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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한식 세계화’ 열풍의 뒤안길

비빔밥은 맛있다. 게다가 집안 대소사나 명절 음식 중 거의 끝까지 남는 나물을 맛있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주니 미덕도 있는 음식이다. 한데 한 일본의 언론인은 비빔밥이 입맛에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사람은 지난해 연말 자기네 칼럼에 ‘비빔밥은 속 다르고 겉 다른 양두구육’이라며 비난했다. 이 일로 거의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뿔이 났다. 네티즌과 문화계 인사들까지 나서 그의 무식함을 질타했다.



어찌 보면 비빔밥은 마이클 잭슨이 그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저 수많은 평범한 한식의 하나였다. 그러다 10여 년 전 이 세계적 수퍼 스타가 한국에 왔다가 비빔밥에 반해 비빔밥만 찾아댔다는 게 알려졌다. 이는 평범한 한식이 외국인에게도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비빔밥은 한식의 대표 선수였고, 여기서 얻은 자신감과 내공이 지난해부터 야심 차게 추진되고 있는 ‘한식 세계화’의 근간이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비빔밥을 욕했으니 전 국민이 열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음식이란 제 입맛에 맞지 않으면 누가 때린다고 해도 못 먹는다. 음식을 대접할 때 ‘입맛에 맞는지’ 물어보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이런 점에서 ‘한식 세계화’와 관련한 최근의 열풍에는 지나치게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만 넘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에게 한식은 좀 터프하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 1년 정도 살면서 한식을 좋아한다는 한 외국인의 솔직한 평가다. 그의 설명 중 각종 수사를 거두절미하면 이렇다. 먼저 한국인과 한식을 먹을 땐 음식마다 담긴 많은 철학적 의미와 몸의 어느 장기에 좋은지 설명을 들어야 하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입맛에 맞지 않아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140억원이나 들여 추진하고 있는 ‘떡볶이 세계화’에 대해선 “실은 떡의 질감을 서양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렸던 세계한식대회 대상 수상팀의 경우 한국 예선전에선 거의 최하 점수를 받았다. 프렌치 셰프 출신이 서양식 코스처럼 구성한 한식을 한국 심사위원들은 ‘한상차림’이 아니라며 박하게 평가했다. 한데 뉴욕 본선의 외국인 심사위원들은 최고점을 줬다.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한식과 외국인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한식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양두구육 비빔밥’ 같은 어처구니없는 비난도 ‘한식 세계화’의 한 과정인지 모른다. 앞으로도 음식이 제 입맛에 맞지 않는 게 음식 잘못인 양 신경질을 부리는 사람은 더 나올 거다.



한식은 맛있다. 다만 외국인에게 한식을 먹이려면 ‘우리의 태도와 방식’은 좀 바꿔야 할 것 같다. 조급하게 음식의 효능을 강요하지 말고, 터무니없는 불평이라도 열부터 받지 말고,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뭐 하나는 건지는 게 있을 거다. 세계인에게 한식이 ‘완소 음식’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아마 많이 참아야 할 거다.



양선희 위크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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