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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그림 좀 볼 줄 안다는 말, 함부로 할 수 있을까

짝퉁 미술사
토머스 호빙 지음
이정연 옮김, 이마고
733쪽, 2만8000원


혹시 미술품을 살 계획을 세운 사람이라면 이 책은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미술의 역사는 곧 미술품 위조의 역사였다’는 머리말로 시작해 ‘여전히 의심스러운 위작들의 리스트’라는 에필로그로 끝나기 때문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장을 지내고 깐깐한 미술품 감정가로 이름을 날렸던 토머스 호빙(1931~2009)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말을 빌려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한마디로 요약한다. “수천 개의 미술품을 아는 사람은 수천 개의 위조품을 아는 것과 다름없다.”

위작 사건의 예는 널려있다. 똥똥한 인물 묘사가 특기인 콜롬비아 화가 보테로는 1990년대 초 크리스티 경매장에 자신의 가짜 그림이 나오자 화가 나서 기밀을 누설해 버렸다. 위작은 물감을 한 번밖에 안 칠했는데 자기는 항상 세 번 칠한다고 밝힌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테로 그림을 대량 생산하는 프랑스 파리의 위조 전문 공방들은 세 번 칠한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호빙은 또 1951년 뉴욕에서 만난 인상파 전문 위조꾼이 당시 그리고 있던 모네와 르누아르의 그림을 20여 년이 흐른 뒤 화랑과 개인 컬렉션에서 만난 일을 이야기한다.

‘진주 귀고리 소녀’로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75)의 작품이라고 한때 알려졌던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위작 감정가들의 추적 끝에 드러난 진실은 베르메르 전문 위조꾼 판 메이헤른이 1936년에 그린 가짜였다. [이마고 제공]
이렇듯 미술품 위조가 끊이지 않는 동기는 뭘까. 호빙은 “바로 돈”이라고 단언한다. 돈을 버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사기꾼들, 적은 비용을 들여 큰 이익을 남기고자 하는 과욕에 눈먼 사람들의 속셈이 맞아떨어져 그들이 소비할 무언가를 대충 뚝딱뚝딱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가짜 미술품에 속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위조품을 보면 귓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린다는 저명한 미술사가 버나드 베런슨처럼 타고난 위작 감정가가 아니라면 경험이 최고다. 25쪽 ‘미술품 감정의 11가지 체크포인트’와 228쪽 ‘위작 알아보는 네 개의 기본원칙’은 꽤 유용하지만 호빙이 보고 들은 수많은 위작 스캔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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