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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만델라 키워낸 남아공 감옥 ‘프리미어리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척 코어
마빈 클로스 지음
박영록 옮김
생각의 나무, 387쪽, 1만3000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10여 km 떨어진 곳에 로벤 섬이 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 시절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를 포함한 수천 명의 정치범이 30년 이상 수감돼 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곳에 재소자들이 만든 축구협회가 있었고, 20년 넘게 국제축구협회(FIFA)의 룰대로 엄격한 정식 리그를 운영해 왔다는 사실을 아는가. 마카나축구협회(MFA, Makana Football Association)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나 개인이 아닌, 단체의 이름으로 FIFA 회원이 된 곳이다.

저자인 척 코어는 남아공 웨스턴케이프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1993년, 우연히 ‘로벤섬-스포츠’라고만 돼 있는 70개의 박스를 접했다. 그곳에는 마카나축구협회에 관한 모든 기록(선수명단, 리그 성적, 룰, 징계 내용 등)이 있었다. 저자는 이 기록들을 분석하고 실존 인물들을 일일이 인터뷰한 뒤 15년 만에 세상에 알렸다.

2007년 7얼 18일 로벤섬. 카메룬 스트라이커 사무엘 에투(사진 왼쪽)와 FIFA 부회장 잭 워너가 넬슨 만델라의 89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공을 차는 모습. [사진제공=생각의나무]
이 책은 로벤 섬 재소자들의 축구 이야기다. 그러나 여기에는 투쟁이 있고, 협상이 있고, 조직이 있고, 통합이 있었다. 그들이 꿈꾸던 민주적인 남아공의 예행연습이 축구를 통해 이뤄졌다. 축구에 관심 없었던 만델라도 “우리는 축구를 통해 저항과 단결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로벤섬 스타 선수였던 제이콥 주마는 현재 남아공의 대통령이고, 초대 MFA 회장 딕강 모세네케는 현 헌법재판소 부소장이다. 신세대 선수였던 토쿄 섹시웰레는 현 국토부 장관이며 레코타는 국방부 장관을 거쳐 지금은 정당 의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수용소에서 축구를 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무려 4년간 싸우고, 협상하고, 조직화했다. 채석장에서 중노동을 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9개 클럽을 만들었고, 3부 리그까지 치러졌다. 1976년 소웨토(요하네스버그 흑인거주지역) 분쟁으로 신세대 정치범들이 들어오면서 구세대와 신세대간 분쟁과 분열이 생겼을 때도 축구가 가교 역할을 했다. 신세대는 조직을 이끌어온 구세대의 지혜와 경험을 존중했고, 구세대는 신세대의 축구실력에 감탄했다. 우리가 2002년 온 국민이 하나로 되는 기적을 체험했듯이 로벤 섬의 축구는 세대와 이념을 넘는 화합을 이뤄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의 원제는 ‘More than just a Game’이다. 그렇다. 로벤 섬에서의 축구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것’이었다.

손장환 스포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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