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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클리닉 <17> 맨홀뚜껑, 시민 눈과 발이 모르게

도시의 보도와 차도 지하에는 시민들의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지원하는 수많은 기반시설이 있습니다. 상·하수도, 전기, 통신, 가스 등을 공급하기 위한 관로가 지하에 매설되어 여러 층으로 얽혀 있습니다. 맨홀 덮개는 이러한 시설과 지상과의 경계면입니다. 해당 기술자들이 뚜껑을 열고 맨홀로 들어가 내부 관로의 상태를 점검하고 설비를 보수합니다. 맨홀 뚜껑은 작업자가 드나들 수 있도록 대개 직경 600㎜ 이상 900㎜ 이내의 원형으로 제작됩니다. 사각형의 경우 대각선 방향으로 뚜껑이 빠지기 때문에 원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1, 그림 2, 3, 4.

도시는 보·차도 곳곳에 맨홀 덮개가 불규칙하게 노출돼 있습니다. 지하 시설과 지상 환경의 위상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지면에 드러난 모습이 매우 무질서합니다. 특히 맨홀 뚜껑이 밀집된 보·차도는 노면의 포장재와 이질감이 두드러져 시각적 연속성을 해치고 있습니다. 시공 상태가 불량하거나 변형이 심해 안전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표준시방서를 지키지 않은 수많은 불량 덮개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사진 1).

맨홀 뚜껑은 관광지나 특정 지구에서 지역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특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시민들이 인지할 필요가 없는 시설입니다. 수면의 물결을 형상화한 서울 상수도 맨홀 뚜껑은 재질과 색상에서 보도 포장재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KS 규격에 따라 주철로 제작하고 용융 아연 도금한 이 뚜껑의 패턴은 상수도라는 맨홀의 기능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눈과 비가 올 때 미끄럼을 방지합니다(그림 3). 또 다른 방법은 뚜껑 윗면을 같은 포장재로 시공해 시각적으로 뚜껑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보행 감각 면에서도 연속성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그림 4). 도시의 바닥면은 돌출이나 함몰이 없는 치밀한 시공으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차량들도 정숙하게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그림 2). 시민이 직접 사용하지 않는 공공시설물은 기본적으로 눈에 띄지 않아야 합니다. 맨홀 뚜껑과 같이 지면에 설치되는 시설물은 시민의 발에 느껴지지 않아야 합니다. 필수적인 정보가 잘 읽혀지고, 걷고 싶은 안전한 도시는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공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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