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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금융 수출’ 구체적 목표가 첫걸음

“그런 거 안 해도 먹고살 만했죠. 가만 앉아 있어도 장사가 됐는데, 뭘….”



최근 미국에서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킨 한 금융회사 대표의 말이다. ‘그런 거’란 해외 진출을 가리킨다. 금융업이 오랫동안 내수시장에 안주해 왔다는 반성이기도 하다. 그러다 어느 새 국내 시장만으론 먹고살 수가 없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그도 미국으로, 유럽으로, 아시아로 1년의 절반을 돌아다닌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실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세계 무대에서 펄펄 나는데, 금융은 왜 아직도 ‘초등학생 수준’이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제조업과 금융 사이에 벌어진 실력 격차를 그처럼 비아냥 섞어 표현하기도 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잰걸음이 최근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증권사 수장들은 올해 주요 목표로 해외 진출을 꼽았다.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은 “올해를 ‘2020년 글로벌 톱 10’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고,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투자은행(IB)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과 보험사들도 경쟁적으로 해외 진출 계획을 내놓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팀은 지난해 12월 20여 일에 걸쳐 중국·베트남·인도 등 국내 금융회사가 많이 진출한 8개국을 돌아봤다. ‘금융수출’의 미래를 가늠해보기 위해서였다. 취재팀이 내린 결론은 “한국의 금융수출은 멀고도 험한 길”이란 것이다.



금융회사들의 현지화·글로벌화는 걸음마 수준이었다. 현지에 나간 국내 기업이나 교포에 목을 맨 금융회사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는 매년 이익을 내고 있지만, 수수료 수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한국 기업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외환수수료가 너무 비싸 글로벌 은행을 통해 돈을 받은 뒤 다시 이를 국내 은행에 예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통일된 전략 없이 같은 지주회사 소속의 은행과 증권이 따로따로 현지 점포를 열고, 현지의 임금체계나 문화적 전통을 이해하지 못해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실망할 것까지는 없다. 일단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금융사들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 신흥국들의 금융 빗장도 속속 풀리고 있다. 이제라도 정교한 전략을 만들어 공략한다면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거창한 목표는 필요 없다. ‘세계 10위권 진입’ 같은 말은 아예 쓰질 말자. 오히려 ‘아시아 시장에서 파생상품 거래 3위’ 같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자. 그렇게 부문별로 단계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는 게 더 빠른 길일 수 있다.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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