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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써니리] ‘무라까미 하루끼 읽는 CEO’

베이징 한국대사관 근처에는 'GATEWAY'라고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빌딩이 있다. 언젠가 안개가 낀 밤에 택시를 타고 三环도로 옆에 놓여있는 그 빌딩을 지나치다 '통로'란 의미의 그 글씨가 마치 포스트모던시대의 표어를 보는 것처럼 '쿨'하다고 느꼈다.

그 빌딩 안에 자리 잡은 김동진 포스코차이나 사장의 사무실엔 무라까미 하루끼의 장편『1Q84』이 놓여있었다. 그가 막 끝낸 책이다.

주인공은 언제부턴가 하늘에 달이 두개 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세계가 지금껏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가 더 이상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달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대상이고, 삶의 '방향성' (orientation)을 제시한다.

"서울에 있는 사람들에게 달은 하나다. 미국이다. 내가 보기에 달은 둘이다. 두 번째는 중국이다." 김동진 사장은 CEO라기 보다는 철학자 같았다.

그는 한중수교 1년 전인 1991년도에 중국에 와서 줄곧 중국에서 한 우물을 판 중국통이다.

"미국발금융위기 속에서 중국이 보여준 역할은 세계경제회복에 도움을 준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이상이다. 판을 아예 바꿔놓았다. 중국이 'G2'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걸 중국에 나와 있는 한국기업들이 보았고, 한국본사들의 최고경영층에게 확실히 전달되었다. 이것이 새해에 한국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더욱 전면적으로 진출하는 계기로 승화될 수 있다."

무라까미를 인용하는 CEO는 처음이었기에 그의 이 말이 깊이 뇌리에 남았다. 이미 '두개의 달의 시대'에 접어들었으니 시대에 뒤쳐지지 말고 정신 차리라는 선승의 화두 같기도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만나본 학자들 중에도 '달이 두 개인 양극화시대'를 예견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은 '미국이라는 달'이 빨리 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미국의 시대'가 한동안은 지속되다가 달 두 개의 양극화시대로 가고, 그리고 결국은 '다극화시대'로 갈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한두 개의 큰 달을 중심으로 움직이다가, 그 달의 크기가 조금 작아지면서 결국은 여러 달들이 서로 활발한 작용을 하는 시대로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리더십의 권위를 상실했고, 중국은 리더십의 책임을 부담스러워하는 지금 하늘의 달이 몇 개일까? 그 별자리의 흐름을 잘 읽는 한국이 되었으면 한다.



써니 리 (boston.sunny@yahoo.com)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보내드리는 뉴스레터 '차이나 인사이트'가 외부 필진을 보강했습니다. 중국과 관련된 칼럼을 차이나 인사이트에 싣고 싶으신 분들은 이메일(jci@joongang.co.kr)이나 중국포털 Go! China의 '백가쟁명 코너(클릭)를 통해 글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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