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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시아 경제외교, 구호만 있지 실속이 없다

한국의 국익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이 중국·일본에 의해 좌지우지(左之右之)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한·중·일 등 13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내년 3월 24일 출범하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기금’을 관리할 감시기구의 소재지가 한국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동남아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중·일의 묵계 속에 동남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진단이다. 내년 5월 최종 결정을 앞두고 현재 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신(新)아시아 외교’라고 구호만 요란할 뿐 정작 실속은 못 차리고 있는 셈이다.



동아시아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조성되는 CMIM 기금은 최초 조성 규모가 1200억 달러다. 이 기금을 관리하는 사무국 격인 역내 감시기구는 ‘아세안+3’ 차원에서 발족하는 최초의 상설 금융기구다. 비록 요원하지만 아시아통화기금(AMF) 사무국의 모체가 될 수도 있다. CMIM 사무국 유치가 동아시아 금융 허브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국은 사무국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최초 기금 조성액의 80%인 960억 달러를 한·중·일 3국이 부담하고, 아세안 10개국이 분담하는 몫은 240억 달러(20%)에 불과하다. 기금 분담 액수를 보더라도 사무국을 한·중·일 3국이 있는 동북아에 두는 것이 자연스럽고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더구나 기금의 혜택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큰 쪽은 동남아 국가들이다. 각국의 거시경제 상황을 체크하고, 지원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 인력 확보도 필수적이다. 그런 인력이야말로 동남아보다 동북아에 훨씬 많다는 점도 고려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무국을 중국이나 일본에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두 나라의 경쟁 관계 때문이다. 기금 분담률에서도 중·일은 각각 32%로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중·일 사이에서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살리면 16%의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사무국을 유치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있는 것이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정례화하는 등 최근 들어 3국 간 협력 분위기 또한 어느 때보다 긴밀하고 우호적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애초부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바람에 사무국 유치가 물 건너가고 있는 셈이다.



CMIM 기금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역내 채권 신용보증투자기구(CGIF) 사무국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있는 필리핀에 두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CMIM 사무국 유치를 강하게 주장했더라면 CGIF 사무국이라도 건질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앞으로 남은 것은 채권 거래를 위한 예탁결제기구(RSI) 사무국 정도다. 이것마저 못 가져온다면 한국은 굴러온 떡도 못 먹는 바보란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내년 5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CMIM 사무국 문제를 다시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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