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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바이러스를 잡아라, 그 끝없는 추격전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정복자, 백신





천 개의 얼굴과 만 가지의 변화(千變萬化). 바이러스는 변신의 귀재다. 치료제를 찾았다 싶으면 다른 방법으로 인간을 공격한다. 인간을 멸종의 공포에 떨게 하는 유일한 천적. 인류를 그 손아귀에서 구할 것은 백신뿐이다.



어느 날 컴퓨터 전원을 넣었더니 갑자기 ‘삑’ 하며 먹통이 됐다. 알아낸 원인은 컴퓨터 바이러스의 침투.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퇴치 프로그램이 없는 최신종이라는 것이다. 하드에 저장된 방대한 자료를 날릴 판이다. 상사는 재촉한다. “보고서 다 됐나?” 컴퓨터 탓, 바이러스 탓을 해보지만 통하지 않는다. 보고서를 오늘 완성하지 못하면 ‘죽음’이란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소에 긴급 진단을 의뢰했다. 마침내 신종 바이러스의 실체가 드러났다. 바이러스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치료법도 개발됐다. 휴~.



컴퓨터 바이러스는 진짜 생물학적 바이러스와 특성이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둘은 실제 닮았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고장을 일으켜 컴퓨터 구실을 못하게 하듯 진짜 바이러스는 육체를 병들게 해 최종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컴퓨터 바이러스는 인간이 만든 암적 존재인 데 반해 진짜 바이러스는 인간의 탄생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맞서 인간이 개발한 방어 무기다. 백신은 ▶사람이나 동물에서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ㆍ치료하기 위해 ▶병원체 자체나 병원체 일부, 또는 독소를 적당한 방법으로 처리해 ▶병원성을 없애주거나 아주 미약하게 만들어 생체에 면역을 주는 항원을 함유한 생물학적 제제를 말한다. 최근에는 바이오 기술의 발전으로 무려 수백 종의 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천의 얼굴로 변신한다. 무릇 생명을 가진 것들을 생태계 출현 이래 위협해 왔다. 사람들은 컴퓨터 백신으로 바이러스 침투를 예방한다. 그러나 신종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진짜 바이러스의 세계도 비슷하다. 전염성 질환을 일으킨 균주로 백신을 만들어 출하하기까지 최소 5개월이 걸린다. 백신을 만들어낼 때까지는 속수무책이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체제는 전시 체제다.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약하는 계엄적 상황이 전개되고, 군부대와 흡사한 기동성 있는 조직, 그리고 어마어마한 장비와 예산이 투입된다. 세균을 무기화한 생물화학전에 대응하는 것과 흡사하다.신종 바이러스는 거대 제약업체에 돈을 벌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도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1997년 미국 최대 보안회사 중 한 곳이 안철수연구소를 1000만 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할 정도로 백신 치료 기술의 가치는 대단했다. 진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도 마찬가지다. 제약업체들은 잘 만든 백신 하나로 돈방석에 앉는다.



백신 생산은 전 세계적으로 호주·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네덜란드·미국·영국 등 9개국에 집중돼 있다. 현재 전 세계 백신 생산량은 3억5000만 도스(도스는 일반적으로 1회 접종량)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3년 안에 생산시설이 늘어나 백신 생산 능력이 2배 수준인 7억8000만 도스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WHO는 또 기존 독감 백신 설비를 모두 팬데믹(특정한 전염성 질환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돼 유행하는 현상) 대처 백신으로 전환할 경우 최대 23억 도스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전량 팬데믹 백신으로 전환하더라도 수십억 도스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제약업체들은 바이러스를 일부러 퍼뜨려 돈벌이를 한다는 음모설에 시달려왔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따라 붙는 음모설과 흡사하다. 백신처럼 행세하는 악성코드와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있고, 치료를 빙자해 바이러스를 컴퓨터에 몰래 까는 프로그램도 있다. 바이러스 제조·전파 음모는 영화와 소설의 단골 메뉴였다. 백신산업 못지않게 백신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엮는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백신 시장은 기술적 한계는 물론 낮은 제품가격과 자본집약적 생산에 기인한 저마진 구조, 기존업체의 우월적 시장 지위 등으로 인해 신규 업체의 진출이 쉽지 않다. 그러나 바이오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중소제약사와 바이오벤처의 참여가 늘고 있다. 놀라운 기술적 혁신도 시도되고 있다. 1회 접종으로 다수의 질환을 예방하는 복합 백신도 개발되고 있다. 언젠가 한번 접종으로 평생 어떠한 신종ㆍ변종 바이러스에도 안전한 ‘꿈의 백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때는 인간의 몸이 신의 몸이 될는지 모른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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