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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서 괴바이러스 출현, WHO·美CDC는 잠들지 못했다

24시간 질병경보체제가 작동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비상상황실(EOC). CDC 제공
장면 1 2009년 6월 27일 아프리카 콩고의 한 마을. 몇몇 사람이 갑자기 피를 토했다. 눈은 토끼눈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그들은 가슴을 부여안고 쓰러졌다. 마침 이웃 마을에 파견돼 있던 세계보건기구(WHO) 전염병 감시 팀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그들은 갖고 있던 약으로 응급 처방했다. 효과가 없었다. 고열 증상을 보이며 가쁜 숨을 몰아 쉬던 환자들이 눈과 코에서 피를 흘렸다. 어린이와 노인 환자 가운데 일부가 끝내 숨졌다.

가상 시나리오로 본 글로벌 백신 개발 네트워크

콩고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고 2시간이 흐른 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비상상황실(EOC)의 대형 스크린에 ‘긴급(Urgent)’이라는 단어가 떴다. 동시에 WHO의 서아프리카 본부의 책임자와 화상통신이 연결됐다. 그는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며 ‘병원체 전문가(EIS Officers)’ 파견을 요청했다. 비상상황실 책임자는 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전문가들을 공군기에 태워 현장에 급파했다.

병원체 전문가들은 시신 타는 냄새와 연기를 뚫고 현장에 접근했다. 푹푹 찌는 열대 지역이지만 그들은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있다. 이들은 현장 WHO 관계자들한테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환자들이 격리돼 있는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두 눈이 퀭하니 들어간 환자 20여 명이 힘겹게 병원체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환자에게서 혈액을 채취해 휴대용 진단 시스템으로 병원체를 검색했다. 순간 그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병원체의 정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세균이나 독극물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점만 확인됐다. 그들은 서둘러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중앙본부에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을 보고했다. 병원체 전문가들은 일단 그 병원체를 ‘콩고HED(가상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는 WHO를 통해 유럽연합(EU)·중국·일본·한국 등 질병통제센터에 긴급 타전됐다. 모든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도 깨어있는 글로벌 질병감시 네트워크가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장면 2 최고의 ‘감염차단(생물안전) 시설’로 꼽히는 미국 CDC의 연구실(BSL4).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은 전문가 4명이 콩고HED 분리·연구에 뛰어들었다. 먼저 환자의 피 몇 방울을 살아 있는 세포에 주입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살아서 클 수 없기 때문에 숙주세포가 필요하다. 지루한 싸움의 시작이다. 여러 가지 세포를 모두 사용해 봤다. ‘바이러스가 살아서 증식할 수 있는 세포를 찾을 수 있을까해서다. 그래야 충분히 바이러스 샘플을 확보할 수 있다.

야생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병적인 증세를 보이는데 세포 하나하나를 관찰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만을 오롯이 분리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추가 작업을 해야 한다. 연구자들의 몸이 땀으로 푹 젖었다. 순간 답답함이 밀려든다. 그렇다고 방호복을 벗을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순식간에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는다.몇 차례 분석한 결과 콩고HED의 유전자가 RNA(리보핵산)로 드러났다. DNA 유전자보다 쉽게 파괴될 수 있다. 여차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RNA 유전자를 먼저 DNA로 바꿔야 한다. 최첨단 기법을 이용해 유전자를 DNA의 형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제 유전자 서열을 읽으면 정체가 드러난다.
막 유전자 판독을 끝낼 즈음 연구자들의 표정이 굳었다. 발견되기까지 2~3년 사이에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기간에 백신 개발이 쉽지 않아 보였다.

장면 3 CDC 연구실에서 분석이 진행되고 있는 사이 콩고HED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멕시코만 지역으로 확산됐다. 니카라과에서 시작돼 온두라스와 멕시코를 거쳐 미국 텍사스와 플로리다에서 감염자가 나타났다. 애틀랜타 CDC 비상상황실이 순간 전쟁상황실(War Room)처럼 바뀌었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병한 지 한 달 20일 만에 미국 본토가 콩고HED 바이러스 공격을 받은 것이다.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미국은 유럽·캐나다·일본뿐 아니라 중국에도 콩고HED 바이러스의 기초 정보를 넘겨줬다. 서울 낙성대에 있는 국제백신연구소(IVI)도 참여하는 글로벌 백신 개발 네트워크가 가동됐다. 이 연구소는 한국이 유치한 최초의 국제기구다. 각국 전문가들이 명예를 걸고 콩고HED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나섰다. 각국 정부는 다른 나라가 백신을 무기화할 때를 대비해 자국 개발을 독려한다. 메이저 제약회사들도 불꽃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세계 6대 메이저인 머크·사노피·파스퇴르·노바티스·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이어스가 세계 백신시장(200억 달러)을 지배하고 있다.

장면 1, 2, 3은 가상과 현실을 섞어 재구성한 것이다. 실제 일어났거나 일어남직한 상황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백신개발 네트워크가 이기심과 이타심을 바탕으로 작동된다”고 말했다. 백신을 먼저 개발하는 쪽에 부와 명예가 따른다. 인류 공동의 적을 퇴치하기 위해 수많은 재단이 백신 개발에 돈을 대고 있다. 국제아동기금(UNICEF)을 비롯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개인 재산을 기부한 빌게이츠재단도 다양한 백신 개발에 뭉칫돈을 지원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제약회사들은 평소 자신 있는 기술이나 접근법을 활용해 콩고HED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유전자 기법을 활용해 항원단백질을 생산하거나 인체에 해롭지 않은 바이러스를 이용해 나쁜 바이러스를 공략하는 방법을 택했다. 또 콩고HED의 DNA 정보를 직접 백신으로 이용하는 길을 찾아 나선 곳도 있다.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지면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기 십상이다. 백신 개발의 단서로 볼 수 있는 발견들이 하나씩 이뤄졌다는 소식이 언론을 장식한다. 하지만 에이즈 바이러스가 79년 발견된 이후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지 않은 데서 보듯 백신 개발은 녹록지 않다. 돌연변이가 빠르게 이뤄지는 바이러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구축한 질병감시·백신개발 시스템과 바이러스의 끝없는 투쟁이 이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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