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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그때는 멀건국·양배추김치 … 지금은 스파게티·오리고기 …

모든 식사는 장병들이 자율 배식한다. 그러다 보니 고기 등 좋아하는 음식은 많이 담아가는 반면 김치 등 싫은 메뉴는 잘 먹지 않는다.
군대에서 밥을 만들고 먹이고 먹는 건 군사 작전의 일부다. 이 때문에 부대마다 식단을 짜고 밥을 만드는 일을 매일 전쟁처럼 치러낸다. 짬밥 보급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을 만났다.

글=이석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차은정(36) 제3군수지원사령부 영양사
한달 식단짜기 작전 … 사병 의견 듣고 시식회 거치죠


병사들의 식사 메뉴는 영양사가 만든다. 보안상의 이유로 정확한 숫자를 밝힐 순 없지만 육군에만 십 수 명의 영양사가 근무한다. 차은정(36·사진) 영양사는 10년째 병영식 메뉴를 짜고 있다. 그가 맞춰야 하는 입맛은 수만 명이다. 요즘은 편식하는 병사들이 많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그의 메뉴 짜기 전쟁을 살펴봤다.

첫째 주=다음 달 식단 짜기에 돌입한다. 새로운 메뉴를 조사하고, 사병들이 원하는 음식과 지난달 식단 중 인기·비인기 메뉴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다. 이를 토대로 새 메뉴를 만들어 급양대장·급식담당관·민간급식원·사병들과 함께 먹어보고 토의를 한다. “사병들의 입맛이 까다로워 서너 가지를 올리면 한 가지 채택되는 것도 힘들어요.”

2 취사병들이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3 식중독 사고가 날 경우, 원인 추적을 위해 모든 메뉴는 6일간 냉장보관한다. 4 민간조리원인 한연자씨가 간을 보고 있다.
둘째 주=시식회에서 통과한 메뉴와 기존 식단으로 한 달치 예정 식단을 짠다. 하루 최소 열량인 3300㎉를 맞추고, 조림과 찜 등 비슷한 메뉴가 연속으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채소류·어패류·고기류 등을 골고루 포함시켜야 한다. 돼지불고기에 버섯을 넣어 콜레스테롤의 체내 흡수를 억제하는 등 음식 궁합도 맞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병 하루 급식비인 5650원에 맞추는 것이다.

셋째 주=최종 식단을 결정하는 지구급식협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참모장이 위원장을 맡고 100명 가까이 되는 위원들이 난상토론을 벌인다. 사병의 의견을 들어 조리법도 개선하고 새로운 메뉴의 조리법도 보여준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일게 위원장에게 보고해 사인을 받아야만 최종 식단이 된다.

넷째 주=한 달치 식단표와 메뉴별 표준 조리법을 만들어 예하부대로 보내준다. 차씨는 “단체 급식을 하면서도 지난 1년간 단 한 차례도 식중독 사고가 없었던 것도 이런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진성(20) 일병, 제3군수지원사령부 예하부대 취사병
‘줄 세워’ 뽑았던 취사병, 이젠 셰프급으로 선발하죠


요즘 취사병은 스펙이 화려하다. 김진성(20·사진) 일병도 그렇다. 춘천실업고등학교에서 요리를 배우고, 강원관광대학에서 호텔조리 과정을 1년 마친 후 대전 우송대 외식 조리과 2학년에 편입했다. 고교 시절에는 강원 향토음식 경진대회서 우수상을 받았고, 입대 전에는 원주 오크밸리리조트 조리부에서 4개월간 근무했다. 한식 조리 자격증도 있다. 당연히 입대도 취사병 주특기로 했고, 종합 군사학교에서 2주간의 후반기 교육을 받고 취사반에 배치됐다.

