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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공감의 힘

신문·방송은 연일 뜨거운 이슈들로 가득하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정책들이 연일 나오고, 정치권과 관계 집단들 사이엔 날 선 공방이 오간다. 하지만 제법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조차 자기 일이 아니면 각종 현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 학생들에게 물어 봐도 마찬가지다. 자꾸 더 물으면 어디선가 보고 들은, 무난하고 좋은 말이 등장한다. 예컨대 상생·관용·배려 같은 단어다. 그렇다면 도대체 특정 사안을 묻는 여론조사에 담긴 답은 무엇일까?



선거는 어떤가? 평생 만난 적도 없고, 무엇을 하려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에게 표를 찍는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몇 개의 단편적 내용들로 판단한다. 한 번 싫으면 무엇을 해도 밉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실에는 눈을 돌린다. ‘소통 능력’이 ‘말만 많다’가 되고 ‘추진력’이 ‘독선’이 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미디어가 선호하거나 그 눈높이에 맞는 일들에 힘을 쏟는다.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 정치의 모습인지 대중의 직관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인기와 표의 현실이다.



소비자 선택도 실은 비슷하다. 자동차를 살 때 얼마나 다양한 모델들을 자세히 알아볼까? 특정 회사나 브랜드에 애착을 갖게 되면 모든 점이 좋게 보이고 선택 폭은 더 줄어든다. 좋아하는 의사의 치료가 더 잘 듣고, 선생님이 좋으면 그가 맡은 과목도 좋아지는 이유다. 기업들은 이런 점을 활용해 더 쉽게 이해되고 기억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미디어의 위력은 여기서도 발휘되니, 인기와 표의 현실은 정치와 마찬가지다.



그 핵심에는 정서적 공감이 있다. 제품이나 정치적 행동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소비자나 유권자가 공감하는 것이다. 제품과 행동에서 나의 마음을 발견하고 애착이 생기면 자발성이 생긴다. 동호회나 팬클럽 같은 사회적 연대로 발전하기도 한다. 신라 화랑의 자살 돌격에 감동하는 병사들이 좋은 예다. ‘잘살아 보세’ ‘못 살겠다 갈아보자’도 정서적 공감을 얻었기에 힘이 있었다. 정치적 공방을 벌일 때마다 상대를 얄밉고 졸렬한 사람으로 모는 것은 정서적 공감을 거꾸로 이용한 경우다.



정서적 공감은 나의 얘기를 들어 줄 때 가장 쉽게 생긴다. 섬기는 리더십, EQ, 참여. 이 모두가 듣는 데서 시작된다. 말에 묻은 속마음까지 끌어 내려면 듣는 이의 여백(餘白)이 필요하다. 내가 다 안다고 떵떵거리면 신뢰고 소통이고 끝이다.



지도자는 원래 미안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힘을 빌려 쓰는 처지에 모든 기대를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연 20% 성장해도 그늘은 있기 마련이고, 잘나가는 회사도 삶의 현실은 피곤하다. 내건 약속이 거창할수록 기대와 현실은 더욱 멀다. 그렇다고 지도자에게 대단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 국가에서 5년 단임의 소모품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몇 가지 핵심 과제에 힘을 모을수록 못 지킨 약속은 늘어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최소한 귀담아들어 주는 정성은 필요하지 않을까?



트집과 음해가 난무하니 지도자도 억울할 때가 많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먹고살기 바빠 흔한 인터넷 댓글 한 번 못 다는 생활인들의 사연은 더욱 많다. 내 얘기를 들어 준다고 믿을 때 서운함도 줄어들고, 좋은 말로 포장된 트집과 음해의 속살도 보이기 시작한다. 가난한 부모의 미안한 마음을 알게 된 것과 같다. 바로 정서적 공감의 힘이다. 이 힘이 있어야 꼭 필요할 때 ‘이것만은 믿고 따라 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 시나리오 짜 놓고 보도진 앞에서 하는 이벤트성 행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서민 행보, 세종시 담화에는 미안한 마음, 듣는 정성이 얼마나 담겼을까? 서운한 마음엔 얼마나 와 닿았을까? 듣는 이의 여백에 말하는 이의 진실이 담기면 훨씬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찬희 교수 중앙대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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