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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현장] 역경 헤쳐나온 기능인이 아름답다

서울 시내 백화점에서 ‘골드&해시계’라는 시계점 체인을 운영하는 남재원(59) 대표는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매장의 좁은 수리공간에 갇혀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보낸다. “고장 난 시계가 다시 돌아갈 때의 쾌감은 산 정상에 힘들게 올라 함성을 지를 때의 기분”이라고 했다. 신영포엠이라는 의료장비업체를 운영하는 김익한(47) 대표가 매출 36억원의 회사를 일군 건 부친의 혼잣말에서 비롯됐다. 김 사장이 중학 2년생 때, 양복 재단사였던 부친이 TV에서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의 개선 카퍼레이드를 시청하다 “나도 저렇게 돼 봤으면…” 하고 읊조린 걸 들은 것이 인생을 바꿨다. 밤낮을 잊고 기술 연마에 정진해 1981년 미국 애틀랜타 국제기능올림픽 밀링 부문에서 은메달을 땄다.



본지는 6월부터 일곱 차례 ‘기능인 성공시대’를 연재했다.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이달의 기능한국인’ 수상자들의 창업 성공기였다. 여기에 등장한 중소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의 공통분모는 한마디로 ‘근성’이었다. 보석전문점·엔지니어링·의료장비·시계 등 분야는 다양했지만 기술에 대한 집념이 유별나 한 우물을 10년 이상 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경륜과 배움을 더하면서 뛰어난 기능을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기술(IT)에 접목해 부가가치를 더하는 경영자도 많았다.



남재원 대표는 시계 수리를 제대로 배우려고 17세 나이에 시계점을 제 발로 찾아가 2년 동안 잔심부름과 바닥 물청소 일을 마다 않는 험한 도제생활을 자청했다. 김회곤(43) 한빛케이에스이 대표는 기능과 아이디어의 융합을 강조했다. “손기술과 기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해 융합기술을 만들어내고 이를 새로운 분야에 접목시켜야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관준(48) 도암엔지니어링 대표는 최신 경영 트렌드 익히기와 인맥 쌓기에 목을 맨다. 서울에 있는 대학의 CEO 과정에 다니려고 올 들어 매주 제주~서울 왕복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대부분 가난한 집에서 자라난 이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는 숱한 역경이 있었다. 이들을 취재하면서 100분의 1의 성공확률이 느껴졌다. “기능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접과 인식이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는 걸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9월 40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이 단체우승기를 되찾은 걸 기적이라고들 평가한다. 고교 야구팀이 50군데에 불과한 한국이 일본·미국 등을 누르고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딴 것에 비견하기도 한다. 건국대부속중학교 전교 1등생 김예걸군이 최근 수도전기공업고에 진학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학부모·정치권·교육당국·언론 할 것 없이 온 나라가 외국어고 존폐 문제에 죽자 사자 소모전을 벌이는 작금의 상황에서 과연 제2, 제3의 김군이 나올지 의문스럽다.



홍승일 IT·미디어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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