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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갯벌 36만㎡나 둔 제부도 옆 고도섬 “난 호적이 없어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 옆에 있는 고도섬 전경. 간조 때면 뻘밭이 드러나면서 제부도와 연결된다. 쓰레기와 녹슨 간판만 방치된 채 관리되지 않고 있다. [권호 기자]
실제 존재하나 서류상엔 없는 섬.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고도섬(일명 밤섬)이 그렇다. 지적도에 등록돼 있지 않은 섬이기 때문이다. 전국 4410개의 섬 가운데 1419개(32.1%)가 서류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토해양부는 27일 무인도 관리 강화 방침을 밝혔다. 10년간 7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송교리. 제부도로 들어가는 입구다. 조개구이집·횟집 수십 곳이 늘어서 있다. 간판이 눈을 어지럽힌다. 여기서 2.3㎞ 길이의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제부도가 나온다. 해안도로는 만조(밀물)에 잠겼다가 간조(썰물)가 되면 모습을 드러낸다.

25일 오전 11시, 해안도로를 따라 5분 남짓 차를 몰고 제부도로 들어섰다. 쌀쌀한 날씨 탓에 인적은 드물었다. 제부도 바로 옆, 한눈에 작은 섬이 들어왔다. 이 섬의 넓이는 고작 33.3㎡(10평). 썰물 때라서 제부도와 이 섬 사이는 뻘밭으로 이어져 있었다. 무인도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만조 시 해수면 위로 드러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땅’을 일컫는다. 만조 시 드러나는 면적이 1㎡ 이상이면 섬으로 분류된다. 이 작은 섬도 제부도의 일부로 보이지만 어엿한 독립 섬인 셈이다. ‘고도섬’이란 그럴싸한 이름도 갖고 있다. 주민들은 ‘밤섬’ 또는 ‘밭고지’라 부른다.

고도섬까지 걸어 들어가 봤다. 200m 거리다. 추위에 얼어붙어 갯벌임에도 딴딴했다. 섬 위엔 풀과 나무가 듬성듬성 나 있었다. 고도섬의 식생을 연구한 순천향대 연구팀은 “다년생 풀과 나무가 많아 비교적 안정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명아주·산딸기 등 무려 53종의 식물이 확인됐다. 바닷물에 밀려온 폐어구들과 쓰레기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섬을 한 바퀴 돌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저렇게 볼품없어 보여도 참 고마운 놈이에요.” 고도섬 바로 맞은편에서 조개구이집을 운영하는 이형옥(55)씨 얘기다. 그는 “바닷물의 흐름을 막아 갯벌이 휩쓸려 내려가는 걸 막아준다”고 말했다. 제부도 갯벌 지킴이란 설명이다. 고도섬 주변엔 거대한 뻘밭이 있다. 36만3000㎡(11만 평) 규모란다. 제부도 어민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고도섬 주변에서 낙지를 잡고 조개를 캔다. 여름철엔 여행객들의 갯벌체험 현장으로도 인기다.

이런 ‘가치’를 갖고 있지만 관리는 엉망이다. 화성시에는 아예 고도섬 관련 자료가 없다. 토지대장이나 지적도에도 등록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섬이다.

국토해양부는 전국에 고도섬처럼 지적도에조차 등재되지 않은 섬을 234개(2008년 말)로 파악하고 있다. 전체 무인도(2876개)의 8.1%다. 그러나 실무를 담당하는 지적공사에 따르면 미등록 무인도는 1419개에 이른다. 이 섬들을 모두 등록하면 여의도 면적 4배(16.5㎢)의 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가치도 크게 불어난다. 대한지적공사 사업지원팀 조성철 차장은 “섬 자체의 가치는 주변 땅값과 활용도, 접근성 등을 따져 결정한다”며 “섬 자체의 가치가 크지 않더라도 관광·낚시 등 유발효과를 감안하면 그 값어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고학적·생태학적 가치도 대단하다. 제주시 추자면의 화도에선 바다제비의 집단 서식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전북 군산의 광대도에서는 후기 백악기 육식공룡의 발자국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소중한 섬들을 관리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 간의 경계분쟁이나 국가 간의 영토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국토부는 2008년 지적공사와 계약하고 전남(399개)·경남(278개)·제주도(44개)의 미등록 도서 지적도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은 예산 부족으로 2013년에야 실태조사를 마칠 수 있다.

화성=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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