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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마이너리티 2세’ 그들의 외침 [6·끝]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교생 영상이

조손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이혼으로 인한 가정해체가 주요 원인이다. 고교 1학년 정영상군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결핍 속에서도 영상이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아래 사진은 21일 서울 동선동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있는 영상이의 모습. [강정현 기자]
서울 경동고 1학년 정영상(15)군은 할머니와 둘이 산다. 조손가정이다. 어머니는 영상이가 돌을 지날 때쯤 집을 나갔다고 한다. 아버지(43)는 올 9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 조영자(68)씨는 아파트 청소 일을 하고 있다.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엄마와 첫 만남 때도 덤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워

이달 22일 영상이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만났다. 죽은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에게는 할머니도 모르는 빚이 1억2400만원이나 있었다. 상속 포기 신청을 해야 빚을 털어낼 수 있었다. 신청을 위해서는 ‘아직 서류상 모친으로 남아 있는’ 어머니의 동의가 필요했다. 영상이는 고모와 함께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만남은 건조했다. 서류에 도장을 찍은 뒤 사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갔다. 어머니는 재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늘 없던 엄마니까,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고 했다. 영상이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어머니를 찾아본 적이 있다. 그러나 소식이 닿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머니를 만났지만, 그는 다른 가정의 어머니가 돼 있었다. 영상이는 그런 사실을 선선히 받아들였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영상이는 한부모가정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지원은 없어졌다. 할머니 이름으로 2억원 상당의 집이 있었기 때문에 기초수급대상자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할머니에게는 집을 담보로 한 1억1400만원의 빚이 있다. 이자만 매달 수십만원. 할머니가 청소 일로 버는 월 50만원보다 많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갇힌 것이다. 영상이는 용기를 내 동선동사무소를 찾았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얼마 후 성북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구청 직원은 영상이를 ‘조용필 장학재단’과 연결시켜 줬다. 면담을 마친 구청 직원은 이렇게 추천서를 썼다.



“학비 조달과 급식 지원이 불가능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예의 바르다.(영상이는 반에서 1등이다.) 보석 같은 학생이 혜택을 받는다면 그 은혜를 사회로 다시 베풀 것이라 확신한다.”



10월부터 영상이는 재단으로부터 월 25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영상이 소식을 접한 학원은 수강료 34만원 전액을 면제해 줬다. 성북구청에서는 매달 7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학교에서는 급식비를 면제해 줬다. 영상이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하고 싶은 일(펀드매니저)이 분명했고, 가고 싶은 학과(경제학)는 이미 정해놓았다.



영상이는 입이 무거웠다. 길게 말하는 법이 없었다. 키 1m68cm의 호리호리한 고교 1년생은 어른보다 어른스러웠다. 그런 영상이가 물어본 것 이상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걸그룹(Girl Group)에 대해 얘기할 때였다. 카라의 멤버 구하라의 팬이라고 했다. “다른 멤버가 더 귀여운 것 같다”고 하자 “모르는 말씀”이라고 핏대도 세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집에는 여전히 독촉장이 날아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영상이는 독촉장 봉투를 한쪽으로 치우며 “좋아하는 게임을 끊었다”고 말했다. 방학에는 영어·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겠다고 했다. 수능이 2년 남았다고 했다.



이현택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조손가정 매년 2000~3000가구 늘어 … 64%는 절대빈곤



조부모와 아동이 함께 살아가는 국내의 조손가정은 2008년 말 기준으로 6만4500가구에 이른다. 2005년의 5만8101가구에 비해 6399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가정 해체가 늘어나면서 조손가정의 숫자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



영상이네가 그렇듯, 조손가정의 가장 큰 문제는 가난이다. 한국보건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의 63.7%가 최저 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절대빈곤 가구다. 조손가정 정책을 담당하는 서울시 우욱진 저출산대책담당관은 “노인의 수입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가난을 벗어날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이혼 후 자녀를 조부모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조손가정이 형성되기 때문에 가족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다.



영상이네처럼 기초수급대상자로 지정받지 못할 경우 어려움은 더 심해진다. 이럴 경우 대리양육 제도의 지정을 받아 월 7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조손가정의 아동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성서대 최선희(사회복지학)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저소득 조손가정 학생들을 위한 적립금 계좌를 만들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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