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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공포 대상, 익살꾼 … 60년 만의 백호 해

용인 에버랜드에 있는 백호 세 자매. 백호는 혼자 생활하는 보통 호랑이(황호)와 달리 야생에서도 함께 잘 어울려 다닌다. [김성룡 기자]


내일이면 경인(庚寅)년 호랑이해가 열린다. 호랑이는 수많은 민담의 단골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서울시 상징물이기도 했을 만큼 한국인에게 친숙한 존재다. 특히 2010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의 해다. 산신령으로 묘사됐을 만큼 신성하게 여겨진 동물이라 내년 출산율이 반짝 오를 거란 기대도 많다.

사육사·전문가의 호랑이 이야기



호랑이가 ‘용맹함’의 상징으로만 다뤄졌던 것은 아니다. 호환(虎患)은 천연두와 더불어 대표적인 재앙으로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각종 민담과 민화에서는 익살스럽고 어수룩하게 묘사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호랑이는 일제시대 때 대대적으로 포획되기 시작해 1940년 마지막으로 한 마리가 포획된 뒤 자연 상태에서는 멸종됐다. 호랑이의 면면을 ‘호랑이 엄마’인 서울동물원 편현수 사육사와 용인 에버랜드 정상조 사육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호랑이전을 기획한 구문회 학예연구사에게 들어봤다.



◆공포의 대상=다 큰 수컷 호랑이는 꼬리를 합친 몸길이가 3m를 넘고, 체중은 250㎏가량 나간다. 앞발 힘만 800kg 가까이 된다. 사자의 두 배다. 편현수 사육사가 호랑이를 돌본 지 6년, 그간 10여 마리의 아기 호랑이를 안아서 키웠지만 “아무리 정들여 키운 아기 호랑이라도 10개월쯤 되면 마지막으로 안아보고 우리 안으로 들여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몸무게가 80kg에 육박하는 호랑이를 안았다가 사육사가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조 사육사는 “흔히 사자와 비교되지만 무리생활을 하는 사자와는 달리 단독생활을 해서 더 독립심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자연 상태에서 볼 수 없지만, 조선시대 때는 사냥이 힘들어진 늙은 호랑이가 민가에 자주 출몰했다고 한다. 호랑이 잡는 부대인 ‘착호군’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구문회 학예연구사는 “호랑이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들의 무덤을 ‘호식총(虎食塚)’으로 만들었을 정도”라고 말한다. 시신을 묻고 그 위에 돌무더기를 쌓은 다음 떡시루를 얹고 가락을 꽂아 호식총으로 꾸몄다. 호랑이 몸에 달라붙은 귀신이 돼 죽어서도 호랑이의 종 노릇을 한다고 믿어 그것을 막기 위한 의식이었던 셈이다.



◆산신령=호랑이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 쉽게 볼 수 없는 백호는 ‘산신령’으로 묘사됐다. 주작·현무·청룡·백호로 구성된 사신 중 유일하게 실제 동물로 서쪽과 가을 수호를 담당했다.



호랑이 기름과 호랑이 이빨, 호랑이 수염은 각종 질병을 낫게 해준다고 믿었다. 구문회 학예사는 “호랑이의 발가락을 구워 짜낸 호랑이 기름은 각종 병을 낫게 해주고, 호랑이 수염은 행운을 가져다 주며 치통을 치료해 준다 믿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호랑이 가죽은 권력과 부를 상징해 조선시대 세도가들의 초상화나 사진에는 호랑이 가죽이 종종 등장한다.



백호는 실제로 생존하는 데는 불리한 편이다. 흰색 털이 금방 눈에 띄어 먹이사냥이 어렵기 때문이다. 편현수 사육사는 “백호는 유전적으로 흰색 변종인데 시베리아 호랑이(백두산 호랑이) 사이에서 백호가 탄생할 확률은 10만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용맹함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동물원에 있는 백호(암컷)를 결혼시키기 위해 수컷 호랑이를 같은 우리에 넣었다가 수컷이 물린 적도 있다.



◆어수룩하고 익살맞은 친구=호랑이가 주인공인 민담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팥죽할멈과 호랑이’ 이야기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처한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알밤과 지게, 송곳 등 작은 물건들이 힘을 합한다는 내용이다. 김향금 아동문학가는 “호랑이는 종종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자들에게 비유되곤 했는데, 백성들에게 비유되는 작은 물건들이 통쾌하게 무찌름으로써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차돌을 불에 구우면 찰떡이 된다는 토끼의 말을 듣는 호랑이, 곶감을 무서워한 호랑이 이야기에는 민중의 바람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고 말한다.



임주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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