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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사 만나면 성적 올라” 유학갔던 중·고생들 방학 땐 SAT학원 다니러 귀국

SAT(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 시험지 유출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서울 강남지역에 몰려 있는 학원가에는 온갖 악성 소문이 돌고 있다. ‘시험지를 통째로 거래한다’‘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는 유출된 문제지로 정보교류를 하는 모임도 있다더라’ 하는 것 등이다. SAT 문제 유출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런 소문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진실처럼 유통되고 있다. 25일 강남 학원가에서 만난 40대 학부모(여·경기도 용인)는 “학원 수강보다 음성적으로 돌아다니는 정보가 중요하다고 한다”며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 때문에 우리는 그 루트(정보망)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는 이 말을 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수험생 2만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Real SAT’의 게시판에는 ‘얼마 전에 시험을 봤는데 불이익을 받으면 어떡하느냐’는 반응과 함께 “부모 잘못 만나서 잠 못 자고 공부한다”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강남역 부근 어학원에서 만난 10대 후반의 학생들은 “정직하게 경쟁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분노했다. 사건이 발생한 와중에도 인터넷 카페에는 ‘SAT 기출문제를 전송하겠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고, 그에 대한 댓글이 130여 개나 달렸다. 전부 ‘보내달라’는 내용이었고, 이를 비판하는 내용은 단 한 개였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강남 학원들의 분위기는 썰렁했다. R학원 1층에는 미국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명문 8개 대학) 등 유명 사립대에 붙은 학생 82명의 명단이 붙어 있었다. 이름은 가려져 있었고 성(姓)만 쓰여 있었다. 학원가에서 만난 한 학생은 “학원비 500만원에 교재비 300만원이란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며 “돈으로 된 큰 벽이 있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2007년 아들(18)을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고교로 유학 보낸 S(47·여)씨는 이번 사건에 큰 관심을 가졌다. 11학년(한국의 고교 2학년)이 된 아들은 지난해부터 방학이면 국내에 있는 SAT 전문학원으로 ‘역(逆)유학’을 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방학을 앞두고 아들은 어머니 에게 “E학원 김모 강사가 족집게”라며 “그 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김씨는 최근 SAT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바로 그 인물이다.

S씨의 아들이 6, 7, 8월 석 달 동안 SAT 관련 수업에 수강료는 2000만원이었다. 그는 “학원 등록을 함께 한 엄마들이 카드 한도가 또 구멍 났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부모가 자녀 학원비를 위해 빚을 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애 아빠가 전문직인데도 학원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며 “내신이 별로이던 학생들이 김 강사를 만나면 갑자기 성적이 오른다는 말에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문제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터질 게 터졌다”고 말했다. S씨의 아들은 이번 겨울에도 국내에 들어왔다. 강남의 R학원을 찾아가니 열흘에 700만원을 달라고 했다. 지난해 너무 많은 돈을 쓴 S씨는 200만원을 받는 다른 학원으로 아들을 옮겼다.

방학 때만 되면 SAT 전문학원에는 외국 유학생들이 넘쳐난다. 해외에서 실력을 닦아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족집게 강의의 천국’인 한국에 와서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학 때면 수강생의 80% 이상이 유학생이라고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칠레·뉴질랜드에서 유학생이 몰리고 있 다.

◆“극소수 학생이 저지른 일”=문제 유출과 관련돼 한국을 방문했던 ETS 레이 니코시아(49) 윤리담당관은 25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극소수의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 저지른 일로 본다”며 “열심히 공부하는 대다수의 학생에게 불공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국 경찰과 정보 교류를 마친 뒤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 한국에 대한 블랙리스트(부정 행위자 명단)가 있는지, 한국의 부정행위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봉·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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