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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에 간 신부님, 교회에 간 스님

2009년을 마무리하는 시점, 개량한복을 입은 신부는 절집에 갔고, 머리 깎은 스님은 교회에 갔다. 그들은 모두 “전혀 낯설지 않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오히려 불교 신자가 그리스도교를 알고, 그리스도교 신자가 불교를 아는 것이 자신의 신앙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고 말했다.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백성호 기자



서명원 신부

선 수행 시작한 지 15년 … 영성이 더 깊어졌습니다




서명원 신부는 “예수님께선 제게 부처님을 사귀면 사귈수록 나와 더 친해지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불교인재개발원 제공]
22일 프랑스 출신인 가톨릭 서명원(56·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신부가 서울 조계사 옆의 총무원 청사를 찾았다. 불교인재개발원이 초청한 자리에서 그는 ‘나의 화두 참선 입문기’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청중과 문답도 나누었다. 29일 서 신부에게 ‘신부님이 절집에 간 이유’를 물었다.



-왜 절집에 갔나.



“불교인재개발원에서 저를 초청했다.”



-왜 초청했나.



“저는 15년째 간화선(看話禪·화두를 통해 진리를 찾는 선) 수행을 하고 있다. 불교 잡지에 글을 쓴 적도 있다. 사람들이 저의 수행담을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리스도교 신앙과 간화선 수행이 충돌하진 않나.



“정리를 많이 했다. 충돌하지 않는다. 충돌보다 조화를 이룬다. 가톨릭 사제인 제게 간화선 수행은 ‘나쁜 긴장’이 아니라 ‘좋은 긴장’을 준다.”



-‘좋은 긴장’이란 뭔가.



“종교인은 다들 우물 안의 개구리다. 나의 우물만 좋다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다른 종교의 우물에도 들어가 보면 안다. 그곳의 물맛도 좋음을 말이다. 그때 우리는 우물의 원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다른 우물 맛을 봤다고 내 우물 맛을 잊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좋은 긴장’이란 나의 신앙이 더욱 풍요로워 질 수 있음에 대해 열려 있는 긴장이다. ”



-간화선 수행을 했더니 어떻던가.



“간화선이 쉬운 수행법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맞는 건 아니다. 스승도 잘 만나야 한다. 그리고 오래도록 꾸준히 해야 발전할 수 있다. 하루에 최소한 30분 이상은 해야 한다. 6개월에 한 번은 철야정진도 하고, 스승도 주 1회씩 꾸준히 만나야 한다.”



-그렇게 했더니 무엇이 달라졌나.



“훨씬 직감적인 사람이 됐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사람이 됐다. 전에는 뒤끝이 있었다. 이제는 많이 없어졌다. 사람을 원망하는 일, 마음에 걸리는 일이 엄청나게 많이 줄었다. 저를 괴롭히는 사람을 만나도 자유롭게 뛰어넘는다. 마음으로도, 영적으로도 엄청나게 자유로워졌다.”



-그리스도교가 최고의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나.



“나는 가톨릭 신부다. 가톨릭 사제로 살려고 애도 많이 쓴다. 그건 분명하다. 그런데 ‘가톨릭밖에 없다. 다들 개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게 된 건 간화선 덕분이다. 불교의 넓고 넓은 바다, 깊고 깊은 바다를 발견하면서 저는 더 넓고, 더 깊어졌다. 그렇다고 서명원 신부가 중심이 없는 엉터리 사제는 아니다.”



-넓어짐, 깊어짐이 그리스도교 영성과는 어떤 관계인가.



“불교를 업신여기지 않고, 불교를 존중하는 것이 저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저는 다른 종교의 우물을 마심으로써 그리스도교의 알맹이, 그리스도교의 본질에 더욱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더욱 원천적인 체험을 하기 시작했다.”



-거꾸로, 한국 불자들은 그리스도교를 아는가.



“현재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교류는 스킨십 수준이다. 제대로 알려면 그리스도교의 심장까지 들어가야 한다. 그리스도교의 우물 맛을 알려면 그리스도의 신비까지 체험해야 한다. 그리스도교인에게도, 불교인에게도 이웃종교의 우물은 생명의 우물이고, 지혜의 우물이다.”



법륜 스님

불교·기독교 구분 넘어 진리 측면서 서로를 봐야지요




법륜 스님은 “부처님과 예수님은 종교나 종파를 만들려고 하지 않으셨다. 그저 진리를 설파하신 거다”고 지적했다. [백성호 기자]
법륜 스님(56·평화재단 이사장)은 지난 성탄을 맞아 정토회 신자 20여 명과 함께 개신교 교회와 가톨릭 성당을 찾았다. 거기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예배와 미사를 드렸다. 축사도 했다. 많은 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스님은 왜 그곳을 찾았을까. 28일 서울 서초동의 평화재단에서 법륜 스님을 만났다. 그에게 ‘스님이 교회에 간 이유’를 물었다.



-24일 자정에 갈릴리 교회에 갔다. 망설여지지 않았나.



“전혀 아니다. 초등학생 때 시골에서 몇 차례 교회에 간 적이 있다. 출가하고 나서 5년 뒤에 서울 강변교회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목사님께서 예배 중에 ‘스님께서도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구원을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시더라. 저희는 찬송가를 함께 불러드렸다.”



-‘구원을 받으시기 바란다’는 말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아니다. 강변교회에선 예배에 참석한 스님이 제가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에 갈릴리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바라보는 교인들의 시각도 다양하지 싶다. 목사님께선 그것까지 염두에 두시고, 고려해서 조화롭게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갈릴리 교회에서도 따뜻하게 저희 일행을 맞아 주셨다.”



-25일에는 서울 문정동 성당에 갔다. 거기선 무슨 얘길 했나.



“함께 성탄 미사를 드렸다. 그리고 성경 속의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했다. 유대인만 구원을 받는다는 종교가 유대교다. 그런데 예수님은 유대인이 외면한 병자를 이방인인 사마리아인이 도운 이야기를 하시며, 이방인에게도 구원이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본다면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하는 건 기독교의 논리가 아니라 유대교의 논리가 아닌가를 물었다.”



-성당에서 또 무슨 얘길 했나.



“기독교에선 세상 만물을 하느님이 창조하셨다고 한다. 그럼 저도 하느님의 피조물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피조물을 통해서 역사(役事)를 하신다. 그러니 제가 하는 일도 하느님의 역사일 수 있다. 그럼 여러분에게 제가 이방인이 아니고, 손님이 아니고, 저도 여러분과 같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일 수가 있다. 성당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반응은.



“박수가 쏟아졌다. 옆에 섰던 신부님이 ‘이제 스님이 우리 문정동 성당의 신자니까 앞으로 주일 미사에 빠져선 안됩니다’라고 하더라. 이번엔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예수의 가르침이 스님에겐 어떤 의미인가.



“예수님은 인류의 스승 중 한 분이시다. 또한 불교에서 말하는 보살행을 실천하신 분이다. 그것도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실천하신 분이다. 자신을 죽이는 자들에게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하신 건 불교식으로 말해 ‘보살의 마음’이다. 불교의 수행자들이 닿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그 마음이다.”



-신문을 읽는 불교 신자, 기독교 신자에게 한 마디 한다면.



“불교냐, 기독교냐. 그걸 한 단계 뛰어넘어 진리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 성경에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구절이 있지 않나. 우리가 과학을 배운다고 ‘과학의 신자’가 되는 건 아니다. 대신 과학을 배우면 누구에게나 유익하다. 이웃종교로서 기독교와 불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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