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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칼럼] 세종시, 6자회담, G20 - 기회와 선택

통치(統治)는 곧 우선순위의 선택이라고 지적한 바 있지만 그 선택의 주체는 바로 우리 국민임도 알아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이 명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선택의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는 국민의 힘은 막중한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도 선택이나 결정을 하기 어려운 국가과제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벌써부터 국민들에게 무거운 부담감을 주고 있다. 국민과 정치권은 당면하고 있는 국내 문제, 남북 문제, 국제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선택하기에 앞서 우선 무엇부터 유의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첫째, 개별과제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선택해야만 하는 절대적 및 상대적 필요성이 무엇인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둘째, 국내·남북·국제 세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국가이익의 종합적 관점에서 개별과제의 중요성을 평가해야 한다. 셋째, 한반도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 국가들의 정책적 우선순위의 틀 속에서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어느 정도이며 이를 상승시킬 방도는 무엇인가를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세 차원에서의 국가적·국민적 노력이 순조로이 진전되어야만 우리는 비로소 타당성과 효율성, 그리고 실현 가능성까지 골고루 갖춘 국가과제의 우선순위 결정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의 주요 과제로 이미 부각되어 있는 세종시,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중심으로 우선순위 선택을 둘러싼 논의의 단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세종시 문제는 단순히 원안과 수정안 사이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파탄에 직면한 국가과제의 결정 절차를 어떻게 바로잡느냐는 정치구출의 응급과제가 되어 버렸다. 국가이익과 지역이익은 분리해 검토되어야 하는지, 사안이 지닌 본질적 타당성과 절차적 타당성 여부는 전혀 별개의 사항으로 취급해야 하는지, 국가운영 과정에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절대적 효력이 인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헌법적 차원에서의 합의 없이 무작정 열기만 더해 가는 논의와 격돌은 국민적 선택에 혼선만 가중시킬 뿐이다. 또한 남북관계의 진전이나 통일전망과 세종시 문제는 어떻게 연계되어야 하는지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지난해 말로부터 파급된 일반적인 관측은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가 극도의 긴장대결 상태를 벗어나 대화국면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보즈워스 미국 특사의 방북을 통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를 확인했고 싱가포르 접촉 등으로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과 북은 각기 중대한 우선순위 선택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특히 기존의 남북 간 합의사항들의 유효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할 것인가 여부는 어려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으며 상당한 조정과 협상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에는 무엇보다도 비핵화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재확인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선택,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실행하는 선택 등이 지극히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한편 우리로서도 지난 두 정부가 북과 합의한 사항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민족공동체 추진을 위한 구체적 협조를 위해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북한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미·북 협상과 더불어 6자회담의 성공은 필수적인 사안이다. 다만 그러한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지금보다 훨씬 높은 국가적 우선순위로 부상시켜 주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우리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다각적인 통일외교를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게 된 G20 모임은 금융위기 이후의 새로운 국제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지구촌의 공통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중대한 회의의 주인 역할은 곧 우리에게는 행운과 기회를 의미한다. 이미 평화유지활동(PKO), 공공개발원조(ODA),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대처 등 여러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에 앞장서 참여해 우리의 몫을 책임지기로 결심한 우리로서는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나라의 위상을 크게 제고해야 할 것이다. 이는 통일로 향한 획기적 전진과 민주국가로서의 내실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이기도 하다. 세종시도 잘 건설하고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시키고 지구촌에서 존경받는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혜와 힘을 모아 보자.



이홍구 전 총리·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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