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home&] 화려한 장식보다 날 것이 아름다운 이유

도예가 이헌정씨
이헌정(43). 대한민국의 도예가다. 한데 그는 꼭 도예만 하지 않는다. 조각도 하고 설치미술도 하고, 가구도 만든다. 그가 만든 가구는 꼭 나무가 아니다. 콘크리트로도 만들고, 도자기로도 만든다. 그는 원래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작가다. 국내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선 그가 만든 그릇을 쓰고, 서울 청계천에 있는 세계 최대 도자 벽화인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도 그의 작품이다. 그러다 지난해 갑자기 인터넷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졸지에 대중적으로도 유명해졌다. 지난해 9월 디자인 마이애미 바젤에서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그의 콘크리트 테이블을 사가면서다. 그런 이 작가가 자신의 최고 작품으로 꼽는 것은, 실은 그의 집이다. 경기도 양평 산골짜기에 지은 3개 동의 집. 칠도 하지 않은, 날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건물이다.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인부들을 불러다 6년이나 걸려 직접 지은 집이다. 이름은 ‘캠프A’. 창작의 첫 기지라는 뜻이다. 벽 하나, 소품 하나까지 그의 손을 거쳐간 살아있는 전시장이다. 그가 지은 집을 들여다봤다.



브래드 피트가 작품 사 간 도예가, 이헌정씨의 ‘최고 작품’은 바로 자기 집

글= 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집은 발가벗었다



“재료가 갖는 질감과 무게감을 최대한 살려 날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의 집엔 화려한 장식이나 값 나가는 재료는 하나도 없다. 뭔가 더 바르고 붙여야 할 것 같은 원재료들이 그대로 발가벗은 채다. 건물 전체는 콘크리트 더미로 보인다.



콘크리트 싱크대 갤러리 건물 지하에는 부엌이 있다. 이씨가 종종 사람들을 불러 음식을 해 먹이는 곳이다. 한데 싱크대 상판 전체가 회색빛 콘크리트다. 연마 작업에 공을 들여 일반 콘크리트와 달리 매끈매끈하다. 모양은 보통 싱크대를 틀로 삼았다. 콘크리트는 돌처럼 깎는 것이 아니라 액상에서 형태를 만들기 쉬워 모양의 변주가 쉽다. 옆에는 그릇을 씻어 말릴 수 있게 건조대용 홈을 파놓았다.



미닫이 철제문 갤러리 위층은 작은 사무실이다. 한 쪽엔 작업용 테이블이 있고 다른 쪽에는 회의실이 있다. 둘을 분리하는 것이 함석 소재의 미닫이문. 함석은 철제 재료 중에서도 가장 값이 싸다. 미닫이의 크기가 가로 2m나 된다. 문이 벽이 되는 실험이다. 하지만 철제의 육중함에 숨통을 틔우려 가운데에는 작은 유리창도 만들었다. 철제문에는 못같이 생긴 자석이 가득 붙어 있다. 직원들에게 알릴 공지와 전시 스케줄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아주 강력해서 서류는 여기다 붙여놓으면 잃어버릴 걱정이 없다”고 그는 자랑한다.



벽난로와 장작함 집에 들어서자 나무 타는 냄새가 가득했다. 평지보다 평균 5도는 낮은 기온에 바닥 보일러만으로는 훈훈해질 수 없어 들여놓은 것. 기성 제품을 사려니 600여만원이나 하는 고가라 아예 직접 만들었다. 난로는 직접 용접을 했고, 내와벽돌로 난로를 둘러쌌다. 이 벽돌은 열을 머금는 성질이 있어 불이 꺼진 뒤에도 5시간 정도 온기가 남는다. 난로 옆에 두는 장작함은 쓰던 옻칠함을 리폼했다. 뚜껑을 빼고 바퀴를 달아 쓰니 무거운 나무를 옮겨 나르기 편해졌다.



