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앙시평] 국가 브랜드 키우려면 신뢰부터 회복하라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소식을 TV 뉴스에서 보고 자랑스러움에 어깨가 으쓱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스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많은 방문객으로 넘쳐나는 것을 보면서 우리 기업의 눈부신 활약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우리 기업의 브랜드 가치 또한 크게 상승했다.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코카콜라와 비교해 볼 때,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2001년 9% 수준에서 지난해 25%까지 성장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순위권에 등장한 지 4년 만에 현대자동차는 15계단 올라 69위를 차지했다고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했다.



브랜드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더 많은 수익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우리 기업의 선전(善戰)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응원하는 바이다.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약속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브랜드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 상품의 이름과 기호에 불과한 브랜드가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소비자의 심리에 기인한다. 코카콜라·IBM·디즈니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가치는 많은 소비자가 수십 년간 변함없이 그 브랜드를 아끼고 계속해서 구매해온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여러 세대를 거쳐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는 반짝 인기나 일시적인 유행으로 시선을 끄는 제품과는 달리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소비자는 아무 브랜드에나 쉽게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가격이 적절하고 성능이 우수하며 디자인도 뛰어난 브랜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신제품을 계속해서 내놓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또한 소비자와의 약속을 잘 지키고 불만을 가진 고객에게 성실하게 응대하며 제품에 관해 과장된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는 기업이 만든 브랜드를 신뢰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성실하지 않고 정직하지 못하면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는다. 윤리적이며 진실한 기업 정신으로 우수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는 소비자의 믿음이 브랜드 신뢰(brand trust)의 실체다.



신뢰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매 순간 크고 작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때 신뢰는 중요하다. 단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예를 들어, 갑작스레 돈을 꾸어달라며 한 달 후에 갚겠다는 친구의 부탁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한 달 후에 친구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런 경우, 대개 두 가지를 생각할 것이다.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가와 돈을 갚겠다는 약속의 진실성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를 예상하고 선택을 해야 할 때 신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결국 신뢰는 미래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한국 기업의 빛나는 성과를 보면서 국가를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 브랜드의 신뢰도는 몇 점이나 될까? 대한민국은 매우 유능한 국가다. 한국의 초고속 경제 성장은 많은 개발도상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고, 반도체 기술력은 세계 최초의 제품 개발을 연속 경신하며 업계 대비 1~2년을 앞서 나가고 있다. 인구 5000만 명 중 세계적인 실력의 예술가와 스포츠선수를 이렇게 많이 배출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근면성과 기술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아 앞으로 더 부유하고 힘있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대한민국 브랜드의 도덕성은 어떠한가? 지역의 번영과 주민의 안녕을 위해 머슴처럼 헌신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예비 정치인의 약속을 믿을 수 있는가? 뇌물을 받은 적이 없으며, 결코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현직 정치인의 눈물 섞인 하소연을 믿을 수 있는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고심해 만든 정책을 발표해도 국민의 반응은 차가운 불신뿐이라는 사실이다. 신뢰의 부재(不在)가 정치가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고, 좋은 정책이 실현되는 데 발목을 잡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국가 브랜드를 키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정치의 도덕성을 회복해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부터 쌓아라.



성영신 고려대 교수·심리학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