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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좀비’와 싸우면서 더블딥 막고 출구전략 펴야

‘찬성 16, 반대 7.’
벤 버냉키(56·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대한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투표 결과다. 내년 2월 1일 시작하는 버냉키 2기 4년에 대한 찬반 의견이다. 인준이 거부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투표 이틀 전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은 버냉키를 ‘올해의 인물’로 꼽았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반대표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4년 전 그가 처음 FRB 의장에 지명됐을 때는 단 한 명만이 반대했다.

어렵게 ‘의회 인준’ 통과 중인 벤 버냉키


상원은 금융위원회를 통과한 버냉키 인준안을 내년 1월 말까지 표결처리해야 한다. 과거 같았으면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았던 상원 본회의 표결이 갑자기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반대표가 적잖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역대 최다 반대표 기록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지금까지 상원 본회의서 가장 많은 반대표를 받은 사람은 폴 볼커다. 1979년에 처음 의장이 된 그는 83년 재지명 인준투표에서 반대표 16표를 받았다.

금융위 투표결과를 곱씹어 보면 버냉키에게는 달갑지 않은 점들이 엿보인다. 공화당 10명 가운데 6명이 반대 쪽에 섰다. 버냉키는 공화당 쪽에 가까운 사람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 브레인이었다. 공화당 짐 버닝 의원은 버냉키를 타이타닉호를 침몰시킨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스미스 선장은 빙하경보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참사를 초래했다. 한 술 더 떠 “버냉키가 경제라는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말하는 공화당 의원도 있었다.

뉴욕 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버냉키가 FRB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 필수적인 공화당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며 “그의 앞날이 순탄하지 못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 의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반FRB 세력이 금융위기를 틈 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중심 인물이 바로 론 폴(74) 공화당 하원의원이다. 그는 세력도 변변찮으면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뛰어들어 웃음을 샀던 인물이다. 돈키호테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는 올 상반기 FRB에 대한 회계감사 법안을 제출했다. 하원의원 317명이 지지서명을 해 워싱턴과 월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상원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었다.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의원이 론 폴의 법안을 상원에 제출하면서 30명한테서 서명을 받았다.

FRB 회계를 의회가 감사하는 조항은 상·하원의 단일 금융개혁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그 조항은 미 하원이 최근 통과시킨 ‘월스트리트 개혁과 금융소비자 보호법’에는 이미 들어가 있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도드(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금융개혁법안에는 그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 대신 FRB가 쥐고 있는 은행감독권을 빼앗는 조항이 들어있다. FRB 독립성이나 권한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상·하원 법안에 큰 차이가 없다. 또 내년 2~3월 미 상·하원이 금융개혁법안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회계감사 조항이 최종 법안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회계감사가 법으로 명시되면 FRB의 금융통화정책 독립성은 적잖이 훼손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의회가 FRB 씀씀이를 살피고 따지는 권한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에 맞는 금융통화정책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역사가인 존 후드 미 웨이크포레스트대(경제학) 교수는 최근 WSJ와 인터뷰서 “20세기 초에 사라진 공화파의 주장이 21세기 첫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활하고 있다”고 평했다. 공화파란 미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과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 우드로 윌슨 대통령 시절 초대 국무장관을 지낸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등을 말한다. 그들은 중앙은행을 거세게 비판하거나 강하게 반대했다. 월가의 금융 자본가들의 꼭두각시라는 이유에서다. 잭슨 대통령은 중앙은행이었던 미합중국은행(The Bank of US)을 폐지했다. 이들의 주장은 FRB가 설립된 1913년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졌다. 대공황 시기에는 월가를 비판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더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FRB가 적극적인 금융통화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끌고 실업률을 낮추자 반FRB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볼커-그린스펀(V-G)시대(79년 8월~2006년 1월)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잦아들어 FRB 출범 이후 가장 독립적으로 금융통화정책을 결정했다.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이 쥐고 있던 은행 감독권까지 확보했다.
버냉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FRB 의장으로선 처음으로 반FRB 세력과 정면대결을 벌여야 한다. 존 후드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버냉키는 오랜 잠에서 깨어난 ‘19세기 좀비(反중앙은행 세력)’와 싸움을 벌여야 한다.” 물론 버냉키의 우군도 적지 않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달 그는 중앙은행 독립성은 미국 경제 발전의 바탕이라며 의회 내의 반FRB 세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을 여전히 기억하는 미국 중산층도 FRB 독립성을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FRB 권한과 독립성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게임 자체가 버냉키에게는 부담이다. 그는 미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을 막으면서 동시에 마구 풀어놓은 달러를 흡수해야 한다. 외줄을 타는 처지나 다름없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미 경제는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버냉키는 두 번째 임기 동안 정치게임·경기부양·출구전략이라는 세 가지 공을 가지고 아주 현란하고 정교하게 저글링해야 하는 셈이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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