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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토탈 부산지점 ‘무 오피스’ 실험

올해 들어 사무실을 없앤 삼성토탈 부산지점의 노진수씨가 19일 부산시 해운대구의 도로에 앉아 거래처와 통화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오전 7시.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다. 전날 밤 술자리가 길어진 탓이다. 석유화학회사인 삼성토탈 부산지점의 노진수(25·영업사원)씨는 세수도 하기 전에 노트북부터 켰다. 30분 뒤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열리는 지점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오전 8시쯤 회의가 끝나자 그는 집에서 당일 필요한 서류작업을 시작했다. 여느 회사원이라면 허겁지겁 출근을 서두를 시간이다.

삼성과 프랑스 토탈의 합작사인 삼성토탈은 올해부터 부산지점의 사무실을 없앴다. 이 회사 부산지점은 신발·포장재·필름 등을 만들 때 쓰는 합성수지를 주로 판다. 직원은 지점장 포함 4명이다. 인원은 적어도 연간 매출액이 800억~1000억원에 이르는 알짜 지점이다. 영업사원 한 명 한 명이 ‘움직이는 중소기업’인 셈이다. 장사가 안 돼 ‘무(無) 오피스’ 영업을 시작한 건 아니란 뜻이다.

부산지점은 그간 전용면적 120㎡가 넘는 사무실을 빌려 써 왔다. 임대료·운영비로 월 500만원 이상이 들었다. 본사는 지점 사무실을 없애면서 “비용 절감이 아닌 영업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의·서류작업을 위해 회사에 오갈 시간에 거래처를 한 곳이라도 더 들르라는 취지다.

아낀 사무실 비용은 지점의 영업을 돕는 데 투입됐다. 월 100만원 선이던 지점 영업활동비는 400만원 선으로 뛰었다. 지점은 이 돈으로 고객인 중소기업을 위해 기술 지원 세미나를 열고, 한 달에 한 번 주요 거래처와 문화·체육 행사를 하기로 했다. 집에서 서류 작업이 가능하도록 직원들에게 프린터·팩스 기능을 갖춘 디지털 복합기도 나눠줬다. 꼭 필요한 회의는 열 수 있게 해운대에 있는 한 호텔의 비즈니스 라운지와도 계약했다. 직원들의 명함에는 기존 사무실 주소 대신 호텔 주소가 들어갔다.

지난해 말 회사가 처음 ‘무 오피스’ 아이디어를 내놨을 땐 직원들은 걱정이 많았다. 박승호(44) 지점장은 “거래처에서 회사 형편이 어려워진 걸로 오해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리사원은 법인 인감과 주요 서류를 어디다 보관하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막상 부딪쳐보니 많은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우선 상당수의 거래처가 신선한 시도라며 격려했다. 식품포장용품 등을 만드는 크린랲의 오정환(52) 개발부장은 “사무실을 없애면 영업사원이 갈 데가 없으니 거래처를 더 많이 찾아와 괴롭힐 것 같다”며 웃었다. 법인 인감의 보관 문제도 은행 대여금고를 이용하니 해결됐다. 부산의 한 은행은 삼성토탈이 운영자금 일부를 예금하는 조건으로 경리사원이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까지 내줬다.

회사의 기대가 큰 만큼 부산지점 직원들은 요즘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나민철(37) 과장은 “이제는 어디든 휴대전화와 노트북만 켜면 그곳이 사무실”이라며 “거래처 이동 중에 급한 일이 생기면 고속도로 휴게소나 커피전문점에서도 간이 회의를 연다”고 말했다. 노진수씨는 “과거엔 거래처를 하루 4~5곳 방문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요즘엔 6~7곳은 간다”고 전했다. 물론 아직까진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업무와 가정 생활의 조화가 그렇다. 나 과장은 “전산 작업 등으로 오전에 집에 있을 때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면서 ‘아빠, 왜 회사 안 가’라고 물어오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삼성토탈은 상반기에 부산지점에서 새 제도를 실험한 뒤 의견을 수렴해 대구·광주·대전 등 다른 지점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유석렬 사장은 “급변하는 국내외 영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앞으로 더 유연한 영업전략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선하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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