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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이타적 인간

공돈 10만원을 준다는 귀가 솔깃할 제안을 받았다고 치자. 조건은 단 한 가지. 다른 이와 그 돈을 나눠 가질지 말지, 혹 나눈다면 얼마를 줄지 맘대로 결정하란다. 이른바 ‘독재자 게임’이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열 중 일곱이 선뜻 돈을 내줬다. 10만원을 독식할 수 있는데도 평균 2만5000원을 양보했다.



자기 잇속에 충실한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주창해온 경제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우리가 틀렸다. 인간은 이타적으로 태어났다”는 굴욕적 선언을 해야 할 참에 존 리스트 시카고대 교수(경제학)가 나섰다. 위 실험에 상대의 돈을 뺏어도 된다는 항목을 추가하자 결과가 딴판이 됐다. 돈을 나눠준 사람은 열 명 중 3.5명으로 줄었다. 2명은 오히려 돈을 빼앗았다. 실험 조건을 좀 더 현실화하기 무섭게 인간의 이기적 본색이 드러나더란 거다.



그렇다면 본래 이기적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종종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건 왜일까. ①유전자를 공유한 친족끼리니까 ②먼저 베푼 뒤 나중에 돌려받으려고 ③친절하다는 주위의 평판이 탐나서 ④이성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그간 지적된 이유들이다. 하지만 요즘 바다 건너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에게 앞다퉈 거액을 쾌척하는 이들에게 꼭 들어맞는 설명은 아니다.



까칠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다윈주의적 실수’라고 주장했다. 가까운 친척끼리 어울려 살던 고대에 인류는 ①②③④번 중 일부 또는 모두 때문에 이타주의적 성향을 갖게 됐을 거란다. 그런데 환경이 완전히 뒤바뀐 지금까지 그 습성을 못 버린 건 자기 애를 낳아주지도 않을 여자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화 과정의 실수란 얘기다.



3년 전 미국 국립보건원의 신경과학자들이 실수가 지속된 원인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기부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사람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로 살펴보니 유독 특정 부위가 활성화됐다고 한다. 복측피개영역(VTA), 바로 섹스를 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마약을 복용할 때 활성화되는 쾌락의 중추다. 남을 돕는 게 흡사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것 못지않은 즐거움을 주기에 한번 맛보면 자꾸 반복하게 된다는 거다. “나눔이 행복”이란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아이티의 참상을 보며 ‘이기적인 즐거움’에 탐닉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남을 도우며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니 참 고귀한 실수가 아닌가.



신예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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