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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음주단속 나간 밤, 21세 의경의 꿈은 길을 잃었다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김지훈(21) 상경이 12일 서울 삼성의료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머리맡에 신병 훈련을 함께 받은 동기들과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왼쪽에서 첫째가 김 상경. [오종택 기자]
연말 음주운전 단속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1일 밤 10시, 충남 서산시 읍내동 편도 2차선 도로. 충남경찰청 2중대 소속 의경 네 명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왔다. 운전자는 속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단속 지점에 이르자 갑자기 후진했다. 차량은 유턴을 해 도주하려다 반대편에서 단속을 하던 의경 김지훈(21) 상경을 들이받았다. 김 상경은 차 앞으로 튕겨져 나가듯 넘어졌다. 차는 쓰러진 김 상경을 타 넘어 도주를 시도했다. 이때 몸의 일부가 걸린 것인지 김 상경이 차 밑에 깔려 질질 끌려갔다. 끌려간 거리는 700m 정도. 이 장면을 목격한 다른 운전자가 앞을 막아선 뒤에야 도주차량은 멈춰 섰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는 당시 혈중알콜농도 0.102%로, 만취상태였다. 면허취소 처분에 해당되는 수치다.



만취운전에 참변 당한 김지훈 상경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어머니 편경금(45)씨가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김 상경의 동료는 편씨가 중환자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말렸다. 편씨가 아들의 상태를 보고 충격을 받을까 봐 염려돼서였다. 아스팔트 바닥에 마찰됐던 머리 한쪽은 뼈가 드러났다. 어깨에서부터 등·허벅지·발꿈치에 이르는 피부 대부분이 벗겨졌다. 차량 아래 엔진에 닿았던 오른쪽 눈은 열 때문에 화상을 입었다. 김 상경은 수술로 뇌 절반을 잘라내야 했다. 살아난다 해도 정상적인 삶은 불가능하다.



12일 서울 삼성의료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김 상경은 인공호흡기를 통해 숨을 쉬고 있었다. 뇌의 상당 부분을 잘라낸 머리에는 붕대를 고정시키는 그물이 씌워져 있었다. 코에 연결된 관으로 유동식이 공급됐다.



편씨는 장사를 접었다. 8년 전 이혼한 남편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병원 근처에 방도 하나 얻었다. 매일 오전 10시30분, 아들은 수술실로 옮겨져 온몸을 소독하는 치료를 받는다. 편씨 부부는 ‘무슨 일이 생겨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쓴 뒤에야 수술실에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수술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아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하루에도 수차례 넘나들고 있다.



아들의 꿈은 직업 경찰관이다. 그래서 의경으로 입대했다. 의경이 된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했다. 헝클어진 머리의 편씨는 아들 얘기를 힘겹게 이었다. “지훈이가 제복을 입은 첫날 집에 와서 ‘엄마, 나 멋있지’라며 뿌듯해하더라고요. 밤 늦게까지 제복을 안 벗고 계속 거울을 보면서….”



휴가 때면 포장마차에서 짐을 나르고 주문을 받아주던 큰아들이었다. 단속반이 나오면 포장마차 시설을 접었다가, 다시 지어주는 것도 도맡아 한 장남이었다. “제대하고 돈 벌어서 집 사줄 테니 같이 살자. 조금만 참아 엄마”라고 말하던 아들이었다. 집이 가난해 고교 졸업 후 바로 입대를 선택했던 아들이 항상 맘에 걸렸던 엄마였다. 아들은 올 9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매년 100명 가까운 경찰관이 음주운전 단속 중 다치거나 숨진다. 전의경부모 모임 강정숙(51) 회장은 “음주운전은 자살행위이자 살인행위”라며 “의경들이 아무런 안전장비도 없이 위험한 단속현장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김 상경을 친 음주운전자 40대 남성은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남자는 차로 김 상경을 치고 나간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내연녀와 술을 마신 뒤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어머니 편씨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어제 우리 아들이 팔을 조금 움직였다”고 기자를 붙들고 얘기했다. “지훈이가 다치지 않은 곳이 있어요. 양팔은 멀쩡해요. 살아보겠다고 필사적으로 차에 매달려 있어서 팔은 다치지 않았나 봐요. 나도 아들을 끝까지 놓지 않을 겁니다.”



김진경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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