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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웃음이 필요한가요?

공연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현악 4중주단의 연주회였습니다. 시작 전, 정적 속에 앉아 있던 바이올린 주자가 돌연 일어났습니다. 무대를 저벅저벅 가로질러 첼로 연주자에게 가네요. 스태프가 두 악보를 실수로 바꿔놓은 모양입니다. 악보를 주고받는 둘의 얼굴이 멋쩍습니다. 그 표정 때문이었을까요.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졌습니다. 엄숙한 무대에서 악보가 바뀐 것도 웃기지만, 평소 점잖게 연주만 했던 음악가들이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재미있었죠. 웃음의 조건이 ‘의외성’이니, 사실 정숙한 클래식 공연장만큼 청중을 웃기기 쉬운 곳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클래식 공연장에 가서 낄낄 웃어본 기억, 있나요? 시원하게 한번 웃기 위해 TV를 켜고 영화관도 찾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클래식 음악은 뭘 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있습니다. 웃고 싶을 때 웃겨주는 클래식 말입니다. 유머는 음악의 오랜 전통입니다. 6권의 책을 낸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은 ‘작곡가와 유머’라는 제목의 글에서 말합니다. “역대 작곡가들이 애써 첨가한 웃음을 현대의 연주자와 청중이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요.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 ‘풍자 유머’를 시도했습니다. 본래 협주곡에서 ‘트릴(두 개의 음을 빠르게 반복해서 연주하는 것)’은 일종의 관습입니다. 협연자 혼자 연주하는 ‘카덴차’의 마지막 부분에서 피아니스트가 트릴을 계속하면 곧 오케스트라가 합류하고 음악이 끝난다는 신호죠. 그런데 베토벤은 이 작품에서 트릴을 계속하다가 갑자기 부드럽고 아름다운 화음을 그려 넣었습니다. 음악은 끝나기는커녕 다시 본론에 돌입합니다. ‘끝나는 줄 알았지, 천만에.’ 베토벤의 장난기가 눈에 보입니다.

하이든은 ‘익살의 아버지’입니다. ‘고별’ 교향곡에서는 연주자가 하나씩 퇴장해 결국 바이올리니스트 두 명만 남습니다. 여름 휴가도 안 주는 귀족 고용인에게 ‘그래도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항의로 쓴 곡입니다. 이 작품이 연주되는 공연장에서는 어김없이 웃음이 일렁입니다. 또, 모차르트의 ‘음악적 농담(K. 522)’은 그가 작심하고 웃기려 쓴 음악입니다. 촌스럽고 비슷한 악구를 반복하죠. 듣기 싫은 화음도 쓰고요. 이건 고전 양식에 익숙하던 모차르트 시대의 청중에게 더 재밌겠죠. 하지만 멘델스존이 바셋 호른으로 배고파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내게 한 건 지금도 꽤 웃기죠?

피아니스트 주형기(37)는 “클래식 작곡가들의 해학 정신을 되살리겠다”며 ‘웃기는 연주자’의 길을 택했습니다. 전설로 남을 만큼 거대했던 라흐마니노프의 손을 풍자해 나무 막대를 만들어 가지고 다닌답니다. 이 막대기의 튀어나온 부분으로 건반을 누르면, 아주 큰 손으로 연주하는 듯한 소리가 나죠. 주형기는 무대 위에서 이 나무 토막들을 코믹하게 바꿔가며 연주합니다.

이처럼 음악적 ‘선배’를 풍자하고, 천연덕스럽게 예상을 깨는 것이 작곡가들의 유머 기법입니다. 관습이 유난히 많은 클래식 공연장, 웃음 또한 잘 터지는 곳이랍니다.

A 하이든ㆍ베토벤의 익살 맛보세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클래식을 담당하는 김호정 기자의 e-메일로 궁금한 것을 보내주세요

중앙일보 문화부의 클래식·국악 담당 기자. 사흘에 한 번꼴로 공연장을 다니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모든 질문이 무식하거나 창피하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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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