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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두 글자에, 모바일 권력이 달렸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베일 벗은 구글폰 ‘폰의 전쟁’ 시작됐다





‘가짜 전쟁(Phony War).’전쟁 중인데 기묘하게 유지되는 일시적인 평화를 말한다. 독일 아돌프 히틀러가 폴란드를 공격한 1939년 9월부터 프랑스를 짓치고 들어간 1940년 5월까지 열 달 동안이 대표적인 가짜 전쟁이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지난 1년을 ‘스마트폰 세계의 가짜 전쟁 시기’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메이저 IT 회사들이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실전이 벌어지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시장이 조용하지는 않았다. 삼성과 노키아 등이 이런저런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무시할 수 없는 파란이 일기도 했지만 IT 전문가들은 그들의 경쟁을 스마트폰 대전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구글이 침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로페스리서치의 대표인 매리얼 로페스는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55)는 테이블 위에 총을 올려 놓았으면 반드시 쏘고야 마는 사람”이라며 “IT 전문가들은 슈미트가 스마트폰을 내놓는 순간 대전이 시작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슈미트가 넥서스원을 공개하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55)처럼 언론 앞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세계 IT 고수들이 모이는 미 라스베이거스 가전쇼(CES) 직전에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공개했다. 이로써 1년 정도 이어진 가짜 전쟁은 끝났다. 예상대로였다.



동맹의 붕괴, 전면전 시작



애플의 잡스는 지난 4일 모바일 광고회사인 콰트로와이어리스(Quattro Wireless)를 사들였다. 구글이 하루 뒤인 5일로 예정된 넥서스원 공개를 위해 미국 언론과 분주하게 접촉하고 있을 때였다. 구글의 텃밭인 온라인 광고시장에 대한 정면 공격이었다. 구글이 애플이 터잡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는 데 대한 선제 공격 성격이 짙었다.



실전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의 동맹 관계는 흔적도 없이 해체됐다. 애플과 구글은 상대 회사에 서로 이사를 선임하는 사이였다. 구글의 CEO 슈미트가 2006년 8월에서 2009년 8월까지 3년 동안 애플의 이사였다. 두 회사는 전면전을 대비해 지난해 하반기 이사 선임 등 동맹관계를 정리했다.



동맹 붕괴 이후 두 회사의 정면 대결은 IT 모든 영역에서 이어질 듯하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제,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장터 등이 1차 전장이다. 두 회사의 주력 무기는 개방성이다.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애플이나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얼마나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가’다. 80~90년대 애플은 매킨토시 컴퓨터를 팔면서 자사 소프트웨어를 고집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당했다. MS는 윈도 시리즈 등 운영체제를 거의 모든 PC에 깔아 쓸 수 있도록 했다. PC가 많이 팔릴수록 MS 운영체제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거머쥐다시피했다.



잡스는 아이폰을 내놓은 뒤에 운영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를 열었다.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겐 아이폰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개발·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마당이기도 하다.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해 팔수록 아이폰의 판매가 늘어나고 아이폰 판매가 늘수록 개발자 이익도 증가한다.



미 IT 전문가들은 “애플의 개방성이 한층 높아지기는 했지만 구글만큼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들은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 대부분이 개방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 현재까지 아이폰 부문에서만 개방성을 채택한 애플보다는 구글이 한 수 위라는 것이다. 이미 구글은 개방을 무기로 IT 거함 MS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승리했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한발 앞서가



구글의 넥서스원은 무시하기 힘든 부수효과도 낼 듯하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권력이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모바일 세계 권력은 이동통신사의 수중에 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등의 지원을 받아야 물건을 제대로 팔 수 있는 구조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다. 노키아는 미국 AT&T나 버라이존 등 이통통신사의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런 구조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흔들렸다. 애플은 아이폰의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이동통신사와 보조금 등을 협상할 때 큰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이 근본적으로 이동통신사 권력을 무력화시키지는 못했다.



구글은 미국에서 소비자들에게 넥서스원을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포털인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소비자는 구글 홈페이지에서 넥서스원을 산 뒤 이동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다. 단 이동통신사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넥서스원 가격은 3배 가까이로 높아진다.



미 IT 컨설팅회사인 알트먼의 수석 애널리스트 소먼 갱글리는 5일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구글의 실험이 성공하면 소비자들은 2년 또는 3년 약정 없이 자유롭게 이동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주권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T 전문가들은 구글폰에 높은 점수



구글 슈미트는 넥서스원을 공개하며 ‘스마트폰’이라는 말 대신 ‘수퍼폰’이라는 용어를 힘줘 말했다. 넥서스원의 중앙연산장치(CPU) 속도가 1기가㎐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CPU 처리속도가 600메가㎐에 지나지 않는 아이폰은 ‘열등폰’이 되는 셈이다. 새로운 말로 소비자의 통념을 흔들어 애플 아이폰 아성을 깨려는 노림수다.



슈미트 사단은 ‘구루 입소문’ 전술을 택했다. 제3자, 특히 전문가의 평을 잘 받아 한참 앞서나가고 있는 아이폰을 추격한다는 것이다. 슈미트의 전략은 일단 성공한 듯하다. IT 그루들이 운영체제·그래픽·건전지·디스플레이 등 항목 10여 개를 비교해보니 넥서스원이 아이폰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슈미트의 이런 책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넥서스원을 높이 평가한 전문가들도 “우리의 평가가 곧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폰의 아성도 만만치 않다. 2007년 5월 첫선을 보인 이후 3000만 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앱스토어에 올라 있는 응용프로그램이 10만 개 이상이다. 구글의 넥서스원의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의 응용프로그램 수는 약 2만 개 수준이다. 게다가 잡스는 아이폰을 확장한 태블릿 노트북 PC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아이폰으로 선점한 시장을 노트북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구글의 넥서스원이 쫓아가야 할 길이 아직 먼 셈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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