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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하며 이미지도 향상, ‘두 마리 토끼’ 잡기

현대카드가 디자인 재능을 활용해 만든 서울역 환승센터. 단조로운 버스 승차대를 첨단 이미지를 풍기는 문화 공간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16일 오전 서울 사당동 동작다문화가족지원센터 3층 컴퓨터실. 보라색 재킷과 셔츠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KT 직원들이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엑셀’ 교육을 하고 있다.
“근데요, 선생님. 엑셀 함수는 너무 어려워요. 설명을 읽어도 잘 모르겠어요.” 한창 자판을 두드리던 결혼이주 여성 아키야마 쓰가코(30)가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하소연을 한다. “솔직히 저도 제일 어려웠던 게 그거예요.” 강의를 진행하던 KT 박광서 과장이 빙그레 웃으며 공감을 표시한다. “엔터를 쳐보세요. 2009라고 나오죠. 이제 설정연도는 해결한 거예요.”

기업에 번지는 새 나눔 문화 ‘프로보노(재능 기부)’


박 과장을 비롯한 KT의 ‘IT(정보기술) 서포터즈’ 400명의 주업무는 다문화 가정 등 IT의 혜택에서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것이다. 2007년 2월 시작해 지금까지 모두 100만 명에게 무료 컴퓨터 교육이나 IT 관련 컨설팅·진단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IT 서포터즈가 되면 현업을 떠나 봉사활동에 전념하며, 1년 단위로 교대한다. 국내 대표적인 IT기업으로서 KT가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사회 전체와 나누는 ‘재능 기부’의 일환이다.

서울경찰청 민원 담당자들이 교보생명의 고객만족 교육을 받으며 미소 짓고 있다(사진 위). KT의 ‘IT(정보기술) 서포터즈’ 단원들이 다문화 가정 주부를 대상으로 무료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다(사진 아래). 
KT 장현주 과장은 “IT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객을 대할 때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는지 많이 배우게 된다”며 “기부라고는 하지만 사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청 대회의실. “고객만족은 여러분 스스로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교보생명 CS(고객만족) 컨설턴트 지훈상씨가 30여 명의 강북구청 공무원들 앞에서 ‘고객만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분, 손을 ‘얏’하고 들어보세요. 짝꿍 얼굴을 보세요. 웃으면서 인사하세요. 사랑해, 좋아해, 좋아해….” 공무원들은 조금 어색해 하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서로 인사를 나눈다. “40만원짜리 입꼬리 올리는 수술보다 자주 웃는 게 더 좋습니다.” 강사 지씨가 농담을 던지자 회의실 안은 ‘까르르~’ 웃음 소리가 넘친다.

교보생명은 지난 50여 년 동안 금융업을 하면서 쌓은 고객만족 노하우를 관공서·기업체·병원·학교 등에 무료로 전해주는 ‘다윈(DA-Win)’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윈은 ‘다 함께 성공하자’는 뜻에서 우리말과 영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능률협회에서 고객만족 경영으로 5년 연속 대상을 받은 신창재 교보 회장이 “고객만족 경영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다른 회사와 노하우를 공유해야겠다”는 소신을 갖고 만들었다. 2005년 6월 서비스 시작 이후 5800여 개의 기업·단체에서 36만여 명이 교보에서 맞춤형 친절 교육이나 고객만족 컨설팅을 받았다.

교보의 김수일 다윈서비스 센터장은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도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는다”며 “CS컨설턴트로 부르는 전담강사를 7명에서 24명으로 늘렸는데도 일손이 부족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강북구청 정소연 고객만족행정팀장은 “고객만족과 친절도 향상을 위해 자체 교육도 해봤지만 민간기업에서 전문강사가 오니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며 “교보와 협의해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용 대비 효과 높은 ‘특별한 상품’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전문 기술·지식 등을 사회와 나누는 ‘프로보노(재능 기부)’ 활동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프로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에서 따온 것이다. 원래는 변호사가 저소득 서민에게 제공하던 무보수 법률 서비스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인과 기업의 다양한 전문성 기부 활동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프로보노에는 개인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규모와 실행력을 갖춘 기업이 주체가 될 때 사회적 파급 효과는 더욱 크다. 기업 입장에선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사회공헌과 매출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존경 받는 기업의 조건, 사업과 사회공헌의 조화’라는 보고서에서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도 경영 성과를 올리는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이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카드는 올여름 서울 시민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 서울역 앞에 설치한 버스 환승센터의 승차대 12개다. 일반적인 버스 승차대와 달리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아트셀터’로 재탄생시켰다. 아트셀터는 단조로운 버스 승차대를 현대카드 특유의 디자인 재능으로 첨단 도시의 이미지를 풍기는 소형 문화 공간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신 IT 기술을 활용해 버스 운행 정보와 날씨·뉴스 등 각종 도시생활 정보가 안내되는 전광판도 구축했다. 강화유리와 투명수지로 세워진 승차대 벽면에는 양면 발광다이오드(LED)가 빛을 발하며 세련된 야경을 이룬다.

현대카드 민운식 차장은 “사실 카드회사가 아무런 수익도 없는 시내버스 환승센터를 디자인하고 제작에 나설 이유나 의무는 없다”며 “그럼에도 현대카드만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면 공공 시설물의 디자인을 창의적으로 개선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K·삼성도 그룹 차원서 운영
SK그룹은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해 ‘SK 프로보노’를 발족한 데 이어 ‘세상(www.se-sang.com)’이란 웹사이트도 열었다. ‘SK 프로보노’는 일반적인 자원봉사 조직과 달리 전문 지식이나 기술·자격을 갖춘 임직원만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변호사·회계사와 해외 경영학석사(MBA) 등 2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SK는 2011년까지 500억원의 기금을 모아 사회적 기업의 창업과 운영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10월 10일부터 2주간 사회봉사단을 통해 프로보노 활동을 중심으로 자원봉사 대축제를 펼쳤다. 22개 계열사, 25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해 법률·의료·통역 등 전문 분야뿐 아니라 벽화 그리기·웃음치료·스포츠 마사지 등 다양한 주제로 자신들의 기술과 재능을 활용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사회봉사단의 이순동 사장은 “프로보노가 삼성그룹의 대표적 자원봉사 활동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PC그룹 계열사 파리크라상 직원들은 지난 9월부터 매달 한 차례 ‘사랑의 생일파티와 제과제빵 교실’을 열고 있다. 이달 12일에는 경기도 성남의 ‘친구’지역아동센터 어린이 20여 명에게 케이크와 쿠키 굽는 법을 가르쳐 주고, 레크리에이션과 생일잔치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파리크라상 정진영 주임은 “내가 가진 작은 재능을 나누는 것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직원의 봉사활동뿐 아니라 특수한 신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재능 기부를 실천하는 곳도 있다. CJ는 10월 단백질 제한이 필요한 선천성 대사질환자 200여 명을 위한 ‘햇반 저단백밥’을 출시했다. 일반 쌀밥에 비해 단백질 함유량이 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과거에는 일본에서만 비슷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CJ는 8억원의 개발비를 들였지만 연간 예상 매출액은 5000만원에 불과하다. 기업으로선 보기 드문 ‘밑지고 파는 장사’를 선택한 것이다. CJ는 이달 초 이 제품 개발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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