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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블랙 케네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는 생전에 “미국은 케네디 가문에 친절했다”고 말했다. 그럴 법도 하다. 휴일도 없이 술통을 만들어야 했던 아일랜드계 이민자 집안에서 4대 만에 최연소 대통령(존), 법무장관(로버트), 9선 상원의원(에드워드) 형제가 나왔으니. (오오마에 마사오미, 『케네디가의 인간학』)

미국이 케네디가에 친절했다면 매사추세츠는 케네디가를 사랑했다. 2대 패트릭 조셉 케네디는 28세에 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이 됐다. 케네디 대통령도 29세에 주 하원의원, 35세엔 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늘 케네디가의 몫이었다.

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1962년 상원의원 자리를 물려받은 ‘막내’ 에드워드가 ‘매사추세츠=케네디가’의 공식을 굳혔다. 그는 지난해 8월 뇌종양으로 사망할 때까지 47년을 연임했다. 69년 그가 여비서를 교통사고 현장에 버려두고 간 죄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을 때도, 8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졌을 때도 매사추세츠는 변함없이 그를 지지했다.

그런 매사추세츠가 19일 에드워드의 후임으로 공화당 후보를 뽑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격이다. 더구나 매사추세츠는 ‘공화당원이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주’로 불릴 정도로 민주당 텃밭이었다.

이 선거 결과로 공화당은 41석을 확보했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권한을 얻게 된 것이다. 에드워드가 죽기 직전까지 매달렸던 의료보험 개혁법안 통과가 한층 어려워지게 됐다.

에드워드의 뜻을 받아 의보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블랙 케네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에드워드는 아들이나 조카 대신 오바마를 정치적 후계자로 삼았다. 꿈과 희망을 말하는 젊은 명연설가에게서 둘째 형 존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케네디가의 영지’가 ‘블랙 케네디’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오바마는 이곳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했다.

매사추세츠는 케네디가의 양자(養子)를 아직은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블랙 케네디’의 매사추세츠 상속은 언제쯤 될까.

구희령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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