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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파급력 큰 사건은 판사 3명이 합의 판결한다

법원이 재정(裁定)합의 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단독판사 한 명에게 맡길 경우 계속해서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정합의란 형사단독 사건에 해당하지만 특수한 경우에 한해 판사 3명이 합의해 판결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인 사건은 판사가 3명인 합의재판부(부장판사 1명, 배석판사 2명)에서, 그 미만인 사건은 단독판사 혼자 담당한다. 하지만 재판이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클 때에는 합의부가 재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그간 이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데는 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이 힘을 잃은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특히 지난해 2월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관여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법원은 일부 예규를 손질했다. 지난해 6월 사건 배당과 관련된 예규에서 “사안의 내용이 복잡하거나 심판이 다수의 이해관계인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기타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건은 사건 배당 주관자가 적정한 심판 또는 사무분담의 공평을 고려해 적절하게 배정할 수 있다”는 기존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사건 배당은 컴퓨터를 통한 무작위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재정합의 부분은 남아 있다.

수도권의 한 법원장은 “괜히 재정합의를 한다고 했다가 그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단독판사 입장에서도 사건을 재정합의에 넘기면 ‘소신 없고 무능하다’고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게 판사들의 시각이다. 당초 PD수첩 사건도 재정합의를 하는 방안이 고려됐지만 결국 자동 배당 방식으로 재판부가 정해졌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당시 민감한 사건을 놓고 재판부를 조정하는 것은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정합의 제도를 잘 활용하면 재판권 독립을 지키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며 “법원 내 토론 문화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을 기준으로 일률적 배치 어려워”=대법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형사단독판사는 10년차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주요 법원의 형사단독 판사 대부분이 이미 10년차 이상으로 채워져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형사단독 판사 16명 가운데 13명이 10년차 이상이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와 PD수첩 제작진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는 각각 13년차, 10년차의 40대 판사다. 일부 지방의 법원·지원 형사단독 재판부에 10년차 미만의 판사들이 포진해 있지만 인력 수급 문제 때문에 일률적 기준에 따른 배치는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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