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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자유롭고 싶어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

뮤지컬 ‘모차르트!’(Mozart!)는 뮤지컬계의 F4라고 할 수 있는 네 명의 ‘훈남’이 교대로 타이틀롤을 맡아 맞붙는 작품이다. 넷 중에는 이미 상당한 활약으로 검증된 배우(임태경·박건형)도 있고 차세대 기대주(박은태사진)도 있다. 게다가 가요계의 전략상품으로 동방을 호령하고자 탄생한 ‘동방신기’의 멤버 김준수(시아준수)는 이 무대로 뮤지컬계에 입문했다. 이름하여 ‘M4’(모차르트4)의 등장이다.

이런 전대미문의 인해전술 스타 캐스팅으로 ‘모차르트!’는 겨울 한파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인기 폭발이다. 그런데 작품 수준은 이에 상응할까. 궁금증을 푸는 데는 백문이 불여일견, 박은태가 출연하는 ‘모차르트!’를 관람했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제목대로 18세기 오스트리아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소재로 한 역사뮤지컬이다. 생산지 기준 ‘메이드 인 오스트리아’ 제품으로 모차르트가 활약한 빈극장협회(VBW)가 제작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에 영국과 프랑스, 체코에 이어 오스트리아 제품까지 상륙한 것이다.

이런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무장한 ‘모차르트!’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는 결코 아니었다. 비록 판권을 사와 한국에서 제작한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넓게 보아 오페라 등 음악극 전통이 견고한 본고장의 만만찮은 내공이 함축된 무대였다. 신화가 된 인물을 과감하게 해체, 재구성하는 텍스트의 구성력(대본 및 작사 미하엘 쿤체)은 기괴한 천재쯤으로 각인된 상식적인 모차르트상을 벗어난 새로움이었다. 음악(작곡 실베스터 르베이)은 익히 들어온 영미 뮤지컬의 ‘표준화’된 사운드와는 뭔가 다른 그윽함으로 풍성했다.

뮤지컬 ‘모차르트!’에는 두 명의 자아가 충돌했다. 어린 모차르트인 ‘빨간 재킷’의 아마데(우스)와 청년의 모차르트다. 피아노를 타고 천상에서 내려온 아마데는 도입부 천재적인 재능을 소유한 음악의 화신으로 잠깐 등장한 뒤 세월이 지나면서 ‘청바지를 입은’ 모차르트에게 자리를 내준다. 그렇다고 사라지진 않은 채 모차르트의 ‘아바타’(분신)로 남아 고뇌와 결단의 순간을 함께 한다. 본체와 아바타의 설정은 영화로 촉발된 요즘 코드와 잘 맞는데, 이 장치는 ‘모차르트!’의 새로운 상의 제시와도 직결된다. 어린 아바타가 음악 신동으로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을 상징한다면, 청바지를 입은 모차르트는 천재의 아우라에서 해방되고픈 자유로운 영혼으로서 현실적인 자아(인간)를 상징한다.

고증된 시대극의 의상과 분장으로 치렁치렁 치장한 주변 인물과 달리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온 센스는 ‘모차르트=자유와 해방의 사도’라는 등식을 보여준다.
실제 귀족 계급의 주문 생산 작곡가로서의 한계(또한 아버지로부터의 가부장적인 요구도 포함해서)와 투쟁했던 모차르트의 음악은 당대 민중의 ‘해방의 언어’와도 통했다. 그런 성과로 드라마의 종결부에 두 편의 작품이 언급되는데, 오페라 ‘마술피리’와 ‘레퀴엠’이다.

아주 몇십 초 짧게 나오는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모차르트를 외치는 프랑스 혁명기 민중의 함성과 오버랩되며, ‘레퀴엠’은 아버지의 환청과 교직되면서 35세에 요절한 그의 죽음과의 연관성을 드러낸다. 청년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작곡할 때, 아바타인 아마데는 청년 심장의 피로 곡을 써내려가는데 이런 디테일이야말로 압권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피를 매개로 두 자아는 하나가 되고, 불통한 사회의 관습과도 화해한다는 메시지로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다.

매우 획기적인 경사무대 등 세련된 현대 오페라 무대를 연상시키는 무대디자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패션쇼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박은태의 박력 넘치는 샤우팅은 흡입력이 대단했다. 감정의 절제도 좋았다. 극의 초반 대주교로부터 쫓겨나 거리를 헤매던 모차르트는 인간다운 삶과 자유를 열망하며 “자유롭게 살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다”(‘내 운명 피하고 싶어’)고 외치는데, 이때 박은태의 절창은 분위기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그 외 여럿 중 한 명의 배우를 더 꼽으면, 모차르트를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음악적인 해방구인 빈으로 이끄는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의 신영숙이다. 연기와 노래가 한 몸이 된 이 조연의 카리스마는 족탈불급의 경지다. 하나 ‘모차르트!’에도 옥에 티는 있다. 과도한 스타 캐스팅 증후군 탓일까. 역할에 터무니없이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령대가 문제였다. 아버지와 아들이 동년배로 보이고, 엄마가 애인 같이 보이는 편차 없는 캐스팅은 누굴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
2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6일부터 3월 7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를 거쳐 LG아트센터 기획운영부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공연예술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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