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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피아니스트 김경민과 ‘뷰티플마인드’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경민(29·사진)씨는 피아니스트입니다. 그의 손목은 구부러져 있습니다. 손가락 움직임도 정상인과 다릅니다. 그런 그가 연주하는 모습을 13일 지켜 봤습니다.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Beautiful Mind·이사장 한승주)’가 주최한 ‘뷰티플 비전 콘서트’에서입니다. 그는 세 곡을 쳤습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Mondschein Sonata No.14)’ 1악장, 유키 구라모토의 ‘로망스’, 그리고 자신이 작곡한 ‘그리움’을 연주했습니다. 그가 건반을 두드릴 때 몸은 종종 뒤틀렸습니다. 얼굴도 가끔 일그러졌습니다. 안으로 휜 손목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는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려다 보니 그런 것 같았습니다.

이상일 칼럼

그럼에도 그가 내는 선율은 정상인인 프로 피아니스트가 뽐내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세 곡이 끝났을 때 김씨의 얼굴은 구슬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그는 갈채를 보내는 관객에게 인사를 하면서 더듬더듬 이렇게 말했습니다.

“피아노 앞에 처음 앉았을 때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 주먹으로 쳤습니다. 피아노를 치는 게 불가능해 보였지만 저에겐 희망이란 단어가 있었습니다. 누구든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걸 할 수 있습니다.”

김씨는 중학교 1학년 때인 1994년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피아노 학원 앞을 지나다 들리는 소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는 애면글면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그랬더니 손가락이 조금씩 펴졌다고 하더군요. 고교 1학년 땐 처음 콩쿠르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월광’을 치다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손가락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바람에 건반을 잘못 눌러버린 겁니다. 근육수축증은 이렇게 그를 괴롭혔지만 그는 한번도 피아니스트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2006년 11월. 그는 ‘월광’ 1악장을 연주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청각장애자였던 베토벤이 남긴 명곡을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가 뷰티블마인드의 콘서트에 나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장애인인 저도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피아노 연주가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나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처럼 보람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뷰티플마인드를 스스로 찾아간 건 그 때문이죠. 세상이 비록 한 사람으로 인해 바뀌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저는 끝까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씨의 마음자리는 꽃보다 아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연주 공간을 제공해 준 ‘뷰티플마인드(www.beautiful mindcharity.org)’도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이들의 집합체입니다. 이 사단법인은 국내와 해외에서 연주회·전시회 등을 열고, 거기서 생긴 수익금과 후원금을 모두 기부하면서 소외 계층을 돕고 있습니다. 또 음악적 재능이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장애가 있어서 소질을 계발하지 못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골라 악기 연주법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13일 콘서트엔 법인의 뮤직 아카데미 소속 학생 8명이 나와 가요 ‘마법의 성’을 앙상블로 연주했습니다. 클래식 기타를 친 1급 시각장애인 허지연(19·한빛맹학교)양의 어머니는 동영상을 통해 이렇게 말했지요.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 아이가 무엇으로 서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음악을 통해서 세상의 언저리에 있다가 사회로 나왔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음악은 삶의 목적입니다. 그 아이가 연주하다 환하게 웃으면 사람들은 천만 불의 미소라고 합니다. 그 미소를 보는 저는 정말 행복하답니다.”

이날 콘서트는 영혼에 울림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김경민·허지연 등이 최선을 다하며 연주하는 걸 보면서, 그리고 그들을 뒷받침해 온 뷰티플마인드의 사람들을 접하면서 저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성찰해 봤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싸움판을 벌이는 정치인 여러분, 짬을 내 김경민이 치는 월광(http://www.pandora.tv/my.xyzzz000/2815533)을 한번 보십시오.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자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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