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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29% 만드는 DCMS의 비결 ‘돈은 정부, 실행은 전문가’

영국문화원은 영국 외무부에 소속돼 있지만 자체적으로 독립된 위상을 갖고 대사관의 문화공보처(Cultural Attach) 역할을 해낸다. 사진은 서울에 있는 주한영국문화원 모습.
1999년 런던 시티대학 세미나실. 예술경영 전공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수업에 크리스 스미스 DCMS(Dept. of Culture, Media and Sport: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했다.
“모든 미술관·박물관 무료화 정책은 실현성이 있습니까?”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이 5파운드의 입장료를 받지 않게 되면 런던의 주요 미술관은 모두 무료가 됩니다. 로터리 펀드와 밀레니엄 펀드가 입장료 수입을 대신할 겁니다.”
“무료 정책엔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모든 국민에게 문화 경험의 다양성과 접근성(Diversity and Accessibility)을 제공한다는 정책의 기본 방향은 매우 중요합니다. 가시적 효과가 한 세대 안에 나오지 않더라도,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은 모두에게 공유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는 관광객 유치 확대 및 국가 이미지 브랜딩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양성ㆍ접근성 제공하는 ‘무료 정책’
스미스 장관은 1997년에서 2001년까지 DCMS 장관을 역임하며 실로 많은 변화를 창출한 인물이다. 영국의 문화정책 제안 서적인 『쿨 브리태니어(Cool Britania)』를 썼고, 창조산업 정책의 중요 기조가 되는 틀을 마련했다. 그는 대중과 문화정책을 토론하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들의 지지를 받아가며 캠페인에 나섰다.그렇게 시작된 정책은 테사 조엘 장관으로 이어져 2004~2005년 보고된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29%가 DCMS에서 만들어지는 고무적인 결과를 낳았다. ‘쿨 브리태니어’라는 창조산업 정책이 국가에 다양한 부가 이윤을 남기는, 그래서 그저 부가적 존재가 아닌 매우 주요한 섹터라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스미스 장관은 문화 분야가 신자본으로서 갖는 산업적 가능성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들의 지원금에 대해 100% 세금 환불 혜택을 주고, 기업평가지표에서 문화 분야의 참여 기여도와 창조적인 사업 프로젝트 부문으로 평가하는 ‘창조성(creativity)’에 주목했다. 그 결과, 대형 전시마다 후원 기업의 ‘로고’가 잇따라 붙기 시작했다. 수퍼마켓 유통 재벌기업인 테스코·세인즈베리 등이 전면에 나섰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브리티시 페트롤(British Petrol)은 테이트 브리튼미술관을, 어니스트 영(Ernest Young)은 왕립미술학교를, 블룸버그(Bloomberg)는 서펜타인 갤러리를 지원했다. 장기적 지원은 새로운 하드웨어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4명의 전문 큐레이터를 고용해 사옥 로비를 공공미술관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유니레버(Unilever)는 길이가 213m에 이르는 거대한 테이트 모던의 털바인 홀에 무제한의 예산으로 올라퍼 엘리아슨의 ‘기후 프로젝트’나 아니슈 카포의 ‘그리스 신화 꽃’ 같은 실험적이면서 혁신적인 현대미술 작품 커미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문화 수용 정책도 강화됐다. 런던 시민이 아니더라도 런던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작가, 디자이너, 건축가를 영국 작가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영국 대표 작가로 소개되는 폴란드·일본·인도 작가들의 진출 역시 늘어났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문화를 다양한 현대미술로 소개한 큐레이터 데이비드 베일리에게 여왕의 작위가 수여됐다. 나이지리아의 고급 상류문화를 소개한 잉카 쇼니바레라는 30대 작가도 작위를 받았다.

영국문화원, 자체 컬렉션 운영도
이런 변화가 국가 최고 권력기구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면 개별 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실행 정책은 ‘팔거리 정책(Arm’s Length policy)’이라고 말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내 미술 운영 기관인 아트 카운슬(Art Council of England) 재편 시 대대적으로 시작한 이 정책은 그 성공 사례가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팔거리 정책이 낳은 결과와 다른 나라 간의 문화 정책 차별성을 비교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조금 더 부연 설명하고 싶다.

‘팔거리 정책’은 말 그대로, 돈을 주는 정부 기관과 그 일을 진행하는 전문 기관이 서로 ‘일정한 거리’(일명 팔거리)를 유지하며 기관 운영과 사업을 진행하도록 제도화된 정책을 의미한다. 앞서 설명한 영국의 문화부 격인 DCMS는 재무부에서 모든 예산을 받아 관리하며,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아트 카운슬에 돈을 지급하는 행정체제다.
언뜻 우리나라나 다른 어떤 나라와도 그리 다르지 않는 것과 같은 느낌이나, 사실 그 진행 정도를 보면 매우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즉 DCMS의 책임자는 정부 행정인으로서 예산 심의 및 관리 검토를 해주고, 내용을 돌리는 소프트웨어는 전문인에게 맡긴다. 그래서 아트 카운슬에서 일하는 이들은 공무원이라기보다 예술인 집단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그 보직에 있으면서 장·단기 사업들을 처리해 나가는 그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정권이나 행정 조직이 바뀌는 등 어떤 변수가 작용해도, 국제적 전문인들이 구축한 네트워크의 지속적 연계성으로 인해 프로젝트들은 수행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 이 정책으로 인해 예술문화 전문가들의 정부 영입의 기회가 상당히 증가했고, 예술문화 경영의 구루로 자라고 있다.어찌 보면 상당히 이상적인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내부를 뜯어보면 결코 이상적인 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강점이 있다. 예를 들어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이 영국 미술을 국제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하는 역할을 살펴보자.

물론 영국문화원은 여러 분야를 지원하지만 우선 미술을 통한 국가 이미지 및 브랜드화 차원에서 보면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을 기획한다. 또 영국을 대표하는 외교적 차원의 국제교류 미술 전시기획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놀라운 것은 자체적인 미술 컬렉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영 테이트나 내셔널미술관의 컬렉션들을 빌려 전시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 및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자신의 소장품으로 전시를 진행하는 것이다. 런던 본부에서 시각예술 부문 디렉터를 맡고 있는 안드레아 로즈는 12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녀가 소장품을 위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1년에 80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한 개인의 결정이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의 소지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계속되는 커미티 및 보드 멤버들의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 진행되는 만큼 그들의 ‘전문성’은 매번 검증받는 셈이다. 행정 조직의 감사와 견제, 전문 조직의 연구가 하나가 되어 일관성 있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미술 경영이 이뤄지는 것이다. 전문성에 대한 인정과 수용, 나아가 그 전문성이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하드웨어의 체계. 이러한 것들의 협업이 아마도 현재 영국의 창조산업 정책에서 가장 주요한 핵심 정신이 아닐까.





런던 골드스미스대 미술사(MA), 시티대 예술행정(MA)을 공부하고, 지난 10년간 유럽과 아시아에서 다수의 현대미술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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