일상이 즐거워지면 좋은 예술



이씨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복층 집 내부. 공중에 걸려 있는 구름다리가 방과 방을 연결한다. 윗쪽에 보이는 방엔 문도 벽도 없다. 대신 책꽂이가 벽을 대신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집·작업실·갤러리 3개 건물의 전경.
“예술이 꼭 거창할 필요가 있나요?” 뭔가 작품을 내놓으면 이런 저런 의미를 부여하는 ‘평론’이 부담스럽다는 그다. 대신 그는 ‘재미’를 따진다. 다소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덜 깨끗하더라도 일상이 즐거워지면 더 ‘좋은’ 예술이다.



구름다리 천장이 높은 집에서 처음에는 부엌 위쪽에만 복층 침실을 마련했다. 여느 집과 다른 탁 트인 공간을 원해서였다. 하지만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딸이 주말마다 자고 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침실이 하나 더 필요해졌다. 부엌 맞은 편 거실 위로 방을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 사이가 문제였다. 그래서 생각한 게 구름다리. 어릴 적 놀이터에서 놀던 기억에 재미도 나고 아래층에서 봤을 때 답답하지 않을 통로가 가능했기 때문. 다리로 나무로 만들고 천장은 색색의 와이어로 연결해 산뜻함을 살렸다.



DIY 철제 책꽂이 벽이 별로 없는 게 이 집의 특징이다. 대신 책꽂이가 공간을 분리한다. 아래에서 2층을 올려다봤을 때 침실을 가려주기도 하고, 부모의 침실에서 딸의 방을 나눠주는 역할도 한다. 검정 철판이 세련된 멋은 없지만 장식이 없어 옷·책처럼 지저분해 보이기 쉬운 수납 공간에 어울린다.



시냇물 물받이 갤러리에 있는 아일랜드 주방에는 기이한 간이 싱크를 만들었다.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을 바로 받아쓰지 않고 플라스틱관에 흐르게 한 뒤 밑에서 모이게 한 것.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즐거운 주방을 만들고 싶었던 이씨의 아이디어다.



구멍 옷걸이 집 안 콘크리트 벽에는 지름이 5㎝쯤 되는 구멍이 규칙적으로 있다. 콘크리트의 무게를 잡아주려면 너트를 넣는 구멍이 필요한 데 이씨는 이를 메우지 않고 오히려 극대화시켰다. 그저 모양인가 싶었지만 욕실 앞에서 그 쓰임새를 발견했다. 수납 공간이 별로 없는 집에서 옷을 걸기에 안성맞춤. 구멍이 주는 미덕이다.



도자기는 가구다



그의 손을 거치면 도자기는 그릇이 아닌 가구도 되고 장식품도 된다. 그것도 골동품처럼 감상하는 작품이 아니라 집 안에서 쓸 수 있는 물건들이다. 실제 이씨는 집 곳곳에 자신의 작품을 배치했다. 도자기 협탁에는 오디오 스피커를 놓고, 욕실엔 도자기 세면대를 쓴다. 거실에 놓인 도자기 테이블에서 차도 마신다. 자연과 문명,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지만 어색하지 않다.



이씨에게 ‘이건 뭐예요’라고 물어볼 때마다 그는 ‘저도 몰라요’라고 답하곤 했다. 그것이 도자기 가구의 매력이다. 가령 사각의 납작한 받침대가 그런 식이다. 좌식에 맞는 티 테이블이 되기도 하지만 누구에겐 소품을 놓는 장식대다. 또 가운데가 움푹 파여 물을 놓고 가습기로 쓰이기도 한다. 이씨가 스툴(등받이 없는 의자)이라고 명명한 작품도 누군가 테이블로 쓸지 장식품으로 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갤러리 한 쪽 벽에는 길게 타일들이 붙어 있다. 천장이 높아 휑한 벽면 중간에 있어 마치 띠 벽지를 붙인 듯하다. 한 뼘이 조금 넘는 정사각의 사기 타일들은 이씨가 직접 세라믹 연필로 일러스트를 그려 구웠다. 낙서하듯 그린 데다 파란 색으로만 그림을 통일시켜 여러 개를 붙여놔도 어수선하지 않다.









→ 아트 섹션 바로가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