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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대형마트 가격전쟁 현장에선 아쉽네 … 속타네 … 꼬이네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점포 천장에 싼 가격을 강조한 포스터가 나붙어 있다. [연합뉴스]


유통업체들이 경쟁하면서 가격을 내린다면 소비자로선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가격 인하 전쟁’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비해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혜택이 크지 않다면, 또 유통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된다면 얘기는 사뭇 달라진다. 올 들어 다시 촉발된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가격 인하 얘기다.



A식품업체는 지난주 이마트가 인하 품목으로 지정한 물건을 더 이상 납품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입장을 이마트에 공식 통보했다. 이 업체는 다른 방법을 짜냈다. 해당 품목의 포장과 용량을 바꿔 대형마트에 공급하기로 한 것. 이렇게 하면 가격을 내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마트는 제조업체와 가격 조정 여부를 사전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우리는 일간지 광고가 나온 당일 아침에야 이 내용을 통보 받았다” 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가 매장에 가도 인하 품목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인하 품목이 대부분 커피 믹스·샴푸 등 이따금 구매하는 공산품에 집중돼 있어서 소비자들의 체감 인하 폭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주부 김희선(37)씨는 “ 경쟁업체보다 값을 낮췄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대상 품목은 서너 달에 한 번 사는 것들”이라며 “ 정말 도움을 주고 싶다면 신선식품의 값을 확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김기환 기자



가족과 함께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신모(39)씨는 “진열대를 열심히 뒤져도 광고에서 본 물건이 없는 걸 보면 매우 적은 양만 갖다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라도 가격이 싸졌다니까 기분은 좋은데, 계산을 하고 보니 광고에 안 나온 품목을 주로 샀더라”며 “대형마트라면 들쭉날쭉한 판촉보다는 꾸준히 싼 가격에 파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좋은 의도로 가격 인하를 단행했더라도 이런 저런 부작용이 나오면서 그 취지가 빛바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단 인하 경쟁을 시작한 이상 발을 빼기도 어렵다. ‘소문에 비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실익이 없다’는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신세계 박수범 부장은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마트가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하하려 했던 것인데 단순히 손님을 끌기 위한 시도로 비쳐져 안타깝다”며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연중 인하하는 품목 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속타는 납품업체=B생활용품업체는 지난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에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인하 대상으로 선정된 품목을 납품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B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이 ‘가격 인하’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 식품업체는 지난주 본부장급 이상 간부 전원이 참석한 확대 간부회의를 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는 대신 증정품을 끼워 파는 쪽으로 영업 담당자들이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납품업체들은 어렵사리 속내를 밝히면서도 제품명이나 회사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 최대 판매 채널인 대형마트를 섭섭하게 할 경우 닥쳐올 불이익이 두렵기 때문이다. 한 유제품업체 관계자는 “판매 실적과 직결되는 매장 진열부터 모든 권한을 대형마트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대형마트는 가격을 낮추는 업체에 대해서는 매입량을 늘려주는 방법으로 이익을 보전해주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자체 마진을 줄여 가격을 내리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납품업체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결국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 1위인 제품을 제외하고는 그 부담을 납품업체에 떠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수퍼나 대리점 같은 다른 유통 업태까지 대형마트 가격에 맞춰 공급가를 내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 생활용품업체 영업팀장은 “대형마트 판매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30% 선”이라며 “앞으로 대리점 등 다른 유통 업태들도 대형마트 가격에 맞춰달라고 요구해올 테고, 그러면 영업이익률이 2~3%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 수퍼마켓 매상 뚝=서울 성북구에서 83㎡(약 25평) 규모의 수퍼를 운영하고 있는 김기혁(51)씨는 “날씨가 추워 손님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그나마 종종 오던 손님도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는 것 같다”며 “대형마트의 가격 인하가 시작되고 손님이 1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G마켓이나 옥션 같은 온라인 쇼핑몰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옥션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가격 인하가 워낙 대대적으로 홍보돼 우리도 가격 조정 여부를 논의했다”며 “아직까지는 할인 품목이 적고 그 폭도 크지 않아 본격 대응은 않겠지만 추이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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