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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류의 꿈, 공예문화상품 ① 인사동 수예공방 ‘빈콜렉션’

보자기 형태의 가방. 도시락이나 소지품을 담아 다닐 수 있다.
첫 이야기는 이불과 베개, 보자기 같은 수예품에서 시작한다. 예부터 집안의 여자들이 만들고 꾸미고 다듬어 온 일상용품. 그래서 규방공예라고도 불린다. 이런 수예품은 한국 여인들의 색채가 분명히 드러나는 문화상품이기도 하다. 벤치마킹한 곳은 ‘빈콜렉션’이다. 이곳은 전통적인 한국 문양을 모티브로 만드는 수예점이다.



덴마크 여왕이 들러 이불 샀어요, 오방색에 반했답니다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 작은 가게가 있고, 서울 정동 성공회 교회 부속건물에 공방과 작은 전시장이 있다. 이 가게엔 일본인들이 뻔질나게 드나든다. 그들은 오방색의 색동 이불과 베개, 방석과 보자기, 앞치마를 사 들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덴마크 여왕도 이 집에 들러 이불을 사 가고, 이 집 물건을 컬렉팅하는 외국인 컬렉터들도 있다. 일본 도쿄 롯폰기의 큰 쇼핑몰 미드타운 공예점에선 이 집의 물건을 주문해다 상설 판매하고 있다. 매달 물건의 60~70%를 일본인이나 외국인이 사 간단다.



이 가게를 찾아가 강금성(51) 사장을 만났다. 그리고 물었다. 외국인이 찾는 한국 전통상품은 어때야 하느냐고. 세 차례를 만나는 동안 그는 곰곰이 생각한 것들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글=양선희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1 명주 조각을 바람개비 모양으로 이어 붙여 만든 베갯모(왼쪽)와 자수 베갯모를 댄 베개들. 2 한쪽에 블랭킷을 댄 무릎이불.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형태다. 3 앞치마에 고리를 달아 수건을 매달 수 있게 했다. 4 실크 조각을 이어 붙여 바람개비 문양을 댄 돈보.


외국인이 보는 곳에 물건을 가지고 가야 한다



강 사장이 빈콜렉션 공방을 연 것은 2001년이었다. 서울 삼청동의 한옥집에서 알음알음으로 이불과 베개를 만들어 팔았다. 그러다 2004년 말 쌈지길에 매장을 열었다. 이듬해 초 롯폰기 미드타운 바이어가 쌈지길에 들렀을 때 그의 물건을 보았다. 미드타운 내 공예품점에 전시해 팔겠다며 베개 몇 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5년째 베개뿐 아니라 이불·앞치마·방석·보자기 등 주문하는 종류와 주문량이 계속 늘었다. 이후 그의 쌈지길 매장을 일본인들이 찾기 시작했다. 미드타운에서 봤다며 일본보다 싼 물건들을 신나게 사 갔다. 일본 관광을 다녀온 한국인들도 미드타운에서 그의 물건을 보고 역으로 한국 가게를 찾아오곤 했다. 이 가게는 일본 관광책자에 실렸고, 일본 잡지에도 실렸다. 그는 2008년 프랑스 인테리어 박람회인 ‘메종 오브제’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오방색의 바람개비 문양과 색동에 매혹된 프랑스인들을 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프랑스에 자신의 이불을 팔 궁리를 한다.



문양과 색깔만 남기고 기능은 현대화한다



그의 집엔 유독 무릎이불이 많다. 온돌이 없는 일본인들에게 이는 필수품이다. 그래서 우리의 색깔과 문양으로 이불을 만들어 일본인들의 무릎을 덮어준다. 일본인들을 위한 것과는 다른 무릎이불도 있다. 한 면은 까칠까칠한 블랭킷으로, 다른 면은 색동이 고운 한식 홑청으로 덮었다. 프랑스 메종 오브제에서 본 유럽인들의 블랭킷에 우리 문양을 접목한 것이다. 그의 집엔 라텍스 속이 쌓여 있다. 유럽인들이 쿠션과 베개로 쓰는 속을 사다가 겉을 한국식으로 싸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이 물건들을 들고 다시 유럽 시장을 찾아갈 꿈을 꾸고 있다.



상대의 문화를 알고,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과 한국에는 보자기 문화가 있다. 한데 둘은 닮은 듯하면서 다르다. 예를 들어 돈을 싸는 돈보의 경우 한국인들은 돈보에 돈을 싸서 상대에게 준다. 반면 일본인들은 돈보에 돈을 싸가서 안에 있는 돈을 꺼내 준다. 결혼식 등 즐거운 날엔 밝은 색의 돈보를, 상사엔 어두운 색 돈보를 쓴다. 그래서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을 겹쳐 돈보를 만들었다. 한 개로 뒤집어서 사용할 수 있게 말이다. 일본인들에게 불티나게 팔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앞치마에 수건을 거는 고리를 하나 만들었다. 부엌일을 하다 손을 닦기 위해 수건을 찾으러 다니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물건도 용도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조각보·색동은 독창적인 문화유산이다



프랑스 메종 오브제에 갔을 때다. 자수로 만든 베개와 서로 다른 색깔을 이어 붙인 바람개비 문양의 베개를 가지고 갔다. 서양인들은 자수제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온통 색동과 바람개비에만 매달려 있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색깔들이 어떻게 이렇게 어울리느냐며 신기해했다. 신비하다며 용처도 모르는 목베개를 사 가는 이도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자수엔 왜 관심이 없을까?’ 그러다 답을 찾아냈다. 이미 너무 많은 중국산과 베트남산의 싸구려 자수제품들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었다. 동양의 독특한 자수문화가 이미 싸구려로 인식된 게 아닌가 가슴이 뜨끔했다. 색동문화가 싸구려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키는 일에 마음이 급해졌다.






빈콜렉션 강금성 사장



강금성 사장이 만드는 침구와 수예품들은 모두 할머니들로부터 물려받은 솜씨다. 경북 안동에서 4대가 함께 살며 증조할머니와 친할머니·외할머니가 바느질하고 수놓아준 옷을 입고, 이불을 깔고 덮고 살았다. 그 때문인지 가정주부로 살면서 퀼트를 배우는 등 바느질에 몰두했다. 그러면서 한식 조각보를 만들었고, 자신의 바느질 솜씨로 공방을 열었다. 색색으로 염색한 명주들을 이어붙여 베갯모를 댄 베갯잇을 만들고, 그 안에 메밀과 좁쌀을 넣어 전통방식의 베개를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 할머니가 누에고치를 베개에 넣던 것(사진)을 생각해냈다. 딸이라 얻어 베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이 베던 그 베개를 재현했다. 그는 이렇게 전통 베갯속을 넣은 베개를 만드는 것으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또 색색의 비단을 이어붙여 이불을 만들고, 한복도 만들고, 보자기도 만든다. 바느질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만들어낸다. 그저 열심히 만들다 보니 일본 공예점에서 먼저 와서 물건을 사갔다.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의 후원으로 프랑스 메종 오브제에도 참가했다. 영국·홍콩·베트남 한국문화원 공예품 상설전시장에 전시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 성공회 부속건물에 문을 연 6실짜리 작은 호텔, 달개비 컨퍼런스 하우스도 그의 이불과 쿠션·커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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