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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23년 만에 먹어본 ‘짬~밥~’

한때는 자장면이 장병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지금은 쌀국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혹한기 훈련 중인 사병이 간식으로 나온 쌀국수를 맛있게 먹고 있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삼원 고추장’이었던 적이 있었다. 1986년 이등병 때, 병장들이 PX에서 고추장을 사서 짬밥(병영식)에 비벼 먹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가끔씩 먹고 남은 봉지를 건네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웠었다. 사실 그때 짬밥은 참 맛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대 밥이 맛있어졌다는 얘기가 들렸다. 하긴 엊그제 제대한 예비역들도 “요즘은 군대 밥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정말인지 알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병영식 종류를 살펴보니 다양해지긴 했다. 냉면·스파게티·생우동·쌀국수가 나온다. 덕분에 한때 병사들의 초절정 인기 메뉴였던 자장면은 인기가 뚝 떨어져 공급횟수를 줄인다고 했다. 오리고기·소갈비·낙지도 메뉴에 있다. 그래서 제대 후 23년 만에 짬밥을 먹으러 다시 부대를 찾아가 봤다. 설을 앞둔 이맘때 군대 보내고 걱정이 많은 부모님들을 대신해서 말이다. 실제로 확 달라져 있었다.

민간 조리·영양사 투입, 맛 살리고 영양 맞추고

육군의 한 병영식당에 갔던 날은 눈발이 날렸다. 오전 11시반이 되자 식당엔 병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메뉴는 오리 불고기와 김치찌개·양배추쌈·김장김치. 오리고기는 병사들이 최근 들어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라고 했다. 한승수(22) 이병은 오리 불고기를 듬뿍 담았다. 한 이병은 “입대 전에는 군대 밥이 맛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 걱정을 했지만 막상 먹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맛있다”고 했다. 하지만 양배추쌈은 조금밖에 담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옆에 있던 홍남기(23) 병장은 “내가 이등병이었을 때보다 메뉴가 정말 다양해졌다. 튀김만 해도 오징어 튀김·게살 튀김·탕수육·깐풍기가 추가됐다. 닭고기 튀김도 프라이드뿐 아니라 양념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먹어본 병영식은 맛있었다. ‘병영식을 맛있게 만들기’ 위한 군대의 노력이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부대 취사반엔 아주머니 한 명이 근무하고 있다. 민간 조리원이다. 영양사나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로 국방부가 식수 인원 200명이 넘는 부대 취사장마다 한 명씩 배치하고 있다. 현재 약 1000명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주임무는 음식 맛을 내는 것. 이 부대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한연자(52)씨는 “옛날에는 선임병들의 입맛에 따라 맛이 결정되었다고 들었다”며 “지금은 국이나 찌개를 병사들에게 내기 전에 내가 모두 간을 본다”고 했다. 국방부 방침에 따라 화학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직 천연 조미료만 갖고 맛을 낸다. 집에서 해주는 엄마의 손맛을 병영식에 도입한 것이다.

화학 조미료 쓰지 않고 ‘엄마 손맛’ 그대로

1월 15일 제3군수지원사령부 예하부대 점심 메뉴. 오리고기 불고기와 돼지고기 찌개가 이날 메뉴였다.
실제로 요즘 군대 밥은 좋아졌다. 벌건 기름만 둥둥 뜬 돼지고기국, 두부 한 조각 없는 된장국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꼬리곰탕·오리고기·소갈비·청국장·아귀·키조개 관자·갑오징어 등이 나온다.

이 부대의 한 달 표준식단을 봤다. 밥 종류만 해도 감자밥·쭈꾸미덮밥·고추참치덮밥 등 19가지다. 국과 찌개는 더 많다. 사골곰탕·짬뽕찌개·순두부 해물찌개 등 31가지에 이른다. 일주일에 같은 메뉴가 다시 식탁에 오르는 일도 거의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선찌개만 먹었던 기억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그때는 밥을 증기로 쪘지만 지금은 가스 불로 25인분 솥에 직접 짓는다.

김윤판 중령은 “모든 음식은 영양사가 만든 표준조리법에 따라 조리사 자격증이 있거나 조리 관련 학과 출신들로 뽑은 취사병이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엔 병사들의 편식도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된장·김치 등 전통식과 채소를 먹이려는 각종 전략전술이 나오고 있다.



TIP 병영식 한우, 1등급 30% 2등급 50% 나오죠

병영식으로 제공되는 한우는 2등급이 절반 정도로 가장 많다. 한우는 근육 내 지방도와 고기 색깔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2등급은 중하 정도라고 보면 된다. 중간 등급인 1등급 비율은 30%며, 3등급은 약 20% 정도 나온다. 참고로 돼지고기는 삼겹살이 약 21%, 목살이 약 10% 정도 된다. 나머지는 일반 정육이다.

글=이석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1월 마지막 주 표준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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