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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도 알 수 없는 시, 그저 한때 소나기였으면 …

서정시인들은 “난해시가 시대를 앞서갈 순 있겠으나 소통이 안 돼 시 독자를 잃어서는 곤란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16일 이경철씨의 시선집 『시가 있는 아침』 출간기념회에서다. 왼쪽부터 시조시인 유재영·윤금초씨, 시인 박건한씨, 평론가 정규웅·구중서·이경철씨, 시인 김남조·이근배씨, 양성우 간행물윤리위원장, 시인 허형만·김형영·서정춘씨. [오종택 기자]


“50년 가까이 시를 쓴 나도 알 수 없는 시는 지나치다. 여름철 한 차례 소나기라면 모를까. 오래 가서는 안 되는 현상이다.” (김형영)

『시가 있는 아침』 출간회 모인 시인·평론가 30여 명 말하다



“이상(李箱)과 같은 실험시인은 지금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시만이 정답인 것처럼 돼버리면 곤란하지 않겠나.” (이근배)



한국 중견 서정시인들이 뿔났다. “감동과 소통이 있는 시심(詩心)을 회복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16일 문학평론가 이경철(55)씨가 엮은 시선집 『시가 있는 아침』(책만드는집) 출간기념회 자리에서다. 시선집은 본지 ‘시가 있는 아침’ 칼럼에 소개된 시편 중 70여 편을 추린 것이다.



사실 “시가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주문은 “배 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잔다”는 선문답처럼 당연한 말이다. 그만큼 당연한 전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게 요즘 서정시인들의 판단이다. 한국시단 대표급 주자들의 이례적 성토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인과 독자의 대화 불능을 걱정했다.



서정시인들은 구체적으로 미래파 등 젊은 시인들의 난해시를 겨냥했다. 난해시가 각종 문학상에서 대접을 받고, 평가도 받으면서 신춘문예 응모작마저 그를 추종하는 등 지금 한국문단에서 난해시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한국 시단의 ‘신구충돌’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행사가 열린 서울 신사동 유심아카데미 세미나실. 이경철씨가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대학 강단이나 젊은 시인 사이의 연구 실험용시, 외래 이론이나 사회과학에 갇힌 시,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쓰여 감동이 없는 시”들을 지목하며 “때문에 어려운 시들은 시 아침 칼럼에 소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인 김남조씨가 이를 받았다. “해부칼로 인체를 갈라 보여주는 것 같은, 잔인하고 참혹한 시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인이 있는 것 같다.”



이날 행사에는 시인 유안진·서정춘·서상만·박건한·이가림·김형영·허형만·최금녀·공광규씨, 시조시인 윤금초·유재영·김일연·홍성란씨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평론가 구중서·정규웅·임우기·장영우씨, 소설가 이상문씨, 양성우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등도 함께했다. 면면의 무게감이 작지 않았다.



특히 시인 정진규씨는 ‘혼돈의 시’를 경계했다. 세대가 달라지면 시의 양식도 변하기 마련이고, 변화가 없으면 오히려 큰일이지만 시적 질서가 정돈되지 않은 작품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시의 앞뒤가 감각·의미·이미지 등으로 연계되는지 의식하면서 다양성을 추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 중 막내는 66년생 박형준 시인. 그는 균형감각을 강조했다. “시는 결국 언어와 사람이다. 일부 젊은 시인들의 시가 지나치게 언어실험에만 치중해 사람이 지워질 수 있다는 게 선배들의 우려인 것 같다. 양자 간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신준봉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미래파=2005년 계간지 ‘문예중앙’ 봄호에서 평론가 권혁웅씨가 처음 사용한 후 난해시의 대표격으로 여겨져 왔다. 황병승·김민정·김행숙·김언·이민하·이장욱 등 주로 30∼40대 젊은 시인들이 미래파로 꼽힌다. 언어실험, 위악적 표현 등 기존 시 문법과는 다른 작품들로 시대를 앞서간다는 의미에서 미래파로 불렸다. “소통이 어려운 말장난”이라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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