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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자본가의 휴전은 경제회생의 필요조건

‘피둥피둥 살찐 고양이(Fat Cat)’는 정치자금을 많이 내는 기업인을 말한다. 부패한 기업인·금융인을 비난하는 미국의 속된 표현이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가의 금융 자본가들을 ‘살찐 고양이’라고 불렀다. 얼마 뒤 오바마는 그들을 백악관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며 대출을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적잖이 혼란스럽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까. 오바마와 금융 자본가들이 엇박자인 탓이다. 월가 자본가들은 오바마의 청에 손사래를 쳤다. 비슷한 일이 1930년대 중반에도 있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월가의 금융자본가들을 돈놀이꾼들이라고 공격했다. 동시에 적극적인 대출을 요구했다. 금융인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루스벨트는 ‘자본파업(Capital Strike)’이라며 비판했다. 이런 엇박자 탓에 1937~38년 미 경제가 다시 곤두박질했다. 현재 금융 자본가들이 계속 대출을 거부하면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미 경제는 다시 침체의 나락으로 곤두박질한다.

미국 정부는 올 한 해 막대한 자금을 풀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돈의 파도가 미국을 삼킬 정도다. 30년대 중반에도 마찬가지였다. 1936년 한 해 동안 연방 정부가 푼 돈은 주 정부나 민간 지출을 능가했다. 전쟁이 아닌 시기에 처음으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자본이 파업하니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요즘 미 정부는 돈을 그만 풀겠다는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등 해외 정책에서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철군 시한을 밝히며 병력을 증파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부양 등 국내 정책에서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30년대 중반에도 미 정부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민간 부문이 되살아날 때까지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는 서머스 국가경제위원장이 되풀이하는 말이다.

그러나 금융 자본가들은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재정 지출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비슷한 일을 이미 경험했다. 루스벨트는 1936년 대통령 선거 이후 지출을 줄였다. 오바마도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금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자본가들의 판단이다.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정부가 카지노 업자의 구전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뜯어가면 위험을 무릅쓰며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하면 자본파업을 풀 수 있을까.
대마불사 독트린(The too-big-to-fail Doctrine)으론 안 된다. 민간 부문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금융인과 기업인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루스벨트도 결국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전략을 채택했다. 1938년 미 의회의 중간선거가 끝난 이후 그는 이전의 독설로 자본가들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을 정책 파트너로 삼았다. 2차 대전 때문에 루스벨트는 자본가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경제학자들은 돈을 푸는 재정과 금융 정책이 대공황을 끝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루스벨트와 자본가들의 화해가 대공황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한다. 양쪽이 손잡고 2차 대전 특수를 위해 참전을 결정하면서 투자·생산·고용·소비가 되살아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번쯤 고려해볼 만한 역사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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