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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고생 “식상한 천안은 가라”

첫 UCC 도전에 공모전 대상을 받은 천안월봉고 박유진·최유진양이 촬영에 썼던 카메라를 들고 학교 본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조영회 기자]
#1 ‘천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 호두과자? 천안삼거리? 흔히 말하는 천안의 아이콘들을 복사기에 넣고 꾹 눌러보니 결론이 나왔다. ‘식상한 천안’이란다. 그러고 보니 뻔하고 오래된 말들이긴 하다.

#2 두 명의 여고생이 종합운동장, 봉서산, 불당4교 등을 돌며 천안의 새로운 아이콘을 찾았다. 교과서 속에서나 보던 천안이 아닌 우리 주변 생생한 천안을 모았다. 새로운 천안을 하나하나 주워 담아 다시 복사기에 넣고 누르니 나온 새로운 결론은? ‘완벽한 천안’이다.

위 내용은 ‘제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UCC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의 줄거리다. 천안월봉고등학교 2학년 박유진·최유진(18)양은 이 공모전에서 역대 최연소 대상을 받았다. 창의적이고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작품의 제목은 ‘seek the new’. 새로운 천안을 찾았다는 뜻이다. 영상이라곤 만들어 본 적 없었던 ‘초짜’ 여고생 둘이 일을 냈다.

‘식상한 천안’과 ‘완벽한 천안’

시작은 단순했다. 방송 영상에 관심이 많았던 같은 반 친구 박양과 최양. 지나가는 말로 공모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게 시작이었다. 이들은 방송에 대해 꿈만 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품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또 못할게 뭐 있나 싶었다. 둘이 생각을 모았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은 게 이번 UCC 공모전이예요.” 그렇게 둘은 첫 작품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촬영장비(?)는 휴대용 디카

처음엔 공모전 준비를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거창하게 소문만 내 놓고 상도 못 타면 창피하잖아요.”(박양) “그냥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최양) 둘은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됐다고 했다. 촬영하러 갈 때 친구들이 어딜 가냐고 물으면 산책을 가거나 선생님께 질문하러 다녀온다고 했다. 상을 탄 후에 선생님이 작품을 반 친구들에게 상영해줬을 때야 친구들이 수상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둘은 괜히 숨기려고 사서 고생을 한 것 같다며 웃었다. 반 친구들에겐 ‘상턱’으로 피자도 쐈다.

UCC를 만드는데 걸린 기간은 달랑 열흘. 스태프는 두 명. 물론 박양과 최양이다. 촬영 장비는 집에 있는 보급형 콤팩트 디카를 썼다. “그런데도 대상을 받았어요. 저희들도 신기해요.” 얼떨떨한 수상소감이다. 사전 콘티 같은 건 짜지도 못했다. 천안의 새로움을 찾겠다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무작정 많이 찍고 나중에 괜찮은 장면만 골라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편집이 중요했는데 편집 프로그램이 또 문제였다. 랙(lack)이 걸리고 더듬더듬거렸다. “돈이 없어 공짜 프로그램을 써서 그런가 봐요.” 처음이라 서투른데다 여러 조건도 좋지 않아 고생을 했다. 마감 시간이 다가올 때 무척 다급했다고 했다. “시간만 있었으면 마무리를 더 잘 해서 낼 수 있었는데….” 최양은 대상을 받고도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다.

자신의 첫 작품을 점수로 매겨보라는 말에 박양은 70점을 줬다. “처음이라 완벽할 수 없었어요. 학생이라 아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천안 이야기가 나와야 했는데 우리 시각에서만 본 것 같아 아쉬워요.” 박양이 과감하게 30점을 깎은 이유다. 최양이 자신에게 준 점수는 80점이다. “일단 제가 손을 떨어서 화면이 덜덜 떨리는 게 쫌 그랬고요.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쉬워요. 마감 날짜 바로 전에 영상을 날리고. 어휴~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복사기로 상징화” 아이디어 번쩍

수상작 ‘seek the new’의 한 장면. 박양과 최양은 UCC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둘이 이구동성으로 꼽았다. 복사기를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천안의 아이콘들을 종이로 상징화해 복사기 안에 넣고 결론을 뽑아낸다는 생각이 톡톡 튄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옆에 있는 복사기를 보고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라고 한다. “복사기를 딱 생각했을 때 ‘이거 우리가 생각한 것 맞나?’ 했다니까요” 다시 생각해도 뿌듯하다는 얼굴들이다.

공모전 경험이 처음인데도 감각적인 영상을 뽑아낼 수 있었던 건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서다. TV에서 많이 보던 화면을 따라 해본 게 제법 그럴싸하게 나왔다. 박양과 최양 모두 신방과 지망생으로 평소에 방송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박양은 다큐멘터리 PD, 최양은 아나운서가 꿈이다. “원래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꿈을 정하고 나서 적극적으로 뭐든지 찾아 하게 됐어요.” 이들은 올해도 공모전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이제 고3이라 바쁘긴 하지만 좋은 공모전이 있으면 짬을 내서 또 도전해보고 싶어요.”(박양) “찍고 싶은 게 많아요.”(최양) 그 중 가장 찍고 싶은 내용은 뭐냐고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답이 나온다. “영화를 찍고 싶어요. 단편 영화요. 우리가 학생이니까 학생들의 이야기, 우리의 고충을 담은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어요.”

고은이 인턴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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