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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은행의 ‘일류’ 지원…나가타씨 서울 진출 꿈 6개월 만에 이뤘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다동의 일본식 우동집 ‘우동테이’. 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로 18개의 자리가 가득 찼다. 나가타 요시오(62) 사장은 테이블 사이로 우동과 덮밥을 나르느라 분주했다.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완구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지난해 이곳에 우동집을 냈다. 일본 완구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자 해외 사업을 구상하다가 한국에 진출하기로 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사회 분위기와 문화가 일본과 비슷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일본 대중음식을 파는 음식점을 하면서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익힌 뒤 주업인 완구 판매를 하기로 했다.



한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던 그가 찾아간 곳은 주거래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이 은행은 평소 일본 중소기업인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은행도 거래를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부서인 ‘글로벌 어드바이저리’는 국가별 데스크를 두고 있다.



나가타 사장은 이곳의 코리아 데스크에서 한국 투자 가이드북과 시장 동향 자료를 얻어 공부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기초지식을 갖추자 서울지점을 소개받았다.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로 절차가 진행됐다.



2008년 말 현장 조사를 위해 서울지점을 방문했을 때 그에게 담당 직원이 배정됐다. 그 직원은 나가타 사장에게 음식점 후보지를 물색해 줄 부동산 컨설팅 회사와 투자 절차, 세금 문제를 상담해 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을 소개했다. 나가타 사장은 유행에 민감한 젊은 샐러리맨이 많고 접근성이 좋은 서울 청계천변의 건물 지하를 택했다. 가게 화재보험은 은행으로부터 소개받은 보험사에서 해결했다. 지난해 5월 낮에는 우동과 식사류를 팔고 저녁에는 사케와 꼬치류를 취급하는 이 가게를 열었다. 한국 진출을 결심한 지 6개월 만이다. 그는 은행의 도움을 자신이 서울에 안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로 꼽는다.



서울 다동의 일본식 우동집 ‘우동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나가타 요시오 사장이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내오고 있다. 나가타 사장이 낯선 땅에서 창업하게 된 데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의 역할이 컸다. [김경빈 기자]


“낯선 곳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본금 송금부터 가게 계약, 세금, 보험 등 어느 하나 은행의 도움을 받지 않은 게 없습니다. 민간 컨설팅 업체도 많지만 은행만큼 믿을 수 있는 곳도 없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은 해외 지사를 활용할 수 있어 자체 정보력이 충분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지요.”



일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맛집이나 이자카야, 일본의 패션업체…. 일본에 ‘한류(韓流)’가 불고 있다면, 한국엔 ‘일류(日流)’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흔히 한국인의 기호나 소비성향이 ‘일류’의 배경이 된다고 하지만, 실제 원동력은 따로 있다. 바로 일본 은행들의 고객 서비스다. 특히 일본의 외식·패션과 같은 생활 밀착형 산업이 국내에 속속 상륙하고 있는데, 그 첨병 역할을 하는 게 일본계 은행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아이다 미나미(会田南·54) 서울지점장은 이를 ‘이자카야부터 석유화학 공장까지’라는 말로 표현한다.



“한국에 진출하고 싶은 일본 기업들을 지원하는 ‘원스톱 윈도’가 바로 은행입니다.”



최근 이 지점 고객 중에는 나가타 사장처럼 작은 음식점이나 이자카야를 하는 소상공인이 부쩍 늘었다. 과거에는 흔치 않던 엔터테인먼트업체, 패션회사도 거래를 트고 있다. 아이다 지점장은 “최근 1년간 일본계 외식·엔터테인먼트·패션업체 7~8군데가 고객이 됐다”고 말했다. 요즘 일본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패션업체 패스트 리테일링(유니클로)의 한국 진출을 지원한 것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었다. 한국에 들어온 일본 카레전문점 코코이찌방야, 일본 연예기획사 글로리MK엔터테인먼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은행뿐 아니라 일본의 다른 대형은행들도 중소 상공인들을 위한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사실 대형 은행에 소상공인 고객은 큰돈이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아이다 지점장이 소기업을 소홀히 하지 않는 건 양국 간 활발한 문화 교류가 서로의 경제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익만 좇는다면 대기업 고객이 훨씬 유리하지만 생활 밀착형 소기업은 한국에 일본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인들이 일본 문화에 익숙해지면 결과적으로 양국 간 교류가 강화되고 일본 기업이 한국에서 비즈니스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렇다고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진 않는다. 이 은행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아이다 지점장의 사무실 한쪽 벽에는 메모지가 여럿 붙은 세계 지도가 걸려 있다. 메모지에는 ‘마다가스카르-니켈광산 프로젝트(완료)’ ‘베트남-수력발전(진행 중)’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이 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맡은 곳들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다. 일본의 은행 빅3 가운데 한국 관련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1982년 국내 진출 이후 중공업 회사의 선박 금융, 전력·에너지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맡아 왔다. 최근엔 생활 밀착형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대한 투자 유치와 한국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오쿠 마사유키(奧正之) 미쓰이스미토모 행장은 지난해 서울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또 아이다 서울지점장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일본의 대형 은행 행장이 한국에서 훈장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이 은행이 국내에 유치한 일본 투자는 4559억원 규모다.



한편 국제금융센터(이사장 한택수)는 지난해 말 한국과 일본 금융계의 민간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일금융포럼을 결성했다. 보다 긴밀한 정보 교류를 통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자는 게 중요한 목표다.



박현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일본의 대형 금융그룹인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그룹(SMGF)에 속한 은행.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미즈호은행과 함께 일본 3대 은행이다. 미쓰이은행(1876년 설립)과 스미토모은행(1895년 설립)이 2001년 4월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일본에 429개, 미국·캐나다·유럽 등 해외에 15개 지점을 두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그룹은 2008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출액 3조5528억 엔, 영업이익 453억 엔을 기록했다. 한국에선 국민은행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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