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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사장 한 명에게 기업을 맡겨두기가 영 불안하다,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견제하는 게 좋겠다. 이런 발상에서 나온 게 사외이사다. 말 그대로 회사 바깥에 있으면서 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남윤호의 시장 헤집기

이를 제도로 만든 것은 뉴욕증권거래소다. 1956년 이사회에 최소 두 명의 사외이사를 둬야 한다는 조항을 상장요건에 넣었다. 여기엔 시대적 배경이 있다. 당시는 미국 기업들의 위상이 슬슬 바뀌던 때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 기업들에 유럽과 일본의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최고경영자(CEO)가 한 걸음 삐끗하면 기업이 흔들리고 수천 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그래서 경영을 잘하라는 뜻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74년 10월 미국 20위의 은행 프랭클린 내셔널 뱅크가 파산했다. 내용을 뜯어보니 사외이사가 아무런 역할을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70년대 후반엔 크라이슬러가 휘청거렸다. 이때도 이사회가 경영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문제가 됐다. 뭔가 수술이 필요했다. 이번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나섰다. 해럴드 윌리엄스 SEC 위원장이 78년 1월 한 강연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사회는 CEO를 제외하고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돼야 한다.”

그때부터 미국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대대적으로 늘렸다. 한꺼번에 그러다 보니 사외이사 구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가까운 기업인들끼리 상대방의 사외이사가 돼 주는 풍토가 한동안 이어졌다. 견제는커녕 친목회 비슷하게 변질됐다.

그러는 동안 사외이사의 기능과 권한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어졌다. 프로 경영인이 있는데 사외이사가 굳이 경영에 참가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SEC도 함께 고민했다. 그래서 다다른 결론은 경영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이었다.

모니터링은 감시나 감독만 하는 게 아니다. 컨설팅과 조언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큰 시야에서 나오는 건전한 상식, 균형감 있는 조언, 그리고 전문적인 컨설팅, 이게 바로 사외이사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들어서였다. 사외이사들이 실패한 CEO를 내쫓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CEO 당신 때문에 회사가 거덜나게 됐으니, 비록 나를 뽑아주긴 했지만, 이젠 회사를 떠나시오.’ 이렇게 반란을 일으키는 사외이사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 86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93년 IBM의 CEO 축출극이었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사외이사가 제대로 기능하는 데 30~40년이 걸렸다. 아직도 완성된 형태는 아니다. 우리는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른다. 한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들이 권력화·이권화돼 있다는 비판을 계기로 제도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잘못 만졌다간 또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핵심은 사외이사가 컨설팅 능력을 지닌 모니터 그룹으로 탈바꿈하도록 만드는 거다. 이권화·세력화를 막는 건 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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