니어는 아니다. 초보자들에게 그 맛을 보이려는 초보자다. 중앙일보 경제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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