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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금융의 삼성전자를 꿈꾼다 <6> 홍콩

삼성증권 홍콩법인의 트레이딩룸에서 직원들이 주식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홍콩법인을 확대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 업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홍콩법인에 얼마나 투자할 계획입니까?”

주식 중개에서 기업공개·M&A자문까지 … 글로벌IB 채비



삼성증권이 지난해 8월 홍콩법인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인재를 뽑을 때였다. 박현국 삼성증권 홍콩법인장은 면접 지원자들에게서 그런 질문을 받았다. 특히 임원급 지원자들은 삼성증권이 해외 진출에 얼마나 진심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결국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이 홍콩으로 날아와 장기 투자 의지를 전하고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데려올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도이체방크·크레디트스위스·모건스탠리 같은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10~20년 경력을 닦은 인력이 각 사업 부문 책임자로 왔다. 이들은 미국·영국·캐나다·홍콩 등 9개국 출신의 ‘다국적군’이다. 60명의 직원 중 한국인은 박 법인장을 비롯해 세 명뿐이다. 한국과 관련한 주식중개에서 벗어나 외국 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다.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외환은행은 지점과 별도로 IB 법인을 열었다. 2000년 홍콩에서 투자법인을 철수한 지 10년 만에 다시 진출해 증권업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말 홍콩섬 중심가의 퍼시픽플레이스 빌딩에 자리 잡은 이 회사 사무실엔 빈 책상이 아직 많았다. 손창섭 법인장은 “글로벌 IB 출신의 유능한 인재를 뽑아 현재 15명인 직원을 30명까지 늘려 본격적인 IB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글로벌 IB를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는 곳은 이들만이 아니다. 신한은행은 서로 떨어져 있던 은행 지점과 투자법인을 한 사무실로 모으기로 했다. 양사 간 정보교류를 통해 영업력을 키우고,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산업은행과 계열사인 대우증권도 상반기 중 같은 건물에 입주한다.



뉴욕·런던에 이은 세계 3위 금융허브 홍콩. 세계 금융회사들의 각축장인 이곳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목표는 골드먼삭스나 도이체방크 같은 글로벌 IB다. 외환위기로 줄줄이 이삿짐을 쌌던 그들이 이번엔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도전하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은행·증권·종금사를 합해 82개에 달했던 한국계 금융회사는 2000년 말 14개로 확 줄었다가 최근 32개로 늘었다.



홍콩 금융시장이 세계 금융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 중인 건 한국 기업엔 기회이자 도전이다. 지난해 홍콩에서 기업공개(IPO)로 모은 자금은 270억 달러로, 미국(265억 달러)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세계 최고의 자본조달 시장이 됐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 홍콩사무소 임채율 실장은 “홍콩은 유럽과 미국에 비해 금융위기로 인한 타격이 덜하고,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다 보니 홍콩으로 돈이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에서 경쟁력을 갖추면 글로벌 금융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 금융사들은 차근차근 실적을 내고 있다.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지난해 12월 29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독일계 기업인 슈람홀딩스가 상장했을 때 단독으로 주관사를 맡았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야금과공집단의 홍콩 상장에 인수단으로 참여하고, 중국 와인업체 톤틴의 상장 때 공동주간사를 맡아 차근차근 실적을 쌓은 게 단독 주관으로 이어진 것이다. 맥쿼리증권 출신의 폴 청 이사가 이끄는 기업금융팀이 현지의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주식을 공모하고, 배정을 마쳤다. 박현국 법인장은 “한국 단독으로 외국 기업을 외국의 거래소에 상장시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약 350억원의 수익을 낸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도 현지 영업의 비중을 높인 사례다. 이 회사의 주식중개 수수료 중에서 한국물 수수료 수입은 30% 미만이다. 이 비중이 90%를 넘는 대다수 한국 증권사들하고는 수익구조가 다르다. 이경영 법인장은 “아시아의 기관투자가 30여 곳을 고객으로 영입해 주식거래 수수료의 수입 기반을 홍콩·중국·대만·싱가포르·인도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시장에서 우리 금융사들은 아직 주류가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도 낮다. “삼성은 아는데, 삼성증권은 글쎄요…”라는 반응이 많다. 삼성의 휴대전화와 TV는 익숙한데, 삼성이 증권회사도 하느냐는 식이다. 국내 대형 증권회사도 나라 밖에선 무명이나 마찬가지다. 박현국 법인장은 “홍콩에서 사람을 뽑아보니 국제무대에서 한국 금융사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규모도 글로벌 회사에 비해 턱없이 작다. 금감원 임채율 실장은 “홍콩 상주인력만 수백 명, 자본금은 몇조원 단위인 글로벌 IB들과 비교하면 한국 금융사들은 구멍가게에서 수퍼마켓으로 옮겨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은행 270여 곳, 증권사 500여 개가 몰려 있는 홍콩에서 경쟁은 더욱 거세질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HSBC는 마이클 게이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사무실을 홍콩으로 옮기기로 했다. 도이체방크와 크레디트 스위스도 런던과 뉴욕에 있는 CEO급을 홍콩으로 배치했다. 홍콩에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홍준기 노무라 글로벌 파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지난해 전 세계 기업 상장 규모의 58%를 아시아가 차지했다”며 “아시아 시장을 놓고 세계적 금융회사들의 경쟁이 더욱 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먹을 게 많지만, 경쟁도 심한 곳이 바로 홍콩이라는 얘기다. 바로 이 점이 우리 금융사들이 기를 쓰고 나가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별취재팀=김준현(베트남·캄보디아), 김원배(인도네시아), 김영훈(미국), 조민근(중국), 박현영(인도·홍콩), 한애란(두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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