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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는 ‘써비스’가 아니다.

웃자고 한 얘기일 수 있지만 단순히 우스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짧은 문답 속에 국내 서비스업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서비스’와 ‘써비스’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많은 경우 서비스는 써비스여야 한다는 게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인식이자 속내다.



한찬희의 프리미엄 경영

서비스업이 다시 화제다. 그 바탕에는 고용을 둘러싼 현실적인 고민이 깔려 있다. 제조업의 성장 한계 속에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면서다. 제조업에 비해 고용유발효과가 높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업이 부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해 정부가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을 내놓고 본격적인 육성 의지를 보이는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를 잘 짚었고 접근 방식도 괜찮다.



그러나 아쉬운 게 있다. 방법이다. 업종 간 진입 제한 등 일부 구태의연한 규제가 여전한 상태에서 자금 지원 등은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있다. 아직 서비스업 전반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사교육시장을 제외하고는 쓸 만한 부문을 찾기 힘들다. 자영업은 이미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부기관과 공기업에서 컨설팅 용역을 발주하는 절차를 보자. 일부 예외가 없진 않지만 대부분 최저가 입찰제가 기본이다. 사기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적 요소(또는 전문성)를 평가하는 항목이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업체를 고를 때 들이대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가격이다. 공공부문과 사기업 모두 컨설팅이라는 전문화된 서비스를 사실상 가격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른 나라도 이럴까. 미국은 2008년 한 해 연방정부 차원에서만 모두 230억 달러를 컨설팅 비용으로 지출했다. 같은 기간에 각 주정부에서 발주한 컨설팅 시장 규모 역시 50억 달러에 달했다. 공공부문 전체 컨설팅 시장은 2008년 574억 달러에서 올해는 6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와 비교조차 어렵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국 회사들이 전 세계 컨설팅시장을 석권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싼 비지떡’에만 침 흘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헐 값에 받는 서비스는 그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밑지고 파는 상인은 없다. 고급보다는 중급 내지 저급의 인력이 동원되고, 투입되는 인력이 줄 것이며, 할애하는 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손해가 가는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문제가 된 인천공항철도만 해도 그렇다. 2007년 개통 이후 이용객이 당초 예측의 10%에도 못 미쳐 정부가 민간 사업주에게 하루 수억원씩의 운영수입 보조금을 메워 주고 있다고 한다. 계획수립 단계에서 외부의 검토를 거치기는 했으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다 보니 수요 예측이 빗나가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를 날린 셈이다. 선진국에서처럼 전문기업에 의해 면밀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졌다면 이처럼 막대한 예산 낭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국내 스마트카드 시장점유율 1위로 세계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견기업 케이비테크놀러지는 몇 년 전만 해도 존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창업 초기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던 교통카드 시장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회사의 앞길이 불투명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조정일 사장은 기존 사업을 접고 스마트카드라는 새 영역에 도전하는 결단을 내렸다. 외부기관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사업 전반을 재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조 사장은 “외부의 눈으로 사업구조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싼 것만 찾는 풍토로는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제 값을 주고 제대로 서비스를 사고파는 인식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더 이상 서비스가 ‘써비스’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서비스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하고 이를 통해 고용과 국부를 늘리기 위한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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