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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아름다운 동행’ 이어가는 삼천리

“동업하려는 사람이 있거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자본금을 6대4로 냈더라도 이익은 5대5로 나눌 자세가 돼 있다면 동업하라. 이익의 많고 적음을 따지면 절대 오래 못 간다.”

삼천리그룹의 공동 창업주인 고(故) 유성연 회장의 말이다. 삼천리그룹은 유 회장과 역시 작고한 이장균 회장이 1955년 연탄사업으로 시작한 회사다. 지금은 도시가스·자원개발이 주력이다. 두 사람의 2세들인 이만득·유상덕 회장이 연 매출 5조원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특이한 공시로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주요 계열사인 삼탄이 삼천리 주식 1주를 팔았다고 공시했다. 소액주주도 아닌 기업이 주식 1주를 파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사정은 이랬다. 삼탄은 계열사 간의 지분을 조정하면서 갖고 있던 삼천리 주식 26만4693주를 이만득·유상덕 회장 일가에 절반씩 넘겼다. 그런데 나누고 보니 딱 1주가 남았다. 그까짓 것 어느 쪽이 가져도 상관없을 것 같지만 회사는 이를 따로 매각했다. 거래하던 증권사가 사갔다.

그룹 관계자에게 왜 그랬느냐고 물었다. “남들 눈엔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동업의 원칙을 지켜온 우리 회사로선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두 선대 회장은 창업하면서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똑같이 나누고, 투자비율이 달라도 수익은 균등 배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만득·유상덕 회장이 각각 맡고 있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삼천리와 삼탄은 사옥 높이까지 10층으로 맞췄다.

창업주인 유성연·이장균 회장은 함경남도 출신이다. 1947년 소련군 상대로 쇠고기 통조림 장사를 하면서 만났다. 한국전쟁 때 월남한 두 사람은 이후 거제도(유 회장)·포항(이 회장)에서 장사를 하다 재회해 55년 ‘삼천리연탄기업사’를 창업했다. 둘의 성격은 달랐다. 유 회장은 심사숙고형이었고, 이 회장은 직설적이고 외향적이었다. 그룹의 명운이 걸린 고비마다 두 사람은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는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 둘 중 나이가 위였던 유 회장은 생전에 “동업은 서로의 잘못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과오를 덮어주고 다독이며 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93년 그룹을 물려받은 2세들도 벌써 17년째 선대의 가르침에 따라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큰 기업에서 다툼이 일어날 때마다 삼천리의 동업 관계가 주목을 받는다”고 말했다. 기업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주요 구성원이 서로를 믿지 않고 싸우면 잘 될 수가 없다. 삼천리그룹의 모태인 삼천리는 창업 후 5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김선하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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