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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들 미묘한 흐름 읽고, 이 대통령 코펜하겐 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환경건전성그룹(EIG) 국가 정상 대표 자격으로 연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연설 모습은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에 소개됐다. [코펜하겐 AFP=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 일정을 마치고 19일 오전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총회에서 국가별 기조연설을 통해 2012년 제18차 당사국총회 유치 의사를 밝히고, 내년 상반기 중 전 세계 석학과 전문가, 시민활동 지도자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18일에는 기후변화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 선진국을 상징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신흥국의 대표 격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 등과 함께 환경건전성그룹(EIG) 국가 정상 대표 자격으로 또 한 차례 연설을 했다. 참가국 119개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두 차례 연설을 한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한국의 선도적 역할이 주목 받는 자리였다.

성과 없으리라 예상, 그러나 빠진 자리 눈에 띌라

결과적으로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던’ 회의였지만, 이 대통령은 출국 열흘 전까지만 해도 코펜하겐행을 접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었다. 4대 강 사업 예산 문제, 세종시 논란 등 복잡한 국내 현안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코펜하겐 기후회의가 실패로 끝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무리해서 참석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강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핵심 참모 중 한 사람이 코펜하겐 회의와 관련한 주요국 정상의 흐름을 읽어냈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참석해서 책임을 덜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한 외신도 그런 기류를 알리는 보도를 했다. 그러던 중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원자바오 중국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의 참가 발표가 잇따랐다. 청와대는 고민했다. 회의에 불참하면 ‘부재(不在)로 인해 존재(存在)가 부각되는(conspicuous by absence)’ 역설이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때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이 대통령의 참석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청와대에 접수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은 최근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IPCC)이 제시한 탄소 배출 감축 비율을 최대치인 30%로 제시했다. 획기적인 것이었다. 유럽 입장에선 중국·인도를 설득하려면 이 대통령이 와서 얘기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회의 참석을 덴마크에 통보한 뒤, 맘모한 싱 인도 총리도 참석한다고 했는데 이 대통령의 참석이 싱 총리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을 결정하면서 “이제 국내 이슈, 국외 이슈를 별개로 구분할 수 없다”며 “녹색성장이나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고, 국제사회만의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코펜하겐에 가기로 하면서 수행원과 경비의 최소화를 지시했다고 한다. 청와대 수석 가운데 김성환 외교안보 수석만 수행한 게 그 예다. 비서관도 환경비서관과 미래비전 비서관, 의전 비서관, 대변인 등 최소 인력만 수행했다. 특별기도 보잉 747보다 작은 777을 임차했다. 통상 장거리 여행 때는 특별기의 내부 구조를 변경하는데, 이번에는 경비 절감을 위해 그대로 이용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해외 여행 가운데 가장 단출한 규모였다”고 말했다. 예산·탄소 저감 취지였다고 한다.

지상 1만1000m서, 68번째 생일잔치
이 대통령이 코펜하겐 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19일은 이 대통령의 생일이자, 부인 김윤옥 여사와의 38번째 결혼기념일, 또 대선 승리 2주를 맞는 기념일이다. 대통령 특별기가 덴마크 코펜하겐 카스트룹 공항을 이륙한 직후 청와대 참모들과 기자들이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 이 대통령의 68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한국 시간 새벽 1시30분이었다. 특별기 내 좌석과 좌석 사이 비좁은 공간에서 열린 파티에는 코펜하겐 회의에 참석한 일부 여야 의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유엔 기후변화특사를 지낸 한승수 전 국무총리, 김 수석, 김 대변인, 이상휘 춘추관장과 국회 기후변화특별위원장인 이인기 의원,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회장인 황우여 의원, 박순자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민주당 이찬열·김재균 의원 등도 동참했다.

이 대통령은 수행기자단으로부터 꽃다발과 축하 메모가 담긴 액자를 선물로 받고 나서 미리 준비된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끈 뒤 막걸리잔을 들며 건배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객지 생활을 많이 했지만 비행기 안에서 생일을 맞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여야 의원들까지 다 모였으니 한국의 역사적인 순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대한민국에 국운이 있다고 생각한다. 녹색성장의 관점에선 여야가 없다. 이것이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는 이유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G20 국가끼리 따로 만나자는 소리도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하지 말자고 했다. 유엔이 중심이 돼서 하는데 잘 안 된다고 G20 국가들이 나서면 안 된다고 했다”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은 특별기 앞쪽의 좌석으로 돌아가 여야 의원 등과 환담했다. 그는 “녹색성장을 위해 애써준 여야 의원들이 함께해 줘 오늘이 더 의미 있는 것 같다”며 “나는 순방할 때 다른 정상들에게 우리 국회를 말하면서 여야를 불문하고 아쉬운 점은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잘되는 집안은 밖에 나가 있을 때일수록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건배사를 하기 직전 “잠깐, 야당의 잔이 비었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직접 막걸리를 따라주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같은 당 김재균 의원은 자신의 시집 『장수풍뎅이를 만나다』를 이 대통령에게 생일 선물로 증정했다. 이 대통령은 시집 가운데 ‘매화향기’라는 시를 즉석에서 낭독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방송에서 시를 낭송할 기회가 있으면 김 의원의 시를 고르겠다”고 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은 “여야 의원들이 이렇게 같이 특별기를 탔는데 (대통령 전용기를 의미하는) ‘용기당’을 만드는 것이 어떠냐”고 했고, 이에 한 참석자는 “지금 지상에서는 여야 대치가 심각한데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동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걸 들은 이 대통령은 웃으며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곳에 있으니 한 차원 높은 것 아니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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