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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굴 속에 뛰어든 한국의 27세 ‘제인 구달’

#1. 호랑이를 찾아서



KAIST 출신 생물학도 임정은씨

‘한국호랑이의 수호자’를 꿈꾸는 임정은씨가 대전동물원에서 호랑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미국 야생동물보존협회(WSC)의 ‘훈춘 호랑이팀’의 일원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2007년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의 겨울은 추웠다. 혹한 속에서 임정은(27)씨는 눈 덮인 산등성이를 헤매고 다녔다. 발을 내디디면 무릎까지 눈에 빠졌다. 임씨가 찾는 것은 이 지역에서 ‘산신(山神)’으로 불리는 한국 호랑이였다. 훈춘은 중국·북한·러시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현재 생존하는 시베리아 호랑이 500여 마리 중 대부분이 훈춘 등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대에 살고 있다. 임씨는 미국 야생동물보존협회(WCS·Wildlife Conservation Society) ‘훈춘 호랑이팀’의 일원으로 이곳에 처음 도착했다. 총 6명의 팀원 가운데 임씨는 유일한 한국인이자 여자였다.



훈춘의 겨울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 재래식 공동화장실에 찬물만 나오는 샤워기로 지난해 11월까지 2년여를 버텼다. 임씨는 낮에는 호랑이에게 적대적인 주민들을 설득하고, 밤엔 호랑이의 활동을 추적했다. 호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은 단속을 피해 올무를 놨다. 임씨는 “호랑이를 지키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생계를 포기하라는 말이냐. 너희 나라로 꺼지라”고 욕을 했다.



#2. 끊을 수 없었던 인연



임씨는 2005년 KAIST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호랑이의 ‘기품 있는 아름다움’에 반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100년 전에 번성했던 호랑이는 멸종했다. 연해주 지방의 호랑이도 멸종 위기에 처했다. 임씨는 “한국 호랑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생물학도로서 책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대학 재학 시절 대전의 동물원에 찾아갔다. “보수를 안 받아도 좋으니 호랑이 사육을 돕고 싶다”고 매달렸다. 대전 오월드동물원 강영호 사육사와 함께 일하게 됐다.



임씨는 영국 런던임페리얼대 석사 과정에 진학, 1년 만에 학위를 마쳤다. 2007년엔 뉴욕에 본부를 둔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는 당시 WCS의 호랑이 프로젝트 책임자 안드레아 헤이들러프를 찾아갔다.“호랑이 보호를 위해 중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곧 호랑이팀에 들어갔다. WCS 팀원으로 훈춘으로 갈 때 월급은 겨우 1000달러(115만원 상당)였다.



#3. 한국의 ‘제인 구달’이 꿈



임씨는 “제인 구달을 닮고 싶다”고 했다. 제인 구달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평생 침팬지·고릴라와 함께 살며 연구한 동물학자다. 그가 2년여 동안 훈춘에서 고생을 한 이유도 제인 구달처럼 전설적인 학자가 되려면 현장에서 동물들의 생태를 직접 보고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생태계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에 있다. 호랑이가 생존하는 것은 그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임씨는 “호랑이를 살리는 것은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 선진국은 호랑이 보호를 위해 수천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임씨는 “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호랑이에 대한 사랑을 접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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