주먹구구식으로 취사병을 뽑던 시대는 지났다. 화려한 요리 경력을 자랑하는 사람들만 취사병이 된다. 김 일병과 함께 복무하는 임성주 이병은 신라호텔 조리부와 피자헛에서, 엄원식 이병은 오션월드 한식부에서 근무했다.

“중학교 때부터 최고 셰프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음식이어서 취사병에 지원했어요.”

리조트 근무를 해봤던 그는 병영식과 리조트 음식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김 일병은 “리조트에서는 주문을 받은 후 재료를 다듬지만 군대에선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의 식사를 만들기 때문에 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오리 불고기의 경우, 먼저 고기를 삶은 후 조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꺼번에 약 300명의 음식을 만든다.

그는 리조트와 군대의 같은 점을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꼽았다. 지난해부터 천연 조미료만 사용하고 맛도 고춧가루·후춧가루·소금 등 기본 양념으로만 낸다는 것. “휴가 때 친구들과 일반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화학 조미료 맛이 나서 내키지 않더라고요.”

그는 파스타를 가장 잘하는 음식으로 꼽았다. 하지만 1년에 두세 차례밖에 스파게티를 만들 수 없어서 솜씨 발휘를 제대로 못해 아쉽다고 했다.

‘쌍팔년도’부터 오늘까지, 짬밥 변천사

80년대 │ 닭 튀김이 인기였다. 정어리·꽁치·동태·청어 등 생선이 거의 매일 나오던 시절이었기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나온 닭 튀김은 그야말로 별미였다. 닭 튀김은 지금도 사병들이 좋아하는 스테디셀러 메뉴라고 한다. 서울 올림픽 덕분에 88년에는 우유가 매일 한 개씩 나왔다.

90~95년 │ 자장면(93년)이 처음으로 메뉴에 추가됐다. 한때 최고 인기 메뉴였지만 지금은 시들해졌다. 돈가스(94년)도 월 3회 나왔다. 91년에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일반미는 그해 수확한 햅쌀로 바뀌었으며, 95년에는 저녁에만 찬이 3가지에서 한 가지 더 추가됐다. 봉지라면 급식은 91년 중단됐다.

96~2000년 │ 통일미가 사라지고 전량 일반미로 밥을 짓기 시작했다. 중식에도 4찬이 나왔다. 98년에는 총각김치와 오이김치가 식탁에 올랐으며, 떡국에 만두가 추가됐다(99년). 2000년에는 쇠고기 통조림과 생선가스가 공급됐다.

2001~2005년 │ 사병들의 식단이 확 바뀌었다. 떡볶이·미트볼·동그랑땡·삼계탕·돼지갈비·조기 등 장병들이 좋아하는 메뉴들이 많이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꼬리곰탕(2002년)은 장병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매달 한 번 이상씩, 연 15회 공급된다.

2006~2010년 │ 오리고기(2008년)가 처음 등장했다. 탕·탕수육·불고기 등 3가지로 요리된다. 청국장과 아귀, 국내산 소갈비와 낙지볶음이 메뉴에 올랐다. 올해엔 파프리카·단호박·오이풋고추 등 웰빙 채소들과 갑오징어·키조개 관자·굴 등 다양한 해산물이 추가됐다.

공군 남친 면회 가서 만나는 ‘비행기 카페’

대구에 있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정문엔 비행기 한 대가 서 있다. 퇴역한 C-54 수송기다. 정식 명칭은 면회소이지만 일반인들은 ‘비행기 카페’라고 한다. 내부를 개조해 10여 개의 테이블을 들여 놓은 카페 같은 분위기로 꾸몄다. 군복 입은 사병들과 벽에 걸려 있는 공군의 각종 군용기 사진을 제외하면 경기도 양평에 있는 비행기 카페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면회객들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지만 음료수 등을 팔지 않는다. 만질 수 없지만 비행기 조종석도 공개해 놓았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2005년에 설치했는데 부대를 찾는 면회객들이 공군에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아한다”며 “일부러 비행기 내부를 보기 위해 면회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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