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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시장에도 열석발언권을 허하라

지난주 기획재정부 차관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정부가 이른바 ‘열석발언권’을 행사한 것이다. 열석발언권은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해 금통위원들과 ‘나란히 앉아(列席)’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정부의 금통위 참석에 대해 여론은 엇갈린다. 이번 기회를 거시경제 정책의 두 주체인 정부와 한은이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하는 계기로 삼자는 의견과 함께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 노조는 ‘관치 금융의 부활’ 등의 주장을 담은 피켓 시위를 벌였다.



서로 체면 봐서 비워두던 자리를 정부가 뒤늦게 비집고 들어간 것 자체를 비판하긴 어렵다. 잘 활용하면 정부의 말대로 정책 공조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경제동향 자료인 ‘그린북’ 같은 공개자료에 담지 못하는 민감한 내용까지 금통위와 공유할 수만 있다면 통화당국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정부로선 두 가지 기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정부의 경기 판단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통화당국에 개진할 수 있다. 금통위 이후 단기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채권시장은 정부의 영향력을 전혀 배제하는 것 같지 않다. 다른 하나는 정부가 금리 정책의 결정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봄으로써 관련 정보를 더 얻을 수 있게 됐다. 금통위원 간의 미묘한 입장 차 같은 정보는 회의 6주일 후에 공개되는 의사록 요지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들다.



금통위에 가고 싶은 건 정부뿐만이 아니다. 시장도 금통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한다. 지난해 11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연방준비은행 인사 10여 명의 성향을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금리를 올려 인플레 막는 것을 중시하는 매파, 중도파, 실업 감소 등 경기 활성화에 더 마음을 두는 비둘기파로 연준 인사들을 나눴다. 매파와 비둘기파는 각각 강성과 온건으로 다시 나눴다. 이를테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중도,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준 의장은 강성 비둘기파로 분류됐다.



우리 금통위원들도 이렇게 분류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흔히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릴 정도니 매파로 불릴 만하다. 소수의견으로 실명 의견을 낸 일부 금통위원을 비둘기파 혹은 매파로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 이후 그들의 발언이나 생각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금통위원들은 여간 해서 공개 연설을 잘 안 한다. 불필요한 언사로 시장 혼선을 야기하는 ‘오럴 해저드’를 피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다면 금통위 의사록을 더 자세히 공개하거나 금통위원의 익명 발언을 실명으로 바꾸면 어떨까. 물론 연준 의사록도 금리 발언은 익명이다. 하지만 연준 인사들은 연설·강연 등 시장과의 접점이 많다. 금통위 스스로 시장과 소통의 폭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재정부 차관이 아니라 차관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한은의 독립성을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시장에도 열석발언권을 허하라.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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