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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태업으로 선량한 국민을 전과자 만들다니

종업원이 죄를 지으면 업주도 함께 처벌하는 게 양벌(兩罰) 규정이다. 이 규정은 2년 전 헌법재판소가 독소조항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려 폐기 처분됐다. 그럼에도 상당수 일반 법률에 아직까지 독초처럼 남아서 국민 생활을 옭매고 있다고 한다. 원인은 딱 하나. 국회가 관련 법을 제때 정비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해마다 6000명이 넘는 국민이 억울하게 처벌받는다고 한다. 정말이지 무엇을 위한 국회이며,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인가.



양벌 규정은 ‘한 사람이 잘못해도 전체의 책임’이라는 군사문화 유물로 5·16 직후 도입됐다. 이후 기업활동과 관련된 분야의 424개 법률에 이 조항이 끼어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자 여야는 지난해 11월 규제개혁특위 명의로 361개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가 폭력과 정쟁(政爭)으로 점철되면서 아직까지 180여 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그러는 동안 법원에서는 같은 사안을 두고도 선고유예, 벌금형, 무죄 등 제각각 판결이 나오고 있다. 판사에 따라, 또 사안의 성격에 따라 어떤 경우는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어떤 경우는 일단 현행법에 따라 판결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전국 법원에서 제기한 양벌 규정 관련 위헌제청은 10건. 이 모두가 법이 정비됐으면 불필요한 절차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법 개정이 이뤄졌으면 굳이 법원에 들락거리지 않아도 될 것을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전과자 낙인까지 찍히기도 한다. 기업의 경우 일단 벌금형을 받으면 정부입찰 제한 등 불이익이 따른다. 나중에 구제된다고 해도 이미 놓쳐버린 사업은 되살릴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엔 일을 하지만 실제로는 일을 하지 않거나 질질 끄는 행위-바로 태업(怠業)이다. 현재의 국회가 똑 그렇다. 근로자의 태업에는 직장폐쇄라는 카드가 있는데, 국회의 태업에 사용자인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국회는 관련 법 개정을 신속히 처리하라. 헌법이 규정한 입법권은 국회 마음대로 하거나, 말거나, 미룰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본연의 직무로서 권한인 것이다. 국회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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