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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기자의 의료현장 <19>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1.장효근씨가 양성자 치료를 받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장효근(53)씨는 7년 전인 2003년 5월, 혈뇨 증상이 심해져 병원에서 검사받은 결과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두 달 후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부분 방광적출술을 했고, 추가적인 방사선 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2005년 5월 종격동(왼쪽 폐와 가슴 중간에 위치)에 있는 림프절에 암세포가 전이됐다. 담당 의료진은 즉시 전이된 암세포를 제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 뒤, 그리고 18개월 뒤 암세포는 다시 폐로 전이돼 장씨는 두 번의 암 제거 수술을 받았다.

‘500억 장비’와 3분간 만남 … 암과의 사투 터널 끝이 보인다



이후 정기적인 검진을 받던 중 지난해 11월, 왼쪽 폐에서 전이된 암세포가 재발견됐다. 의료진은 더 이상 폐를 절제하는 수술을 시술하긴 힘들다는 판단하에 12월 18일부터 22번에 걸쳐 양성자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본지 취재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성자 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국립암센터를 방문해 장씨의 19번째 치료 과정을 지켜봤다.



#6600㎡(약 2000평) 규모에 설치된 양성자 치료기의 모습은 한눈으로 관찰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국립암센터 김대용 양성자센터장은 치료기 모식도를 가리키며 “양성자 치료기는 크게 수소원자를 가속시켜 양성자 빛(선·beam)을 만드는 방, 이 빛을 필요한 부위로 전송해 주는 수로 역할을 하는 장치, 이 빛을 다시 적절한 부위로 나오도록 하는 부위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거대한 치료기를 멀리서 조감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는 2007년, 기계를 설치한 뒤 뚜껑을 닫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일단 설치된 이후엔 코끼리의 코·다리·꼬리 등을 따로 만져 보듯, 각 구역으로 다니면서 장비의 부분만을 관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 기존의 방사선 치료는 암 덩어리 뒤편의 정상세포에도 방사선 이 조사되는 반면 (왼쪽) 양성자 치료는 암 덩어리까지만 양성자 빔이 조사돼 (오른쪽) 뒤쪽 조직의 손상이 없다. [신인섭 기자]
#오전 9시 35분, 장씨가 치료실로 입장했다. 이미 18번의 치료를 받았던 그는 익숙한 자세로 의료진의 지시 사항에 협조했다. 누운 자세에서 치료 부위에 양성자 선이 잘 조사되도록 팔은 위로 올려졌다. 이후 다시 치료 부위를 몸에 표시한 뒤 의료진은 한 발 물러선다.



오전 10시가 되자 치료실에는 장씨만 남고, 의료진은 유리창 밖 기계 조작실로 향했다.



“지금 이 부위를 치료하기 시작했습니다. 환자는 가만히 있지만 환자 주변의 커다란 원통이 360도로 회전하면서 양성자 빛을 발사하게 됩니다.”



환자의 모습이 담긴 화면을 가리키며 김대용 센터장이 설명을 덧붙인다. 기자가 잠시 화면을 주시하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치료가 끝났습니다”는 소리가 들린다. 치료 시간이 3분 정도 소요된 듯싶다. 순식간에 장씨의 19번째 양성자 치료가 끝난 것이다.



#“불편한 점은 없으세요? 춥지 않으시고요?” 치료를 마친 뒤 일어나 옷 매무새를 다듬고 있던 장씨에게 김 센터장이 다가가며 상태를 점검한다.



장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괜찮습니다”며 짧게 대답한다.



“오늘 말고 치료받은 다른 날을 포함해 치료 후 괴로운 적은 없었나요?”(기자)



“없었는데요?”(장씨)



앞으로 장씨는 세 번만 더 치료받으면 목표한 양성자 치료를 모두 끝내게 된다.



“22번째 치료를 마친 뒤엔 암세포가 사라지나요?”(기자)



“수술은 암 덩어리를 제거하기 때문에 당장 확인이 가능합니다. 반면 양성자 치료는 암세포가 죽었어도 죽은 세포가 그 자리에 남아 있어 당장 치료 효과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암세포를 목표대로 사멸시켰다면 죽은 암세포는 혈액을 통해 서서히 제거될 겁니다. 따라서 치료 효과는 석 달이 지난 뒤 방사선 촬영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김 센터장)



치료에 대한 설명을 마친 그는 양성자 치료가 가장 필요한 대상은 “성장·발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어린이 고형암 환자”임을 거듭 강조한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로 암 덩어리를 원하는 만큼 없앴다 하더라도 치료 과정에서 주변 조직이 손상되면 어린이 환자는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양성자 치료는…

다른 조직은 거의 손상 없고 암 부위만 정확하게 파괴




6600㎡(약 2000평)의 공간과 500억원의 설치 비용을 필요로 하는 양성자 치료. 방사선으로 암조직만 거의 집중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꿈의 치료’로 불린다.



원통 모양의 가속장치인 사이클로트론(Cyclotron)을 이용해 수소원자의 핵(양성자)을 1초에 지구를 네 바퀴 반 도는 빠른 속도(빛 속도의 0.6배)로 가속시켜 암세포에 조사한다. 양성자 빛(beam)이 워낙 빨라 몸속을 통과할 때 에너지를 암조직에만 집중적으로 쏟아 낸 뒤 소멸된다. 즉 암 뒤편 정상 조직은 거의 손상되지 않는다.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할 때 동반되는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 치료법이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모든 암이 치료 대상이다. 특히 수술이나 기존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이 커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암에 적합하다. 눈에 생긴 암(맥락막 흑색종·망막모 세포종), 뇌나 척추에 생긴 척색종, 성장기 어린이의 고형암(덩어리 암) 등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전이된 암도 여러 부위를 동시에 후유증 없이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단 백혈병·림프종 등 전신에 퍼진 암은 치료 대상이 아니다.



치료 시간은 1회에 20~30분 걸리지만 대부분 환자의 자세를 고정하는 데 소요되며, 실제 양성자 빛이 환자에게 조사되는 시간은 2~3분이다.



치료 횟수는 암 상태에 따라 20~30회 정도며, 비용은 2000만~3000만원 선. 국가에서 운영하다 보니 고가의 장비와 설치비, 부지 비용 등을 감안하지 않은 비용이다. 실제 미국에서 동일한 암에 대해 양성자 치료를 받으면 10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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