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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구호품 빨리 준다는 소문 퍼져 대통령궁 앞에만 1만 명 진 쳐

16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페티옹빌 지역의 공원에서 어린이가 음식을 떠먹고 있다.


‘슬픔조차 사치다’.

정경민 특파원,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을 가다



지진이 할퀴고 간 지 닷새째를 맞은 16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사람들은 여전히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20분쯤에도 마당에 앉아 있는 사람이 흔들릴 정도의 여진이 발생했다. 희생된 가족을 보내며 목놓아 울 겨를조차 없다. 흰 천만 씌운 채 뒷골목에 놓고 간 시신이 여기저기 널렸다. 건물 잔해 속에도 여전히 수만 명이 깔려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체 썩는 악취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허기진 배는 달래야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거리엔 다시 노점상이 나왔다. 지진의 충격에서 깨기 시작한 포르토프랭스 주민 앞엔 생존이란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살기 위한 몸부림=16일 새벽 6시 포르토프랭스 도심엔 허리춤에 침구를 낀 인파가 꼬리를 물었다. 길에서 잔 사람이다. 공터는 죄다 난민촌이 됐다.



지진으로 허물어진 대통령궁 앞 광장에도 각지에서 온 난민 1만여 명이 진을 쳤다. 사흘 전 식구 다섯 명과 함께 이곳에 온 제런 마조리스(23)는 “아직 한끼도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대통령궁 앞에 있으면 구호물자를 빨리 받지 않을까 해서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시장은 무너졌지만 곳곳에 노점상이 다시 등장했다. 포르토프랭스에서 ‘아이티 사랑의 집’이란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 백삼숙 선교사는 “이틀 전만 해도 노점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젠 어지간한 물건은 구할 수 있을 만큼 거리시장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너진 건물·수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건물이 부서지며 수도관이 파열돼 물이 솟자 거기서 빨래를 하고 몸을 씻는 아낙도 보였다. 가장 시급한 건 식수다.



지진 전에도 수돗물은 일주일에 3~4일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마저 끊겼다. 정부가 임시로 식수차를 보내고 있지만 갈증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식량난 속에 치솟은 생필품 가격도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에서 16일 시민들이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에 몰려들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파견된 지원팀이 속속 아이티에 도착함에 따라 구호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구호 본격화=15일까지만 해도 생존자 수색은 부유층 지역의 고급 백화점 카리브, 몬태나호텔, 메가마트 할인점에 집중됐다. 워낙 무너진 건물이 많아 일일이 구조작업을 벌이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6일부터 구조작업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구조팀이 희생자가 많은 매몰 현장으로 흩어지면서 곳곳에서 생존자 구조 실적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본격화했다. 미 국제개발처(USAID)는 4800만 달러(약 540억원)어치의 식량을 나눠줬다. 하루 10만L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정수시설도 설치했다. 국제적십자사·세계식량기구(WFP)도 물·식량·의약품 등을 보냈다. WFP 관계자는 “구호 지원을 위해 포르토프랭스 공항에 하루 200편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데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로가 건물 잔해로 막힌 데다 운송 트럭도 부족해 구호물자 배급에 애를 먹고 있다. USAID는 구호물품을 헬기로 전달하기 위해 14곳의 배급소를 마련했으나 배고픈 시민들이 헬기 착륙장 근처에 몰려들어 착륙에 애를 먹고 있다. 이로 인해 공항에 쌓여 있는 180t의 구호물자가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아이티에 도착해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으로부터 지진 피해 상황을 듣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AP·로이터=연합뉴스]
◆안정 찾아가는 거리=소요가 우려됐던 빈민지역 시티솔레이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엔 수많은 인파가 북쪽으로 가는 트럭에 올랐다. 여진이 계속되자 아예 지진 피해가 없는 북쪽 고향으로 가려는 사람들이었다.



포르토프랭스 명물 진흙과자 거리인 시티제가도 이번 지진으로 폐허가 됐지만 거리엔 어느새 진흙과자가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구호물자 공급이 지연되면서 굶주림과 목마름에 지친 빈민층이 동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엔군이나 미군은 구호물자를 나눠주려다 더 큰 혼란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해 고심 중이다.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뒤 한꺼번에 풀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간을 너무 끌다가 구호물자를 둘러싼 고위층 부정부패 루머가 돌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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